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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사진+동영상 2020. 4. 14.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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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봄은 나에게 정말 특별하다. 

     

    (1) 우선, 5년 만에 처음으로 '봄'을 느꼈다. 2020년 3월 31일. 나는 벚꽃이 수줍게 피어 있는 어느 길을 걸으면서 펑펑 울었다. 만기 출소라도 한 기분이었다. 막 속이 울렁대고 벅찼다. 모든 게 아름다워 보였다! 지나가다 나무 밑에 시원하게 X을 싸던 개도. 양지바른 벤치에 앉아서 코를 파고 있던 할아버지도. 

     

    (2) 그날 어느 떡볶이 집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만났다(보았다, 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음, 심장이 벌렁대서 떡볶이를 미처 다 먹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외모만 아름다운 게 아니었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냥 존재 전체에서 광채가 났다. 사실이다. 물론! (너무 오랫만이어서? 너무 흥분해서?) 실제로 뭐가 잘 되지는 않았다. (으이그, 네가 그러면 그렇지.) 하지만 여전히 나에겐 특별한 기억이다. 그렇게 아름다운(attractive, 라는 단어가 좋겠다) 여성을 본 것만으로도 일단은 만족. (바로 앞에서, 떡볶이도 먹었는데?!) 

     

    (3) 모교인 성공회대학교 학부 과정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으아! 나에게는 감개가 무량한 일이다. 학부 직속 후배들 앞에 서서  해결중심에 대해서 떠들다니! 첫 강의 전에, 학생들 앞에서 울어 버리면 어쩌지?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물론, 코로나 사태 때문에 이런 불행한 일은 아예 이루어질 일이 없었다.) 

     

    각설하고, 

     

    온라인에서라도 후배들을 만나는 게 어딘가! 흐흐.

     

    그런데 이것들이(미안하다 후배들아) 질문을 안한다. 몇 주 동안 가만 기다려 보았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ppt 파일로 만든 동영상 끝에다가 이런 말을 덧붙였다: "(좋은) 질문을 주시는 분에게 약간의 부가 점수를 좋게 드리겠습니다. " 라고. 그랬더니, 아래와 같이 질문이 올라 왔다. (그러게, 진작 좀 알아서, 응? 질문 할 것이지. 짜식들이 말야.) 

     

    질문과 답변을 소개한다: 

     

    ===== 

     

    질문 1. MRI 모델에서 Attempted Solutions를 중단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당장은Attempted Solutions가 증폭시키는 문제점은 해결될 수 있으나. 기존 Attempted Solutions 이전에 있었던 원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기존의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Attempted Solutions를 중단하는 것은 일시적 해결책이 아닌가요?

     

    질문 2. 위와 같은 맥락에서 질문드립니다. 해결중심 모델은 내담자. 클라이언트의 강점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것이 사례를 통해 입증되셨다고 하였으나. 원 문제에 대해 어떠한 개입도 없이 강점만을 강조하여 해결되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데, 어떠한 이유로 해결이 되는 것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

     

    답변: 아주 좋은 질문을 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답변 드리겠습니다. 

     

    (1) 어떤 질문이든지, 이면에는 그 질문을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관점이 있습니다. OOO 학생의 질문을 주의 깊게 읽어 보니, 문제에 대해서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존재는 심층이 있고 표피가 있고, 문제에도 심층이 있고 표피가 있다. 우리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면, 표피만 건드려서는 안되고 심층을 건드려야 한다. 심층적인, 근본적인 것이 바뀌지 않았는데 표피만 건드린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변화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것일 뿐이다.

     

    맞나요? 아마, 정확하게 맞지는 않더라도 비슷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일부 인정합니다.

     

    이상의 관점은, 예컨대, 프로이트 이론에 기초한 정신역동 모델의 관점입니다. 심층을 건드리자, 는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 여러분이 배우고 계신 해결중심모델은 기본적으로 정신역동 모델과 "전혀 다른 차원"에 있는 모델입니다. 그래서 쉽게 비유하자면, OOO 학생의 질문은 (흑인에게) "당신은 왜 백인이 아니고 흑인가?"라고 묻는 것과 같은 질문입니다. 혹은, 어떤 선을 일단 그어 놓은 후에, 선 "안쪽"에서 선 "바깥쪽"에 있는 것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혹은, 의학에는 두 가지 범주, 즉 서양의학과 동양의학(한의학)이 분명히 함께 존재하는데, 서양의학만 의학이고 동양의학은 의학이 아니다. 왜냐하면 동양의학에서는 외과적 수술을 안할 때가 많은데 어떻게 외과적 수술을 안하고 의학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라고 질문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조금 어려운 말이지만) 해결중심모델에서는, 혹은 MRI 모델에서는 문제의 심층을 인정하지 않는답니다. 따라서 심층을 바꾸고 개입해야만 표피가 바뀔 것이다. 혹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 두 번째 질문도 사실상 첫 번째 질문과 바로 연결되어 있네요. 

     

    같은 이야기를 또 길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비유를 하나 말씀 드릴게요: 미국에서는 사람 성명을 쓸 때, 이름부터 쓰고 성을 그 뒤에 쓰죠. 반면에 한국에서는 성을 먼저 쓰고 이름을 나중에 쓰죠. 그런데 미국 사람이 한국에 왔다고 해 봅시다. 우리가 그 사람에게 당신은 왜 이름을 먼저 쓰고 성을 나중에 씁니까? 라고 질문을 한다면, 이 질문은 그 미국인에게 어떻게 들릴까요? 

     

    =====

     

    질문: 교수님께서 해결중심 모델의 접근법을 설명하실 때, 실용주의와 강점 관점을 말씀하시면서 내담자를 강점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좋지만, 강점 관점만 바라보는 것은 좋지 않아서 교수님께서는 실용주의를 지향하신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내담자를 강점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해결중심모델 접근법에서 어떤 면으로 좋지 않아서 실용주의를 더 지향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

     

    답변: 우선, 좋은 질문입니다! 

     

    답변하겠습니다. 세상을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나 관점은 일종의 미덕입니다. 좋은 것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상상해 보세요. 너무나도 믿었던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했습니다. 부모가 나를 버렸을 수도 있고요, 너무나도 사랑했던 연인이 떠났을 수도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너무도 많겠죠? 원망도 많을 것이고, 억울하기도 할 겁니다. 그런데, 이럴 때 누군가, 예컨대 친구가 내 옆에 다가와서 다짜고짜 "야, 그래도 너무 억울해 하지마. 세상엔 좋은 일도 많아. 그리고 네가 아직 죽은 것은 아니잖아? 우리 긍정적인 면을 보자" 라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그렇죠. 굉장히 큰 반감이 들 겁니다. 솔직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이 새끼가 뭔 개 소리를 하는 거야?" (욕해서 죄송.)

     

    어떤 면으로 좋지 않아서 실용주의를 (더) 지향하느냐, 고 질문하셨지요? 바로, 이런 경우가 상담 과정에서 생기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강점에만 집중해서 배가 바다가 아니라 산으로 가 버리는 경우. 

     

    강점관점과 실용주의는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강점관점이 나오게 된 이유가 바로 실용주의입니다. 밀워키 그룹(해결중심모델을 개발한 사람들)이 좀 더 나은 방법,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실용주의에 입각해서 찾다가 강점관점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찾아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저는 실용주의적인 태도를 놓치지 말자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지, 강점관점을 포기하자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다만, 어떤 사상, 철학, 태도, 모델 자체가 아니라, 이런 것들이 아무리 좋아도 지나치게 경직된 방식으로 적용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다 주거써, 나 말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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