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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 귀염둥이론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열 꼭지 인물론 2020. 4. 2.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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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훨씬 나중에, 누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나서 쓰려고 했으나, 이 새벽에 뭔가 다른 글을 쓰다가 갑자기 삘 받아서 적는다. 

     

    1.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온 후로, 나는 사실상 이땅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충동을 갖게 되었다: 어떤 사람, 특히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단숨에 그의 영혼에 뛰어들기. 850km를 걷는 동안, 난 미쳐 있었다. 다름 아닌, 대화에 미쳐 있었다. 함께 걷던 외국인 친구들이 날 보고 "크레이지 코리안"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왜냐?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면서 단 한 명이라도 더 빨리 만나서 단 일 초라도 더 대화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 위를 마구 뛰어다녔으니... 미쳤다고 놀릴 수밖에. (내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를 이해한다면 약간은 다르게 생각했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2. 정현경, 이라는 사람은 나에게 있어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갖게 된 이상한 증상: 단숨에 친구되기를 추구하기, 가 정녕 이땅에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람이다. 한 마디로 그렇다. 우리는 원래도 친한 느낌이었는데, 최근에 특히 더 빠르게 친해졌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영혼이 이어졌다. 그렇다. 정현경은 벽이 없는 사람이다. 인간 그 자체와 바로 만날 수 있다. 물론, 내가 스스로 내 빗장을 벗긴다면. 내 벽을 무너뜨린다면. 친구로서 그의 영혼에 기꺼이 뛰어들 용의가 있다면. 

     

    3. 얼마 전 어느날, 장시간에 걸친 공부 후, 나를 집근처로 데려다 주는 누나로부터 그간 자신이 직업적으로 성장해 온 궤적을 들을 수 있었다. (프라이버시에 해당되는 내용은 가리고 말한다면) 이 여자, 오로지 용기와 열심을 밑천으로 아래에서부터 계단을 걸어 올라 온 훌륭한 현장 전문가이다. 아마도 다들 그 세세한 사연을 알지는 못하겠지만, 바로 이런 면 때문에 아주 많은 (여성) 후배들이, 모금업계나 사회복지 판 모두에서, 정현경을 모델이자 우상이자 멘토로 여기는 것 같다. 

     

    4. 이 여자, 일단 맷집이 세다. 한 직장에서 18년간 일했는데, 보수적인 사회복지 판에서, 어엿한 여성 리더로 꾸준히 성장해 온 사실만 봐도 그렇다. 아마 그녀와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을 터인데, 사랑하는 남편 분, "인격 맹봉학" 선생과 통화할 때는 "어머~ 오뽱~ 그랬쩌요, 어쨌쩌요" 하면서 아이처럼 완전 순수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러나 일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들었는데, 별명이 "마녀"란다. 얼마나 밀어 붙이고, 얼마나 (전문용어로) "얄짤 없으면!"

     

    5. 솔직하다. (프라이버시라 구체적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최근에 어떤 공부를 함께 하면서, 깜짝 놀랐다. 자기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완전히, 100% 깨끗하게 인정하더군. 그리고는 배우겠다고, 뭐든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겠다고 이 역시 깨끗하게 말하더군. 그리고 실제로 공부를 솔직하게 하시더군. 너무너무 바빠서 온갖 일정을 소화하느라 입이 돌아갈(?) 지경이지만, (게다가 집이 좀 먼가!) 그 빠듯한 시간을 쪼개서 정직하게 공부하시더군, 이런 특성은 단지 공부할 때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평소 대화하면서도 자연스레 드러난다. 그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솔직하게 털어 놓아서 놀란다니까. 

