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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지만 결정적인 변화의 순간들
    지식 공유하기(기타)/기타 2020. 6. 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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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작은 것들에 관심 기울이기(작지만 결정적인 변화의 순간들)
    (필자: 임상사회복지사 패트리샤 베렌슨)
    (번역: 2012년 2월 12일 / 사회복지사 이재원)


    나는 청소년 그룹 치료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과거 경험을 무척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을 매일 만난다. 이 친구들은 놀랍도록 솔직하고 순수하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들이 나중에는 그들이 변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놀라곤 한다. 


    조 엘렌은 청소년 그룹홈에서 살고 있는 15살 여성 청소년이다. 그녀는 3살 되던 해에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것을 시작으로 여러 번의 상실을 경험했다. 그룹홈에 처음 왔을 때 조 엘렌은 여러 가지로 고집을 피우고 말썽을 부렸다. 그녀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을 매번 밀어내기만 했고, 아무도 그녀에게 손을 대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당시 내 행동은 일종의 테스트였어요. 선생님들이 나한테 정말로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방법이었죠.” 그러면 나중에 조 엘렌이 변화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어느 날 조 엘렌은 연락이 금지된 생모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걸려서 전화기를 빼앗겼고, 이 때문에 매우 화를 내고 흥분했다. 조 엘렌은 그룹홈 직원들에게 숙소를 나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가출하기 전 담배 한 대 피우기로 결정했다. 그날은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날이었다. 한 직원이 조 엘렌의 마음을 눈치 챘고 그녀와 함께 있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조디(조 엘렌을 좇아 나간 직원)가 단지 몇 분 동안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조 엘렌을 불러 ‘제발 정신차리고 현명하게 행동하도록 설득’했을 거라고 짐작할 것이다. 하지만 조디는 억수같이 쏟아지는 폭우 한 가운데에서 조 엘렌과 함께 비를 맞으며 45분씩이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이 일이 알려진 후 수개월이 지난 후에, 조 엘렌은 조디와의 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경험이었는지 털어 놓았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어요. 하지만 조디 선생님이 제 옆에서 45분씩이나 서서 제 이야기를 들어 준 후에, 저는 선생님이 (제가 나갈까봐) 두려워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 저는 누군가 저한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 일이 있고 난 후부터 나는 더 이상 선생님들과 싸우지 않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선생님들이 저한테 정말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마이클은 8세가 되던 해에 청소년 그룹홈에 왔다. 그는 세상에 온통 화가 나 있는 소년이었는데, 이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일이었다. 그룹홈에 오기 전, 그는 양부모 가정을 다섯이나 전전했던 상태였다. 누구도 그를 원하지 않는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그는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로 여겼다. 불운하게도, 그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경험들 때문에, 학교 공부를 좇아가지 못했다. (지적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이제 마이클은 14세가 되었고, 자신에게 놀라운 변화가 시작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학교에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을 무렵, 그룹홈의 직원이었던 수잔이 그에게 진심어린 관심을 보여 주고 여러 가지로 도와 주었다고 한다. 아침마다 수잔은 마이클을 깨우면서 ‘당신은 나의 태양, 단 하나 뿐인 태양. 하늘은 어두워도 당신은 나를 행복하게 하지.’ 라고 노래를 불러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이클을 위한 특별한 도시락을 싸서 챙겨 주면서 학교를 보냈다고 한다. 마이클은 수잔의 관심 덕분에 힘들었지만 학교에 꾸준히 나가게 되었다. 


    그 전에는 어떤 어른도 저에게 그런 특별한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어요. 저는 그런 관심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수잔 선생님이 저에게 따뜻한 노래를 불러 주기 시작했죠. 엄마도 아닌데 말예요! 저는 수잔 선생님이 싸주시는 특별한 도시락을 기대하게 되었어요. 수잔 선생님은 도대체 어디서 그런 맛있는 도시락을 준비하는 아이디어를 얻으셨는지 모르지만, 저는 그 도시락을 정말 좋아했어요. 사랑이 가득 담긴 그 도시락 덕분에 나는 아침마다 침대에서 빠져나와 학교를 갈 수 있었고 전에는 전혀 관심 없던 공부에도 재미를 붙이게 되었어요. 기적 같은 일이었죠!”


    현재 16세로서, 입양인인 엠마는 자신이 9살 때 그룹홈에서 겪었던 경험들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그때 전 밤마다 악몽을 꾸느라 정말 무서워했던 것 같아요. 새벽 1시나 2시까지는 잠자리에 들지 못했죠. 사실, 저는 예전에 밤마다 몇몇 친척들에게 성적인 학대를 당했던 경험이 있었고 그래서 항상 자는 걸 두려워했던 거였어요. 제가 그룹홈에 도착했을 때, 제 담당 선생님이셨던 데이브 선생님은, 저에게 밤에 후레쉬가 필요하면 말하라고 안내해 주셨어요. 


