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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은 과거, 오히려 반복하고 싶은 과거
    공지사항 2022. 3. 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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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극단적으로 미래지향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해결중심상담에서도 과거를 탐색할 때가 있다. 오늘날 겪고 있는 문제가 어떤 원인 때문에 생겼는지를 알아보려는 의도는 아니다. 원인을 알아내려고 노력한다는 건, 그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면(그래서 깨끗하게 도려낼 수 있다면), 과거 원인을 바꾸어서 현재 결과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겠다는 게임 플랜을 따른다는 뜻이다. 하지만 해결중심상담에서는 과거를 탐색할 때 이런 목적(원인 탐색)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 대신, 과거 문제를 충분히 탐색하면서 앞으로 반복하고 싶지 않은 부분을 분명히 인식한 후에, 오히려 반복하고 싶은 과거 일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니까 미래로 나아가는 지향점을 걸어 두고, 그 안에서 과거를 되돌아 보는 셈이다. 

     

    나도 상담할 때, 정통(?) 해결중심상담에서는 다소 터부시하는 가계도를 그릴 때가 많다. 가계도는 태생 자체가 '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역기능적 문제가 세대 간에 어떻게 전승되는지를 알아보려고 설계한 도구'이므로, 가계도를 그린다는 건, 상담자가 기본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매커니즘, 즉 문제가 생겨난 원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신호이다. 하지만 나는 가계도를 그리면서 정서적인 해소를 추구하고, 그 문제가 싫은 만큼, 앞으로는 뭔가 달라지고 싶어하는 내담자의 마음을 포착하려고 애쓴다. 그렇다. 우리는 고통스러웠던 과거가 싫은 바로 그 만큼, 미래를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가고 싶어한다: 이런 작업을 할 때, 내가 자주 사용하는 고급 해결중심질문이 바로 '더 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은 과거 일은 무엇인가요?'와 '반대로, 오히려 반복하고 싶은 과거 일은 무엇인가요?'이다. (프랑스 해결중심치료자인 Marie-Christine Cabié에게서 배웠다.) 

     

    나는 이러한 치료적 맥락을, 바텀 업(Bottom-Up) 방식으로 미션/비전 작업을 진행 중인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 동료들께서 동료 직원들이 떠올리는 미래 비전을 탐색해 나가실 수 있도록 바꾸어서 제시해 보았다. 미래 비전은 말 그대로, 미래 모습을 시각적으로 떠올려 본 결과물이지만, 과거와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과거 경험이 전혀 없는 대상에 대해서는 아예 마음 속에 떠올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와 미래라는 시점을 과하게 대조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나아가려는 미래는 사실 이미 우리가 경험한 과거 속에 산재해 있다. 과거 일 중에서 참말로 우리다웠던 일, 그래서 다시금 반복하고 싶은 과거 역사가 어쩌면 미래 비전이다.


    태화 비전위원회 모퉁이돌과 함께 한 회의에서 내가 제안한 질문 세트 중 일부를 소개한다. 고급 해결중심 질문과 이야기치료에서 말하는 정체성 질문을 응용해서 작성해 보았다(태화 동료들께 어떻게 질문 세트를 설계했는지 설명 드리고, 질문/답변을 주고받는 연습도 라이브로/즉흥적으로 진행해 보았다): 

     

    _ 선생님께서 생각하시기에, 그동안 태화가 세상/지역사회를 위해서 해 온 일 중에서 '정말로 자랑스러웠던 일', '태화다웠던 일'은 무엇인가요? 실제적인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얼마나 태화다웠는지'만 고려한다면 어떤 일을 꼽으시겠어요? 직접 운영하셨던 사업도 좋고, 간접적으로 보고 들었던 사업도 좋고, 그냥 생활하시면서 느끼고 생각하셨던 경험도 좋습니다. (꼭 사업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태화다웠던 내용에 대해서 아무 이야기나 생각하는대로)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_ 언제 그 일을 경험하셨나요? (그 일이 언제, 어디에서 일어났나요?)

    _ 그 일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설명해 주세요.

    _ 그 일을 직접 경험하시면서/간접적으로 지켜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_ 그 일을 직접 경험하시면서/간접적으로 지켜 보시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_ 그 일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자랑스러웠나요? 뿌듯하셨나요? 감동적이셨나요?

    _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 때문에 그 일이 '태화답다'고 느끼셨을까요?

     

    _ 그 일을 다시 하고 싶으신가요? 동료들이 그 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신가요?

    _ 그런 일을 다시 하신다면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우리 태화가 그 일을 어떻게 할까요?

    _ 그런 일을 많이 해 나간다면, 세상/지역사회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할까요? (추상적)

    _ 뭘 보면 세상/지역사회가 그렇게 변화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요? (구체적)

     

    _ 태화가 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선생님께서는 어떤 행동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_ 직접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어떤 노력으로 힘을 보태고 계실까요?

    _ 그때 어떤 감정을 느끼실까요? 스스로 어떤 생각/다짐을 하실까요?

     


    <해결중심 가계도 그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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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8773-3989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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