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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브리드 해결중심 자문 사례
    상담 공부방/해결중심 사례관리 자문 2020. 6. 2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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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복지관에서 사례관리자로 일하시는 사회복지사 선생님께서 내가 아는 해결중심치료자에게 자문을 구하셨다고 들었다(세부 내용을 전면적으로 바꾸고 다른 사례와 섞었음):

     

     "B라는 주민 분(30대 여성)이 계세요. 1인 가구로 수급자이시고 희귀질환을 오랫동안 앓고 계셔요. 원래 이 분 본가는 성북동인데요, 지금은 이 근처 - 복지관 근처에 혼자서 나와서 살고 계세요. 따로 나와서 살지 않으면 수급자가 되기 힘들어서요. 일주일에도 2, 3번은 본가로 들어가셔서 생활하신대요. 집안일을 돌보면서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계시는 거죠. 그런데, 아버지와 형은 이분의 역할에 대해서 인정을 잘 안해 준대요. 그런데 이분이 가족 문제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하시면서 복지관에 아버지를 만나 달라고 요청을 해 오셨어요. 복지관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지역을 벗어나서 성북동까지 간다는 것도 그렇고... 가족을 만나는 것도 그렇고...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해결중심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내가 아는 해결중심치료자는 다음과 같이 자문을 했다고 한다: 

     

    "우선, 사례관리의 모든 과정에서 해결중심모델을 억지로 적용하지는 않으시면 좋겠어요. 해결중심모델은 상황과 맥락을 날리고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이기 때문에, 이 사례처럼 상황과 맥락이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경우에 그냥 적용하면 맥락에서 한참 벗어난 방식으로 열심히 노력하게 되는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이 분은 따로 살고 계시지만, 아직 심리적, 사회적 독립을 못하고 계시잖아요. 이런 분에게 해결중심 질문을 구사하면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요'라고 답을 하실 거고, 이걸 개입 목표로 삼는다면 배가 산으로 가게 됩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결코 이분을 인정하지 않을 거에요. 제 경험상 완고하게 자기 고집을 지키는 사람(특히 노인)이 해결중심모델을 적용하기가 가장 어려운 사람입니다. 아마도 변화하지 않을 대상을 변화시키는 게 목표가 되면 비현실적인 목표를 두고 애쓰는 일이 생깁니다."

     

    "저는 오히려 이분이 지금 살고 계신 곳에서 삶을 조금씩 확대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자신을 절대로 인정해 주지 않을 가족에게 매달려 있기보다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현재 삶을 영위하고 있는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분이 원가족에게서 관심을 조금씩 거둬야 가족분들에게 관심을 더 받을 수 있을걸요? 줄다리기를 생각해 보세요. 서로 힘을 준 상태에서는 상대를 아무리 내 쪽으로 끌고 오려고 해도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줄을 슬며시 놓거나 해 보세요. 상대가 뒤로 쾅, 넘어질 수도 있는데 그제서야 고정된 패턴이 깨지면서 '쟤가 왜 저러지? 무슨 일 있나?'라고 관심을 보이게 될 겁니다."

     

    "해결중심적으로 접근하시기 전에, 본가 식구들을 만족시키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은 (필요하다면) 직면 기술이라도 사용해서 클라이언트에게 납득시키면 좋겠어요. 네, 직면은 명백하게 해결중심적인 접근 방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오히려 필요해 보입니다. 그동안 수십 년 동안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해 오셨지만, 성공하지 못하셨던 거잖아요. 아마도 이 분이 돈을 버는 노동을 하신다고 해도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지는 못하실 거에요. 비유하자면 그 목표는 움직이는 과녁입니다. 움직이는 과녁을 맞추기는 쉽지 않겠죠? 본인이 움직이는 과녁을 좇고 있다는 사실... 필요하다면 직면을 시킬 필요가 있어요. 물론, 상호 신뢰가 필요하겠지만요."

     

    "해결중심적으로 적용하는 것,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적용 맥락을 본가가 아니라 지금 이곳으로 가져오셔야 할 것 같아요. 아주 작은 것이라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는 노력을 지금 여기에서 해야 해요. 이분은 수급자이시고 취약한 상태에 계신 분이 맞지만, 자꾸 뭔가 보호하려 들고 복지관에 의지할 여지를 주시면, 영원히 의지하려고만 하실 거에요. 물론, 여러 가지 필요한 지원을 해 드리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아주 작은 것이라도 지금 여기에서 본인의 존재 의미를 찾고 현실적으로 하실 수 있는 역할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어떻게 해서든지 그 목표에 대한 예외를 찾는 노력보다는 현실적이고 의미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해결중심모델은 문제의 맥락과 환경을 날리고 단순하게 긍정적인 예외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따라서 맥락이 너무나도 중요한 경우에 잘못 적용하면,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를 증폭시키는 원인을 파고들 수도 있다. 그래서 해결중심모델을 본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맥락과 환경을 잘 찾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필자가 글 제목에 "하이브리드"라는 단어를 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해결중심모델을 단순하게 적용해도 될 상황인지 파악해서, 그 맥락을 적절하게 세팅하는 부분까지는 해결중심모델의 외부 논리를 적용하고, 적절한 맥락이 설정된 후에 본격적으로, 집중적으로, 해결중심적인 접근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사실, 누가 개입해도 어려운 사례다. 더구나 강점관점으로 접근하기에 한계가 많은 사례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연락한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어떻게 해서든지 클라이언트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일을 해 보려는 그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가 강점관점으로 접근하되, 지혜롭고 적절하게 적용해서 클라이언트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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