     

    6. 추진력이 장난 아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이 양반이 나를 여러 번 놀래켰는데, 어느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강의하는 공간, 맨 앞자리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계신 것 아닌가! 내 강의를 직접 듣고 싶어서, 신청하고 바로 달려 오셨다고 한다. 그리고 나에 대해서 평소 생각했던 아이디어들, 혹은 나와 함께 하고 싶은 아이디어들을 이야기 하셨다. (그중 일부는 이미 함께 진행 중이다.) 죽순이 땅 밑에서 기다릴 때는 뿌리를 여기저기 뻗느라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머리를 대지 위에 내민 이후로는 엄청나게 빨리 자란다는데, 꼭 그런 느낌이다. 이 양반. 

     

    7, 도움을 끝까지, 과하게(?) 준다. 참... 우리가 케미가 맞는 게, 이 누나는 나 보고 "쓸개까지 아낌 없이 내어 주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나야말로 이 누나를 그런 사람이라고 느꼈다. 내 강의를 듣고 나서, ("당연히" 냉정하게 판단해서 그러신 거지만) 좋다고 생각하신 후에는, 나에게 연락하셔서 이력서와 강의계획서를 달라고 하셨다. 드렸다. 그랬는데, 십 수 곳에 직접 이메일로 서류를 보내시고 일일이 전화를 돌리셔서 담당자 호명하고 내 이름 호명하고 하면서 나를 알리셨다. 정현경이 누구던가. 그 정현경이 이렇게까지?! 나는 내가 잘 되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지만, 완전히 시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영향력을 실제로 활용해서 나를 알려 주었다. 

     

    8. 똑똑하게 착하다. 그렇게 나를 전국적으로 알려준 이유가 뭐였을꼬? 우연히 전화 통화를 하다가 내가 "누나, 저 괜찮은 척 하고 있(었)지만 사실, 두려워요" 라고 말했는데, 그 이야기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이 동생이 걱정되었다고 한다. (물론, 내 가능성이나 내공을 직접 확인하셨기 때문에, 그 부분은 냉정하게 판단하고 그러셨던 거겠지만) 이렇게 누구,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도와 준다는 게...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가 안된다. 세상에는 미련하게, 혹은 잔인하게 착한 사람들도 많고, 나도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누나는 똑똑하게 착하다. 

     

    9. 의리가 있다. 어쩌면 이 부분이 나에게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나는 이 세상을 살면서, "충성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충성스러운 사람이라서라기보다는, 과거의 상처 때문에, 누군가에게 커다란 잘못을 했던 기억 때문에, 어쩌면 그리하여 내가 진정으로 충성스럽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살 떨리는 고통 속에서 처참하게 목도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두려움 때문에라도 누군가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을 배신하지 못한다. 그는 나를 배신할 수 있으되, 나는 그를 배신할 수 없다. 그런데 누나가 가장 멋있게 보였을 때는, 자신이 가장 힘들 때 자기를 도와 준 누군가를 (지금 당장 조금 서운한 일이 있더라도, 혹은 그 때문에 손해를 본다고 해도) 정말 끝까지 믿는다, 고 말했을 때였다. 

     

    10. 그러므로 나는 정현경을 사랑한다. (부디~ 오해 마시라, 여자로서 사랑한다는 게 아니다.) 인생 선배, 정현경을 사랑한다. 인간 정현경을 사랑한다. 

     

    덧붙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한 시간만에 일필 휘지로 쓴 걸 보면, 내가 누나를 정말 사랑하고 존경하긴 하나보다. ㅎㅎ (헤이, 현경 누나, 누나는 복이 터지셨네. 나처럼 잘 생기고 - 우웩, 그러나 사실 - 충성심 강한 동생을 두셔서!) 

     

    덧붙임2: 누님, 혹시라도 "나를 너무 긍정적으로만 봤어" 라는 따위 말씀은 하지 마쇼. 내가 누구요? 명색이 해결중심 환자요. ㅎㅎ 내가 누나 단점에 관심을 기울이고 초점을 맞춰서 어따 쓰겠소? 장점에 포커스 맞추는 것만도 바빠 죽겠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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