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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받아 본 부정적인(?) 교육 피드백 Top 3
    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2. 11. 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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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받아 본 부정적인(?) 교육 피드백 Top 3
    (3시간짜리 '관람형 교육'이 가진 한계와 대안)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강의하면서 무척 다양한 피드백을 받는다. 긍정적인 반응도 많지만, 나는 유독 부정적인 반응에 관심이 많다. 우선 개인적으로, 내가 선생으로서 더 성장하려면 반드시,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겸손하게 듣고 이를 어떻게 해서든 강의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 부정적인 반응 속에서 사회복지사 동료들이 어떤 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어떤 방향을 지향하면서 나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훌륭한 지표이므로.

    첫 번째 부정적 반응: 개인적 반성. 사회복지사는 뭔가 의미있는 가르침을 접하면 대체로 반성부터 하는 것 같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오늘 강의를 들으면서, 그동안 제가 실천해 온 내용에 대해서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어요. 너무나 제 생각이나 계획만을 앞세우고 당사자 분들께서 진정으로 원하는 바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생략)" 진솔한 반성 그 자체는 전혀 나쁘지 않다. 오히려 미덕이다. 하지만 나는 '사회'복지사가 너무 '개인', 특히 '자신'에게만 비판적인 시선을 두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쉽다. 

    적어도, 내가 만나 본 사회복지사는 대부분 '뭔가 해 보겠다'는 열정과 지역 주민에 관한 깊은 애정을 가진 분들이셨다. 과중한 업무 부담 속에서도,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 클라이언트에게 연락하고 직접 만나는 분들이셨다. 한편, 사회복지사가 요구받는 결과물은 어떤 형태인가? 양적인 결과물이다. 평가를 받게 되면, 어떤 영역이든 여전히 건수가 결정적으로 중요하고, 그러므로 어떤 영역에서든지 남보다 건수가 많아야 좋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옳은 실천, 좋은 실천에 대해서 말하지만, 이들이 처한 양적인 평가 현실은 딱히 고려하지 않는다.

    내가 가르치는 내용 안에는 주로 질적인 요소가 많다. 예컨대, 해결중심상담에서는 내담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그래서) 당신은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나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내담자가 원하는 바를 자세하게 그릴 수 있도록 질문한다. 이 질문법은 사회복지사가 처한, 만나야 할 사람은 너무 많고 대화할 시간은 별로 없는 현실을 알지 못한다. 사회복지사가 이 질문법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때 부딪힐 수 있는 수많은 장벽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장에 나아가 그냥 순진하게(?!) 해결중심 질문을 사용했다가는 매운 현실 맛을 보고야 만다.

    이런 상황은 과연 정당한가? 대단히 양적인 평가 체계 속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대단히 질적인 접근법을 배운 후에, 열심히 배운 대로 질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 자기 탓을 하며 반성하는 상황이 정당하냐, 는 말이다. 아니다. 그는 엄연히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는 '실천가'이기 때문이다. 어떤 지식이나 정보가 '옳으냐'도 중요하지만, '먹히냐'가 어쩌면 더욱 중요한 '실천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강의가 끝나고 함께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에 '(배운 내용을 기초로) 반성한다'고 말하는 사회복지사에게 '반성은 미덕이지만, 지나치게 반성하진 마세요' 라고 말한다.

    두 번째 부정적 반응: 냉소적인 매너리즘. 어떤 경우엔 교육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치는 순간까지 선생에게 심리적으로 등을 돌리고 있는 분을 만난다. '심리적으로 등을 돌리고 있다'는 표현은 '몸은 강의 장소에 와 있지만, 마음은 완전히 다른 곳에 있다'는 뜻이다. 지금 여기에서 진행되는 교육 따위는 전혀 관심 없으며, 그 어떤 흥미롭고 재미있는 활동을 해도 '에라 나는 모르겠다' 모드에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본인은 원하지 않았는데, (기관에서) 가라고 해서/협의체에 소속되어 있어서' 온 경우에 속한다. 관심도 없고 의욕도 없는데 와 있는 경우이므로 사실 이해가 된다. 어찌보면 안타까운(?) 경우. 

