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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어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11. 11. 10:43728x90반응형
<민경재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4년 11월 2일 토요일. 날씨: 화려한 샹들리에처럼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예쁜 날
(누가/무엇) 1. 후배가 결혼했다.
(내용/의미) 2. 신랑인 후배도 수려하게 잘 생기고 아내도 참 예쁘다.
(감정/생각) 3. 젊었던 어느 날이 아득히 떠오른다. 언제였던가.
<이재원 선생 피드백>
우와, 가을을 닮은 글을 근사하게 잘 쓰셨네요. 의도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마지막 줄이 중의적으로 느껴져서 특히 좋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후배가 젊었던 날을 떠올리신 듯했는데, 다시 읽어 보니 본인 젊을 때를 떠올리신 듯해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문득, 옛날 일을 돌아보았다는 사실이 중요하지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떠올리셨는지 궁금해지네요.
2024년 11월 7일 목요일. 날씨: 광활한 우주로 연결 된 듯 푸른 하늘이 높다
(누가/무엇) 1. 오랜만에 꽃집 ‘로즐리가든’에 들렀다.
(내용/의미) 2. 사장님은 “어머, 어머” 소리를 외치며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감정/생각) 3. 한 참 수다를 떨고 헤어지다 서운해한다. 내 친구가 참 좋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이 글은, 글 안에서 읽어도 좋고, 글 밖에서 읽어도 좋네요. 우선, 굳이 모든 세부 사항을 설명하지 않으셔도, 두 분 사이가 어떤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꽃집 사장님과 손님 사이이지만, 동시에 친구죠. 제가 알고 있는 역사를 인용한다면, 처음에는 사장님으로 만났는데 자주 만나다 보니 친구가 되신 사이죠. 글 밖에서 아는 내용과 연결해서 읽으면 더욱 깊은 맛이 우러납니다. (이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말하나 봅니다.)
2024년 11월 9일 토요일. 날씨: 베란다로 들어오는 햇살에 퐁당 빠지고 싶다
(누가/무엇) 1. 집이 너저분하다.
(내용/의미) 2. 치우고 싶다. 이제라도 치워야 한다.
(감정/생각) 3. 그래야 숨 쉴 틈이 생긴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세 줄 일기를 쓰는데 글감이 충분히 작다면, 그냥 이렇게 가볍고 짧게 쓰셔도 무방합니다. 주말이라서 어질러진 집안을 둘러 보며, 청소하고 싶어진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단순히 물리적인 대상을 치우고 싶지 않죠. 손에 잡히는 물건을 치우다 보면, 내 마음도 정리가 되고, 좀 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틈이 생기죠. 우아하게, 잘 쓰셨어요. (세 줄 일기, 형식을 정말로 잘 활용하시네요!)
2024년 11월 10일 일요일. 날씨: 봄 꽃구경에 질세라 가을 단풍이 뽐낸다
(누가/무엇) 1. 오늘 하루 종일 ‘너의 둘레’ 노래를 듣는다.
(내용/의미) 2. ‘나의 마음엔 둘레가 없어서 넌 넘쳐 버릴 일이 없어’ 둘레가 없다니,
(감정/생각) 3. 나도 누군가에게 어느 순간이라도 터무니없는 마음을 받아 주고 싶다.
<세 줄 일기를 뼈대 삼아, 좀 더 긴 글로 넓힌 글>
제목: 경계를 넘어
글쓴이: 민경재(안산시발달장애인주간활동제공기관 제일꿈터 센터장, 2024)
첨삭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나의 마음엔 둘레가 없어서
넌 넘쳐버릴 일이 없어
너의 품에 무너질 거야
터무니없는 내 마음을 안아줘
너의 품에 피워낼 꺼야 ♬
(이승윤, '너의 둘레' 중에서)
오늘 하루 종일 노래 ‘너의 둘레’를 듣는다. 나의 마음엔 둘레가 없어서 넌 넘쳐버릴 일이 없다니, 가수 이승윤이 쓴 가사를 곱씹으며 멍해진다.
최근 교육 갔다가 ‘경계존중’ 개념을 듣게 되었다. 경계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존중 받아야하는 물리적, 신체적, 언어적, 정서적, 시각적 개인영역을 말한다. 우리가 존중받고 존중하려면 늘 경계를 인식하고 함부로 넘지 않아야 한다.
나는 경계가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내가 먼저 경계를 넘나들기도 하고 상대방이 내 경계를 넘나들기도 했다. 그러다 상처가 생기고 종종 곪았다. 아픈 경험이 쌓이고 나를 지키는 방법,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워갔다.
그런데, 오늘 노래를 들으며 경계존중을 넘어, 내 경계가 얇아지기를, 낮아지기를 바란다. 나도 때때로 내 소중한 가족이, 지인이, 동료가 나에게 터무니없는 마음을 꺼내보일 때 그냥 온전히 받아주고 싶다. 내 품이 넉넉해지기를.
<이재원 선생 피드백>
세 줄로 쓰신 내용을 키워서 쓰셨네요. 역시, 각종 세부사항을 채워 넣으셨습니다. 이승윤 가수가 부른 노래를 인용하셨고요, '경계존중교육'을 받으신 이야기를 소개하셨어요. 그리고 노래와 교육이 겹치는 부분에 대해서 본인 생각을 짧게 정리해서 쓰셨어요. 맥락이 확대되고 이야기가 커졌는데, 분량으로 보면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대단히 간결하게 쓰셨습니다. 힘을 쭉 빼고 쓰셨는데, 밀도가 높습니다. 꽉 차게 느껴집니다.
그냥, 잘 쓰셨습니다. (선생으로서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민경재 센터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민경재 센터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참고 자료>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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