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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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 일기 (D+1032)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4. 12. 7. 13:56
"아빠, 하늘을 날래요!" (뭐어? 하늘을 날겠다고?) 우리 딸내미께서는 요즘 '마녀배달부 키키'에 푹 빠지시었다. 아빠가 예전부터 키키를 무척 좋아해서 기념품을 많이 사 놓았는데, 애니매이션 내용을 동화책으로 재구성한 책을 한 번 읽어 주었더니 매일 읽어 달라고 조른다. 그리고 나중에는 애니매이션(모든 연령 관람가)도 보여 줬는데, 어느 순간부터 빗자루를 가랑이 사이에 끼고 아빠 뒤를 졸졸 따라 다닌다. 급기야는 키키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고 선언하면서, 아빠가 딸 겨드랑이에 손을 끼고 들어 올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미 몸무게가 15kg을 넘어섰다. 그러니까, 무겁다.) '마녀배달부 키키' 이야기를 꺼내자면, 13살 마녀 키키는 전통 마녀 관습을 따라서 집을 떠나 혼자서 낯선 도시에서 살아간다.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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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평생 본 연극 중 최고 작품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4. 11. 24. 21:18
2024년 11월 24일, 일요일. 결혼 기념일 주간을 맞이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무려 세종문화회관(M 씨어터)에 연극을 보러 갔다. 아이는 장모님께 안전하게 맡기고, (잠시나마) 오붓하게 둘만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광화문에 데이트하러 나왔으니,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장에 일찍 도착해서 시간도 넉넉히 남았다. 그래서 어깨로 따땃하게 흘러 내리는 햇볕 속을 누비며 산책했다. 특별한 일 없이 그냥 걸었는데도, 덕수궁 돌담길은 충분히 로맨틱했다. 아내 팔이 스스륵 내 품을 파고 들어서 팔에 단단히 감겼다. 행복했다. 한 달 전쯤, 한겨레 신문 문화면에 연극 '퉁소소리' 개막 소식이 실렸다. 처음에는 팔순을 넘기신 노배우 이호재 선생께서 나오신다고 해서 관심이 생겼지만, (각본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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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 일기 (D+809)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4. 8. 5. 16:21
(이젠) 바다, 안 무서워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아빠: 봄아, 바다, 무서워? 딸: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다, 안 무서워. 우리 가족은 매년 여름휴가가 시작되면 강릉을 방문한다. 강릉은 경치도 아름답고 음식도 맛있지만 역시 바닷물이 시원해서 좋다. 수영을 잘 못해도, 굳이 몸을 바다에 밀어 넣지 않아도, 발목까지만 바닷물에 담그면 영혼마저 서늘해진다. 내 딸은 생후 30개월을 갓 넘겼는데, 아빠를 닮아서인지 겁이 많고 신중하다. 특히, 청각이 예민해서 작년 여름에는 파도 소리만 듣고도 몹시 무서워했다. 당연히 바닷물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딸기 사탕을 준다고 살살 꼬셔도 소용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딸 표정이 미세하게 달라졌다. 파도 소리를 듣고 여전히 ‘무섭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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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 일기 (D+895)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4. 7. 23. 16:42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D+895) 파인애플 맛 사탕 "아빠, 이거 먹어." 딸 아이가 길을 걷다 말고 사탕을 내민다. 조금 전까지 자기가 빨던 사탕인데 나더러 먹으란다. 침이 줄줄 흐르지만 얼른 받아서 입에 넣는다. 아빠를 좋아하니까 사탕도 주지 싶어서 오히려 기분이 좋다. 파인애플 맛이 입 안에 확 돈다. "아빠, 딸기맛 사탕 줘." 으이그, 그럼 그렇지. 또 다른 사탕을 먹으려고 빨던 사탕을 내게 버렸다. 좋다가 말았다. 다른 곳을 보면서 무심하게 손만 뻗는 녀석. 꿀밤을 한 대 콕, 쥐어박고 싶지만 참는다. 나는 딸에게 슈퍼 을이니까. 하라는 대로 해야만 하니까. 딸이 태어났을 때 분만실 간호사가 딸을 안고 나에게 다가 왔다. 