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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김동권 사회복지사 편)카테고리 없음 2024. 6. 25. 07:12728x90반응형
(발문)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만, 어떤 사람은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강점관점실천연구소와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함께 진행하는 '성숙을 담는 글쓰기(제 2기)'에 참여한 사회복지사들 마음 속에도 그런 사람이 남아 있습니다. 그 사람과 만난 날, 마법에 홀린 듯 힘이 나고 보람을 느낀 날, 사회복지사로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 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 귀한 글을 온 세상 동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7줄 글쓰기>
[인물]
1. 복지관에 입사 후 경로당과 지역 여고생들이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2. 우리 복지관은 임파워먼트 모델을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3. 하지만 입사 첫 해에 나는 어르신들은 수혜 대상이라고만 생각했다.[시련]
4. 큰 기대없이 세대가 만나는 활동에만 초점을 맞추고 사업을 진행했다.
5. 일진이라고 느껴지는 학생이 있었는데, 초반에는 소극적으로 참여했다.
6. 일진 학생이 한 어르신과 친밀해졌고,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았다.[성장]
7. 나는 어르신들에게 숨겨진 역량이 많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확장판>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김동권 사회복지사 편)
부제: 일진 여고생, 경로당 할머니를 만나다
글쓴이: 김동권 (연수구노인복지관 팀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대학교를 졸업하고 생활시설(요양원)에서 1년 근무한 후, 노인복지관에 입사했다. 우리 복지관은 ‘임파워먼트 모델’을 기반으로 어르신들에게는 역량이 있다고 바라보면서,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에 역량을 전수하실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려고 여러 사업을 진행했다. 그 중에서 나는 세대통합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됐다. 사업명은 '어울림을 배우다'로, 나는 경로당 어르신들과 지역 여고생들이 만나서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을 도왔다.
내가 이전에 요양원에서 근무했기 때문이었을까? 도저히 어르신들에게 역량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수혜대상이라고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상급자들과 선배들이 ‘어르신들에게 역량이 있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하니, 어쩔 수 없이 동의하는 척하며 사업을 진행했다.
학교 특별활동 시간을 할애하여 학생들이 경로당에 방문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지역 내 위치한 여고와 협약을 맺고,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다. 특별활동 시간에 경로당에 가는 활동에 누가 흥미를 가질까? 학생들은 몇몇을 제외하곤 사업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일진으로 보이던 어느 학생은(이하 일진 학생) 오리엔테이션 내내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었다. 이후 활동에서도 마찬가지지였다.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참여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변화가 생겨났다. 바로 그 일진 학생 태도가 달라졌다. 한 어르신과 꼭 붙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회기가 시작되면 이내 어르신에게 달려가서 즐겁게 참여하기 시작했다. 너무 신기해서 옆에 가만히 서서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들어보면,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일 뿐이였다.
어르신: "OOO 왔구나. 아이고 오늘도 이쁘네. 꽃이네 꽃이야."
일진 학생: "네! 할머니 잘 지내셨어요? 식사는 하셨어요?"
어르신: "그럼. 나야 경로당에서 잘 차려주니 맛있게 먹었지. OO이는?"
일진 학생: "저도 점심시간에 학교 식당에서 먹었는데, 야채가 많아서 많이 먹지는 않았어요"
어르신: "아이고 밥 많이 먹어야지. 지금도 이렇게 말랐는데, 더 마르면 몸 상해. 꼭 꼭 챙겨먹어."
일진 학생: "네. 내일부터는 잘 먹을게요."
평범한 대화 같았지만 어르신 목소리에는 마치 친손주를 대하는 듯한 애정과 관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진심이 느껴져서일까? 일진 학생은 눈이 부시게 변화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 변화를 관찰한 담당자로서 많이 기쁘고 뿌듯했다.
어느새 1년 사업이 다 끝나고 마지막으로 평가회의가 열렸다. 학생들에게 소감을 한마디씩 들어봤다. 물론, 다른 학생들 소감도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었지만 나는 일진 학생 소감에 관심이 쏠렸다.
나: "OOO 어르신하고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 참여한 소감이 어땠어요?"
일진 학생: "처음엔 활동 끝나는 시간이 기다려졌는데, 이제는 안 기다려져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어르신에게 긍정적 역량이 있다는 말이 현실로 느껴졌다. 사회복지사가 이끌어 내기 힘든 변화를 어르신이 진솔한 사랑과 시시콜콜한 관심만으로 이뤄냈다는 사실이 너무나 멋지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만나는 클라이언트가 대체로 겉으로는 나약해 보여도, 내면 어딘가에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강력한 에너지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굳게 믿게 되었다.
<안내>
_ 본 글에 삽입된 어르신 및 학생 사진은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_ 본 글을 쓰신 김동권 팀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김동권 팀장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아주 잘 쓰셨습니다. 7줄 글쓰기로 뼈대를 잘 세우셨고, 중간에 대화록을 삽입하셔서, 전체적으로 글에 군더더기가 적으면서도 생생합니다.
2. '일진 학생'이 경로당 할머니를 만나 변화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일진 학생은 왜 변화했을까요? 사람은 청소년기에 자기 세계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능력이 부족하고 감정적으로도 불안정하다 보니, 자기 세계를 지키려고 종종 어른들에게 센 척합니다. '일진 학생'이라고 쓰셨지만, 이 학생도 아직 많이 어립니다. 어른들에게 사랑받고 싶어하고 충분히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아마도 할머니께선 이 학생 속마음을 꿰뚫어 보셨겠지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겉모습이 아니라 속마음을 어루만져 주셨겠지요.
3. 해결중심치료 전문가로서, 저는 이 글이 대단히 해결중심적이라고 느꼈습니다. 해결중심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미'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해결중심치료에서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그가 이미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시는 할머니께서도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을 활용하셨잖아요?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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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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