    처음에는 필요 없다고 말했죠. 겁쟁이로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데이브 선생님은 후레쉬를 한 번 써 보라고 권했고, 일단은 쓰다가 진짜로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들면 그때 반납하면 된다고 말해 주셨죠. 데이브 선생님이 그렇게 이야기 해 줘서 너무 기뻤어요. 그리고 데이브 선생님은 매일밤 제가 잠들 때까지 제 방문 앞에서 앉아서 저를 지켜 주셨어요. 선생님이 쉬는 날에는 다른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제 방문 앞을 지켜 주겠다고 약속해 주셨죠. 그 이전에는 어떤 사람도 저를 위해서 그렇게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제가 안전하다고 느낀 것이 이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데이브 선생님은 제가 두려워하지 않는 최초의 남자였어요. 무슨 일이 생기면 선생님이 반드시 저를 보호해 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조는 10살 때 그룹홈에 왔다. 그는 너무 오래 노숙생활을 해서 밥을 먹을 때 식탁에 앉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개념조차 없었다. 이제 건장한 17세의 청소년이 된 조는 옛날에 식사시간만 되면 선생님들과 (식탁 예절 문제로) 투쟁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제 기억으론, 그때 저는 포크와 나이프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아요. 다른 애들이 포크와 나이프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걸 보면서 제 자신이 바보 같다고 느꼈죠. 그때 저한테 너무나도 큰 의미를 준 것은, 바로 산드라 선생님은 내가 거의 매 식사 때마다 우유를 쏟았는데도 절대로 화를 내지 않으셨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리고 선생님은 저를 위해서 고기를 썰어 주셨죠. 그건 사실 별 것 아닌 작은 일이잖아요. 하지만 당시에 전 그 아무 것도 아닌 일을 하지 못했죠. 산드라 선생님은 심지어 다른 애들이 학교에 가고 없을 때 제게 오셔서 ‘식기 사용법에 대한 비밀 강의’를 해 주셨어요. 제가 식기 사용법을 선생님에게 따로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선생님이 비밀로 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했어요. 만약 다른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저는 왕따를 당했을 테니까요. 산드라 선생님은 저에게 인내심과 따뜻한 마음을 보여 주셨고, 저를 위해서 기꺼이 시간을 내어 주셨어요.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저에게 그렇게 해 주지 않았어요.


    바로 몇 달 전, 나는 크게 사고를 쳐서 보호관찰 처분을 계속 받아 왔던 16세 소년 앤디를 만났다. 처음에 앤디는 상담가를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자발적으로 나와의 면담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만날 때마다 나는 앤디의 관심이 예술-특히 그래피티 아트에 꽂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앤디는 심지어 몇몇 회기에는 자신의 그래피티 아트 작품을 들고 오기도 했다. 그래피티 아트 작품에 대한 앤디의 열정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고 나는 앤디에게 좀 더 큰 규모로 작품 활동을 하고 싶은지 물어 보았다. 


    나는 그에게 좀 꾸며야 할 필요가 있는 우리 기관의 빈 벽을 보여 줬고, 그 벽에 뭔가를 그려 넣고 싶은지 물어 보았다. 물론, 이 제안은 사전에 기관의 승인을 받은 것이었고 기관의 미술 선생님이 그를 지도하면서 돕기도 했다. 그 결과 앤디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멋진 그래피티 작품을 창조해 냈고, 그것은 열정을 발견한 젊음의 상징이 되었다. 앤디는 이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 나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최종적인 작품이 정식으로 게시되었을 때 그의 얼굴에 가득 핀 함박 웃음이 모든 것을 말했으니까!


    위에 소개한 이야기들이 암시하듯이, 아동-청소년들에게 큰 변화를 만들어 내는 변인은 매우 작은 일들이다. 너무나 자주, 아동이나 청소년들과 함께 일하는 우리의 매일 매일의 일이 반복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단지 밥을 먹이고, 학교를 보내고, 프로그램을 돌리고, 그렇게 우리 일을 단지 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아동-청소년들에게) 단지 순간만이 아니라 전 인생에 영향을 미칠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작고 간단한 행동의 힘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필자 소개) 패트리샤 베렌슨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시에서 개인/커플/가족상담일을 하고 있는 임상사회복지사이다. 패트리샤는 또한 런던 시 가족법원에서 아동과 가족을 대상으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료 출처: The New Social Worker 2011년 겨울 호에서)


    [재원 생각] 2013년 2월 13일 

     

    주말에 이 자료를 번역하다가,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찔끔 났다. 인간에게, 진정한 변화는 어떤 약물이나 고도의 기술적인 테크닉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단순하고 애정어린 관심과 태도에서 발생한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아동-청소년복지와 관련된 글이지만,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모든 사회복지사들이 읽을만한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재원 생각] 2020년 6월 9일 

     

    오늘 새벽 이 자료를 다시 읽다가, 또 다시 감동을 받아서 눈에서 물이 나왔다. 사회사업이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글이다. 나 개인적으로, 사회사업이란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과정에 동참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사람들은 "강점관점"이라고 하면 크고 멋진 강점을 찾는 일, 정도로 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진정한 변화, 진정한 기적은 바로 작디 작은 변화, 작디 작은 기적이다. 


    "다 주거써, 나 말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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