    그런데 가끔씩 정말로 매너리즘에 빠져 계신 분도 만난다. 시종일관 엎드려 계시거나, 휴대 전화를 놓지 못하시는 분, 이마나 등, 혹은 눈빛에 '매너리즘'이라고 써 놓고 앉아 계신 분이다. 이런 분은 마지막에 피드백을 구하면, (마지 못해서 입술을 떼시면서) "솔직히, 저는 요즘 너무 마음이 힘들고 지쳐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어요. (생략)" 라고 직접적으로 말씀하시기도 한다. 아이고... 이런 경우엔 다른 방법이 없다. 정말 힘드시겠다고, 그 마음 깊이 이해한다고, 진심으로 이해해 드리는 방법 외에는. 

    세 번째 부정적 반응: 교육에 대한 은근한 환멸. 이런 반응은 주로 10년 차 언저리에 있는 베테랑 사회복지사에게서 나온다. 일단, 이런 분은 수업 태도가 나쁘지 않다. 떠들거나 휴대전화를 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절대로 앞 쪽에 앉지는 않으신다. 그리고 마지막에 최종적인 소감을 물어보면, 정중하게 답하신다: "음... 무슨 말씀이신지도 다 알겠고, 현장에서 꼭 필요하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게 이렇게 몇 시간 들어서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소화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 그렇게 해야 할 영역이 한 두 가지도 아니고... 우리에겐 시간이 부족하고... 음... 아무튼, 현실적인 고민을 해 보게 됩니다." 

    이 피드백에 대해서 내가 피드백을 하자면: 한 마디로, 논리가 대단히 견고한 현실적인 피드백이다. 자고로 인간이 만들고 전해 내려온 온갖 '의미 있는 기술'은 모두 충분히 익히고 제대로 써 먹으려면, 장기간에 걸쳐서 연습하고 피드백 받고, 또 연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절대적으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주로 가르치는 해결중심상담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로, 나는 해결중심상담에 대해서 '완전히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10년 동안 공부하고 또 공부해 왔다. 그런데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많고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러니 시간이 부족해서 익히기 힘들다는 불평은 근거가 있는 비판이 된다.

    사실, 곰곰 생각해 보면, 사회복지사만큼 가르치기 힘든 대상도 없다. 첫째, (현장) 사회복지사는 필연적으로 경험이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경험에 어긋나는 이야기를 하면, 바로 '비현실적이다', '허황되다'는 반응이 나온다. 둘째, (특히 최근에는) 사회복지사가 교육을 많이 받기 때문에 교육이나 강사에 대해서 눈높이가 무척 높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어설프게 강의를 했다가는 뒷말이 떠돌아 다닐 가능성이 높다. 셋째, 현장에서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실용적 지식/정보를 요구한다.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하는 내용도 쉽고 실용적으로 '포장'해서 강의하지 않으면 바로 표정이 바뀌고 고개를 숙인다. 

    "그게... 2시간 정도로도 가능할까요?"


    문득, 이런 문장이 떠오른다. 평소에 내가 종종 받는 요청이다. 해결중심상담에 대해서 2시간 안에, '현장에서 써 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 중심으로 강의해 달라는 요청. 처음 가르치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이런 제안을 받을 때면 문자 그대로 기가 막혔다. 내가 10년 동안 공부한 방대한 내용을, 그것도 단 2시간 만에 '최대한 실용적으로 포장해서' 가르쳐 달라니... 불가능한 요청이다. 그래서 기가 찬다는 말투로, '이거, 너무 무리한 부탁인 거 아시죠?' 라고 담당자에게 물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렇게 말한 나 자신을 진지하게 반성하게 되었다. 모두 바쁘고, 예산은 부족한 현실을 내가 탓해서 어쩌랴. 그런 와중에도 어떻게든 배우려고 나서는 동료에게 할 말은 아니지. 예의가 아니지.

