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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즉각적인 욕구가 아니라, 당사자 자체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었어요
    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2. 11. 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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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사례관리자 동료를 만나서 해결중심상담을 기본으로 하는 강점관점실천에 대해서 강의를 하고 나면, 통상적으로 다음 두 가지 반응을 듣게 된다. 

     

     

    "어떤 건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실행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서 조금 서글픕니다." 

    "오늘 선생님 말씀을 들어 보니, 그래도 우리가 잘 하고 있(었)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첫 번째 반응에 대해서 살펴 보자. 무엇을 알고 계셨단 말씀일까? 우선, 나를 연사 혹은 선생으로서 초청했다는 말은 최소한 해결중심상담이나 강점관점실천에 대해서 들어 봤거나 이미 공부를 하고 계신 분(들)이라는 뜻이다. 해결중심상담에 대해서는 시중에 나와 있는 관련 서적 한 권 정도는 소장하고 계시고, 시그니쳐 테크닉인 '기적질문' 정도는 외워서 읊을 정도 실력은 갖추고 계신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동안 사회복지 선배님들께서 클라이언트의  '과거'나 '문제', 혹은 '결함'에 초점을 두고 개입해 온 역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현재/미래'나 '강점' 혹은 '자원' 쪽으로 관심을 옮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일부 실천하고 계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왜 실행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말씀일까? 이는 해결중심상담이나 강점관점실천이 품고 있는 본질과 현재 사회복지 현장 상황을 비교/대조해야 풀리는 질문이다. 해결중심상담은 상담자/원조전문가가 일하고 있는 업무/조직 환경이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중심에 놓는 '질적인 접근'이다. 빨리빨리 필요한 바를 들어보고, 빨리빨리 문제를 사정해서, 빨리빨리 자원을 연결하고, 빨리빨리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하는 '양적인 접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사회복지사가 처해 있는 상황은 어떤가? 사례관리 영역만 떼어 놓고 생각해 봐도 기본은 여전히 매우 양적인 지표로 평가를 받는 '(표준화된) 양적인 시스템'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사회복지 기관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구조적 특징을 생각해 보자. 한국 사회복지 기관 운영 주체는 원래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설립된 민간 기관이다. 그러나 기관 운영 자금은 대부분 중앙/지방 정부에서 보조해 준다. 이 공적인 돈줄은 조직 운영을 좌우하는 가장 본질적인 힘이다. 민간 사회복지 기관에서 아무리 자율적으로 고유 가치를 실천하고 싶어도 결국 중앙/지방 정부가 정해 놓은 표준화된 틀을 넘어서지 못한다. 한국 사회복지 기관 중에서 중앙/지방 정부가 정기적/부정기적으로 실행하는 점검이나 감사, 그리고 평가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 

     

    이 중앙/지방 정부가 정해 놓은 평가 기준은 (어쨌든 평가를 시행한다면) 기본적으로 양적인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수많은 경쟁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면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고 승복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수백 년 동안 한국에서 과거 시험(오늘날 수능 시험)을 결코 포기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 '객관적' 평가 기준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단 이런 공적인 평가 시스템에 들어가면 사회복지 기관이나 원조 전문가가 일하는 방식과 내용도 자연스럽게 표준화된다는 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처한 독특한 문제 상황이나 그가 가진 능력보다는, 그가 표준화된 서비스에 얼마나 적합한지가 중요해진다는 점. 

     

    그래서 "알고는 있는데 실행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가치에 기반해서 클라이언트를 중심에 놓고 일을 할 수 있는 질적인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적인 평가를 기본으로 삼는 현 조직 시스템 안에서는 질적인 접근을 강조하는 해결중심상담이나 강점관점실천을 충분히 구현하기 어려워진다. 단적인 예로, 사회복지사에게는 충분히, 제대로 실천하기 위한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 늘 시간에 좇겨서 '빨리빨리'를 외쳐야 한다. 사람을  '객관적인' 공장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 두고, '표준화되어 있는' 서비스 목록을 재빨리 살펴 보면서, 단순하게 제공하고 연결하기 바쁘다. 그리고 이런 활동 내용을 객관적으로 증명해 줄 서류 작성에 매진한다. 

     

    다음으로 두 번째 반응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오늘 선생님 말씀을 들어 보니, 그래도 우리가 잘 하고 있(었)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무엇을 잘 하고 계셨다는 안도감이 든다는 말씀일까? 지금까지 간략하게 정리한 내용을 이미 다 알고 계신다. 문제 본질이 무엇인지, 논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계신다. 그러므로, 자신이 거의 모든 활동 내용이 지침화되어 있고 표준화되어 있는 이 양적인 서비스 체계에서, 완벽하진 않지만 나름대로는 질적인 가치를 지키고 (현실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실현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사실도 정확하게 인식하고 계신다. 그래서 안도감을 느낀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다. 

     

    이 지점에서, 나는 며칠 전 임종창 사회사업가께서 주신 말씀을 떠올린다: 

     

    "우리가 잠깐 만난다고 해서 당사자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기를 바랄 순 없겠습니다만, 과거에는 단순히 당사자의 즉각적인 욕구에만 초점을 맞춰서 상담하다 보니 제한된 시각으로 당사자를 바라보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상담 내용이 무척 빈약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을 만나고 난 후, 즉각적인 욕구가 아니라 당사자 자체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관점이 조금 바뀐 것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작은 변화 덕분에 상담 내용이 매우 풍부해졌고, 당사자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말씀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임종창 선생님은 내가 작년에 대구 황금종합사회복지관 동료들과 함께 한 교육(3시간씩 8회기: 총 24시간)에서 만난 분이시다. 당시 우리는 코로나19 사태 및 지리적 거리 문제로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진행했는데, 때로는 직접 만나지 못날 때 그 사람이 가진 진가가 드러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때 절감했다. 여러 모로 부족한 선생이 제시하는 어려운 과제를 임종창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로 수행하시고 제출하셨다. 사실, 수업이 끝난 후에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배운 내용을 얼마나 소화하고 계시는지 궁금했는데, 며칠 전 잠깐이나마 전화 통화하는 시간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배운 대로 실천하려고 애쓰고 계신다는 사실을. 

     

     

    "어떤 건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실행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서 조금 서글픕니다." 

    "오늘 선생님 말씀을 들어 보니, 그래도 우리가 잘 하고 있(었)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한국적인 현실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사업가는 '양적인 실천(즉, 건수)으로 평가받는, 그리하여 양적으로 실천하기를 강요받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질적인 실천(즉, 가치)을 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대는, 우리는 너무나도 어리석거나 뭘 잘 몰라서 안 한다기보다는, 잘 알지만...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환경과 제반 여건이 충분히 받쳐주지 않아서 못하면서 힘들어 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마음 속에서 품어 왔던 질문 - "양적인 평가 환경에서 공허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해결중심상담을 (제너럴리스트) 사회사업가에게 가르치는 일이 현실적으로 의미가 있을까?" - 에 대해서 조금 더 용기 있게 답을 할 수 있겠다. 

     

    어쨌든, 현실이 허용하는 한계선까지 질적인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

    임종창 선생님처럼, 동료들께서 당사자 자체에 초점을 맞추도록 돕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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