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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들에게
글쓴이: 이근자 (베스트지역아동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딸들, 엄마다. 우리는 매일 보고, 늘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뜬금없이 편지를 받으니 당황스럽지? 엄마가 정년퇴직할 때가 되니 이것 저것 생각이 많구나. 그래서 지난 일을 넋두리할까 하는데, 들어 주렴.
엄마가 매일 출근해야 했기에, 너희에게 ‘빨리 빨리’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했지. 어린 아이 속도에 맞춰 기다려 주어야 하는데 정해진 출근 시간이 촉박해 재촉했단다. 그래도 묵묵히 서둘러준 너희들에게 지금도 많이 미안하고 고마워. 또 엄마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다니며 엄마를 ‘엄마’가 아니라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했지. 엄마 생각엔 이렇게 해야 다른 아이들이 엄마를 덜 찾을 것 같았어. 그땐 너희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울지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단다. 한참 사랑이 필요한 시기에 엄마 사랑을 독차지해도 시원치 않았을 텐데, 친구들과 나눌 수 밖에 없게 만들어서 많이 미안하다. 그래도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참 많아서 지금도 오래된 사진첩 꺼내 보듯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참 좋잖아. 엄마는 그 시절 우리가 함께 쌓은 추억이 삶에서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상자라고 생각해. 어때,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지?
사실, 어린 시절 대부분을 엄마와 함께 지내서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해. 특히, 너희 가치관이 뚜렷하게 정립되어 있는 듯해서 엄마는 참 고맙고 기쁘단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늘 이야기하는 가치가 뭐지? 맞아. ‘베트스 정신’이지! 우리는 누구나 잘하는 것이 있잖아. 이미 가지고 있는 것,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정신. 그러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정신. 이게 바로 ‘베스트 정신’이야. 이런 정신을 지니고 살면 떳떳하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고,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 수 있다고 엄마는 확신해. 그리고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추구해 온 ‘베스트 정신’을 너희가 증명해 준다고 생각해.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동료들과 어울려서 직장생활 잘 하고, 더구나 모두에게 인정까지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엄마가 바르게 살았구나 싶단다. 너희들과 함께 자란 우리 아이들도 어디선가 너희와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말야.
사랑하는 딸들아, 엄마가 퇴직을 앞두고 보니, 내가 최선을 다해 온 길에서 이제 그만 내려온다는 느낌이 들어. 그런데 엄마에게는 아직 더 먼 길을 걸어갈 힘이 남았어. 그래서 퇴직한 후에도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일에 계속 매진할 거야. 너희들도 알고 있듯이 그림은 계속 그릴거고, 우리 지역사회를 위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배워 보고 싶구나. 나중에 글과 그림을 함께 담은 책을 출판해 보려고 하는데, 어때? 엄마, 할 수 있겠지?! 나도 ‘베스트 정신’을 발휘해 보려고 하는데, 응원해 줄 거지?
사랑하는 딸들아. 너희 아빠는 엄마랑 너희들을 보면서 ‘세 자매’라고 칭하잖아. 너희는 손해겠지만, 엄마는 이 말이 듣기가 참 좋단다. 엄마가 더 나이 들어도, 우리 사이 좋은 세 자매로 지내자, 딸들아!
<안내>
_ 본 글을 쓰신 이근자 센터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이근자 센터장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회, 주최하는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남희은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쓴이 피드백>
(1) 글을 쓰면서 느낀 점
정년 퇴직까지 1년 정도 남았다. 그동안 지나쳐 온 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30여년 동안 현장에서 일하면서 여러 모로 무척 고단했다. 하지만 내 뜻을 펼칠 수 있어서 행복했고 보람도 많이 느꼈다. 그런데, 짧은 글로 정리하기엔 내가 걸어온 시간이 너무 두텁고 길었다. 그래서 엄두가 잘 나지 않았는데, 이재원 선생님께서 편지 글로 써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셨다. 이재원 선생님께서는 내가 운영해 온 지역아동센터에서 성장한 어린이를 두고 편지를 써 보라고 제안하셨는데, 내 옆에서 함께 글쓰기를 공부하는 동료가 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보탰다: "따님에게 편지글로 써 보시면 어떨까요?" 실제로, 이 글을 쓰면서 딸 둘을 예쁘게 키웠던 시간이 추억 속에서 되살아나 마음이 따뜻해졌다.
(2) 첨삭 지도를 받으면서 느낀 점
나는 글을 쓰면서 글을 쓴 사람 특성이 잘 드러난다면, 때로는 글이 거칠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소 거칠더라도 내 모습을 담고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전목마 수업을 듣고 이재원 선생님에게 첨삭 지도를 받으면서 약간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글은 최대한 솔직하게 써야 하지만, 독자가 읽기에 조금이라도 더 편한하게 써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재원 선생님께서는 지도해 주실 때마다 빨간펜으로 마법을 부리셨다. 솔직하기만 한 내 글을 훨씬 더 매끄럽게 고쳐 놓으셨다. 나도 그렇게 글을 쓰고 싶다. 솔직, 담백하면서도 부드럽고 매끄러워서 독자가 술술술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덧붙임) 이재원 선생님께서 나에게 '존경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과분한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일 뿐이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빨간펜은 조금 많이 보이지만, 절대로 낙심하지 마세요. 이근자 선생님께서는 소재도 잘 포착하시고, 소재에 관한 핵심 생각(주제)도 잘 세우십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끌고 가시는 흐름(구조)도 무척 좋습니다. 하지만 문체가 조금 구식이고, 종종 너무 적게 설명하시는 약점이 보입니다. 아울러, 영어식 문장을 많이 쓰셔서 독자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읽고 이해하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강점은 좀 더 살리시고, 약점을 보완하신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읽어 봐도, 글 내용이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이근자 선생님께서 아이들 앞에서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오신 과거가 글 안에 투명하게 비치는 듯합니다. 이근자 선생님, 존경합니다.
<이근자 선생님께서 쓰신 글: 정말 잘 컸네. 아니, 잘 키웠다!>
<이근자 선생님 글을 읽고 내가 쓴 글: '그리곤 계속 울었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