그리고 나에게 특정한 포즈로 서라고 주문하고 사진을 여러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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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 일기 (D+856)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4. 6. 14. 11:24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 일기 (D+856) 사회복지사 아내: "내가 직장에 다니니까, 다른 엄마들처럼 4시에 어린이집에 가질 못하잖아. 나도 복지관에서 쉼터 센터장으로서 어머님들 만나 보면, 엄마가 콧빼기도 안 보이는 장애인보다는, 엄마가 자주 찾아 오셔서 선생님들과 얼굴도 보고 눈도 마주치며 대화도 나누는 장애인에게 마음이 아무래도 (아주 조금이라도) 더 가거든."나: "그렇구나,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지." 라고 답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답했다. 나: "응? 나 보고 4시에 어린이집에 가서 봄이 데려 오라고?"으이그, 이 나쁜 남편 놈아! 지금 그런 뜻이 아니잖아. 아내는 늘 네 사정 살펴서 배려하는데, 설마 너한테 그런 뜻으로 말했겠니? 워킹맘으로서 아쉽고 미안해서 그래. 아이가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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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대교가 보인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4. 5. 29. 10:06
동작대교가 눈 앞에 보인다 이재원 (2024년 5월 28일) "가만... 그러면 얼마나 온 거야? 편도가 17km 정도 되니까, 왕복이면 35km 정도네."강동구 성내동 집에서 출발해서, 한강둔치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30km 넘게 달렸다. 예전에 낙차해서 쇄골뼈가 부러졌을 때 타던 로드 자전거가 아니다. 유사 브롬톤 트라이폴드 자전거. 바퀴 직경이 16인치 정도 되고, 세 겹으로 작게 접을 수 있다. 로드 자전거를 타면, 상체를 완전히 숙여서 공기 저항을 줄이고 빠르게 달릴 수 있지만, 이 자전거는 그럴 수 없다. 허리를 꽂꽂이 세워서 타야 해서 속도를 낼래야 낼 수가 없다. 자전거를 타면 잘 나가겠지, 무슨 공기 저항이냐? 라고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한강에 나와서 이리저리 불어대는 바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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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일기장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4. 4. 2. 06:48
글을 쓸 시간은 없는데 일단 쓴다면 잘 쓰고 싶어서 괴로워하는(?) 학생들 모습을 지켜 보면서, 문득 어머니 일기장 생각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40대에 접어들고 나서야 제대로 한글을 배우셨다. 정확하게 시점을 말한다면, 1994년 봄. 내가 큰 학교(大學校)에 입학했을 때였다. 당시 어머니는 매일 새벽 여의도 증권가 건물로 출근하셔서 뼈가 빠지도록 청소해서 생활비를 버셨다. 그 피같은 돈으로 아들 먹일 우유도 사시고 학비도 대셨다. 그리고 당신은 한글을 공짜로 가르쳐 주는 교회 야학에 다니셨다. 한글 선생님을 참 잘 만나셨다. 당시 야학에서는 30년 넘게 중학교에서 국어 과목을 담당하신 선생님께서 한글을 가르치셨다. 이 선생님께서는 아주머니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신 후에, 일기 쓰기 과제를 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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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777)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4. 3. 19. 16:28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777) (어린이집에서) 이혜진 선생님: "아버님, 며칠 안 봤다고 봄이가 내외하더라고요." 나: "아, 봄이가 저를 닮았나 봐요. 낯을 조금 가려요." 이혜진 선생님: "아, 그렇군요. 그래도 봄이가 좋아하는 노래 불러주면 또 다가와서 안기더라구요." 나: "맞아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지더라고요." (할아버지 집에서) 봄이 고모: "봄아~ 안녕? 잘 지냈니?" 봄이: (아빠 바지를 붙잡고 말 없이 고개를 돌린다) "...." 봄이 고모: "봄이 고모가 낯설어서 그렇구나?" 봄이 엄마: "호호호...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져요." (미용실에서) 민 부원장님: "어머, 얘~ 너 너무 예쁘다. 만화 캐릭터 같이 생겼네?" 봄이: (엄마 바지를 붙잡고 말 없이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