    해결중심상담 아버지 격인 MRI 모델에는 '시도된 해결책'이라는 개념이 있다. 상당히 흥미로운 개념이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본다. 여기 엄마와 십대 딸이 있다. 십대 딸이 방을 어지른다. 엄마가 점잖게 지적하고 타이른다. 딸이 처음에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또 방을 어지른다. 엄마 목소리가 커진다. 딸이 투덜대면서도 치우긴 한다. 그리고 또 방을 어지른다. 엄마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젠 딸이 치우지 않는다. 엄마는 본격적으로 소리를 지른다. 딸도 지지 않는다. 함께 소리를 지른다. 잠깐만. 엄마는 어째서 (나중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는 방법(소리지르기)을 계속 사용하는 걸까?

    그러니까 '시도된 해결책'이란, 처음에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채택한 방법이 나중에 가서는 오히려 문제를 유지시키거나 심지어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하는 방법이 될 때, 이 문제적 방법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이는 특수한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되는 현상이다. 예컨데, 위에 언급한 '잔소리'가 대표적인 사례. "아이구야... 저거, 저렇게 하면 문제가 해결 안되고, 오히려 문제가 심화되거나 가중될 텐데..." 이런 생각이 드는 경우는 거의 '시도된 해결책' 개념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내가 보기엔, 우리 업계에 만연한 '3시간 짜리' 교육, 혹은 '피상적인 관람형 교육'도 '시도된 해결책'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견고한 논리적 근거를 댈 필요도 없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교육생 반응 - (종종 지나친) 개인적 반성, 냉소적 매너리즘, 교육에 대한 은근한 환멸 - 이 정말로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현실을 보면, 어딘가 잘못되어 있는 게 확실하다. 하지만 잘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는 효과가 부족하고 그래서 대부분 불평하고 욕하지만, 오늘도 '3시간 단타 교육' 구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어허~ 오해 마시라! 어떤 영역은 3시간 짜리, '관람형 교육'만으로도 충분하다. 굳이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예컨대, 상담 같은 영역이나 글쓰기 같은 영역은 절대로 3시간 만에 배울 수가 없는데, 여전히 3시간 안에 가르쳐 달라고 요청하고 받아들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건 현실이므로 외면할 수도 없고, 외면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나는 3시간 짜리 관람형 교육을,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끌어 올리는 비타민 알약 내지는 에너지 충전 음료 정도로 활용하고 있긴 하다. 아울러, 내가 개인적으로 여는 클래스에서는 교육 질을 확(!) 끌어 올려서 고급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글에서 내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단순히 교육 문제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사회복지사가 어떤 전문가인가, 라는 정체성 질문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회복지사는 이것 조금, 저것 조금, 깊이는 아니지만 두루두루 적당히 아는 사람인가? 나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고 생각한다. 확실하게 실무적으로 불필요한 지식/정보를 억지로 배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어떤 지식/정보는 '기본'에 해당해서, 얼핏 보기에 실무적으로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나무 뿌리처럼 모든 다양한 실무에 적용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사회복지사 동료들께서 무엇이 ‘기본’인지 각자 고민하고, 그 기본에 대해서는 정말 오랫동안 꾸준히, 그리고 깊이 있게 배우고, 익히고, 이해하면서 고민하면 좋겠다. 그 기본을 현장에 적용하고 피드백 받고, 또 적용하고 피드백 받으면서, 자신만의 노하우와 경험을 꾸준히 쌓아 나가면 좋겠다. 이렇게 귀납적인 방식이 극에 달하면 이렇게 쌓은 경험이 찬란한 탑을 이루어 연역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리를 만날 수 있는 법. 우리는 끈질기게 기본에 천착함으로써 어떤 선을 뛰어 넘을 수 있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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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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