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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치료와 해방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0. 3. 12.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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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치료(Narrative Therapy)는 포스트모던 가족치료의 대표적 모델이다. 

    이 모델은 특히, 표면적으로 해결중심모델과 굉장히 유사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탐색해 보면 굉장히 다른 느낌이 든다. 

     

    이야기치료를 개발한 이들은, 호주의 정신보건사회복지사 마이클 화이트와

    뉴질랜드의 사회복지사 데이비드 엡스턴이다. 

    한 마디로, 이들은 68혁명 세대, 즉 길거리에서 돌맹이를 던지던 운동권 청년들이었다. 

     

    마이클 화이트는 인종 말살 정책의 희생자였던

    호주 원주민 에보리진 사람들을 만나고 도우면서 

    멸시당하고 숨겨져 왔던 그들의 이야기와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을 했다. 

     

    뉴질랜드 괴짜였던 데이비드 엡스턴은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면서 문화적인 권력관계를 깊이 이해했고 

    이런 관점을 심리치료/사회사업에 녹여냈다. 

     

    이들의 관심사는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의 "억압된 목소리"를 찾아내서

    숨겨진 권력 관계를 "폭로"하고, 새로운 "해방의 목소리"를 구성하는 일이었다.

     

    따라서 이들의 사상에 깊은 영향을 준 사상가가 미쉘 푸코라는 사실과

    페미니즘에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해결중심모델도 진리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기본적인 관점은 가지고 있지만, 

    철학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이야기치료만큼 "해방"에 관심이 있지는 않다. 

     

    이들의 관점이 그대로 담겨 있는 시그니처 테크닉인 "외재화" 기법을 생각해 보라. 

    이는 "문제는 문제일 뿐, 결코 그대가 아니다" 라는 사상을 테크닉화한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오줌싸개" 아이도 이 "오줌싸개"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스스로 붙이지 않는다. 

    엄마, 아빠, 혹은 주변의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붙인 별명이다. 

     

    "병신", "저능아", "미혼모", "변태 호모", 이런 말은 어떤가?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주류 사회가 비주류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붙인 꼬리표에 불과하다. 

     

    외재화 기법은, 평생 남에게 규정당하기만 하던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규정받은 정체성을 버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규정할 수 있도록, 

    외부에 의해서 규정된 정체성인 문제를 객체화하는 기법이다. 

     

    대단히 정치적이지 않은가? 

     

    해결중심모델도 결국 표면적으로는 유사하지만, 

    이야기치료처럼 "드러내놓고" 정치적이지는 않다. 

     

    억압되어 온, 소외된 목소리가 

    마침내 자기 목소리의 값어치를 되찾고 

    세상을 향해서 "내가 여기 있다"고 외치는 것. 

     

    이것이 심리치료를 대단히 정치적인 과정, 

    즉 해방의 노래로 만드는 이야기치료의 본질이다. 

     

    =====

     

    사진: 이야기치료의 총 본산, 호주 덜위치 센터의 소장, 쉐릴 화이트. 

    이야기치료 공동 개발자인 마이클 화이트의 부인. 저명한 페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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