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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하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해결중심 부부-가족치료 이야기 2020. 4. 7. 09:21728x90반응형
(1) 내가 쓸려고 염두애 담아 두고 있던 단어인데... 혜민 스님이라는 작자가, (음, 음... 스님, 죄송!) 혜민 스님께서 이미 아주 깊게 써 놓으셨다. (암튼, 짜증나.) https://vo.la/1Gwt
(2) 어찌 보면, 부부치료란, 의사소통 교육이기도 하다. 의외로, “선생님, 제가 뭐가 문제인지 그냥 알려 주시고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알려 주세요” 라고 말하는 부부 내담자가 참 많더군.
(3) 나는 해결중심 상담자로서, 일방적인 지시나 교육, 정보 제공에 익숙치 않다. 초창기에는 내담자가 이렇게 나오면 적잖게 당황하고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고객이 원하는 대로 가야 옳은 방향. 요즘엔 (원하시면) 직접적으로 교육도 한다.
(4) 세계적인 부부치료자이자, 의사소통의 대가인 John Gottman 박사의 방대한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결국 부부/가족 간의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보다는 과정이요, 방식이라고 한다. 즉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마귀 할멈 같은 시어머니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공격적으로/상대를 무시하는 톤으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5) 그래서, 실제로 부부에게 이런 과제를 주기도 한다: “다음 번에 오실 때까지, 딱 한 가지만 해 보실게요. 계속 싸우셔도 됩니다. 됩니다만, 목소리 크기를 절반으로 줄이셔요. 이것만 해 보세요.” 글쎄... 이 방법이 효과가 있을까?
(6) 있다! 분명히 효과가 있다. 언어는 음성학적 소리 그 자체보다, 표정이랄지, 제스처랄지, 비언어적 정보에 의해서 작동한다고 한다. 더구나 한국어는 맥락적 요소가 굉장히 많이 작용하는 언어. 목소리 크기를 반으로 줄인다는 것은, 목소리에 실리는 공격성을 반으로 줄인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7)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 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태도가 중요하다는 거다. 하지만, 너무너무너무 미워 죽을 것 같은 남편/아내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목소리 크기를 반으로 줄이는 노력 외에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8) 결국은 내 마음(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해야 한다. 감정은 그 감정의 목적이 되는 대상에게 성공적으로 전달되고, 접수될 때 매우 신속하게 진정된다. 그러므로 어쨌든 표현은 해야 한다. 하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예컨대 분노 같은 감정은 자칫하면 과하게 표현될 수 있다.
(9) 그럴 때, 마침 알맞게 꺼내서 쓸 수 있는 표현이, 다름아닌 “서운하다” 같다. 어디에서 나왔고 언제부터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좋은 표현이다: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솔직하게 느껴지고 감정의 깊이가 잘 전달되는, 아름다운 한국어이다.
(10) 서운하다, 는 말에 관한 혜민 스님의 글을 링크 걸어둔 기사에서 주의 깊게 읽으시고, 대단히 아름답고 효과적인 우리말 감정 표현인 “서운하다”를 적극 활용하셔서, 싸울 때 싸우더라도 좀 더 평화적으로 싸우시길 기대한다. 끝.'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 > 해결중심 부부-가족치료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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