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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시경 금지?!
    카테고리 없음 2022. 11. 1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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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성시경씨의 팬입니다. 제게는 만난 지 1년 정도 된 자상한 남자친구가 있는데요. 제 남자친구가 유일하게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성시경씨에요. 첫 번째, 성시경씨 노래 듣지 않기. 두 번째, 성시경씨가 나온 영상물 보지 않기. 세 번째, 성시경씨 라디오 듣지 않기. 성시경씨가 라디오 복귀한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문자가 왔습니다. '이제 라디오 금지.' 그래서 제가 "라디오는 문화생활인데,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니야?" 라고 했더니, 남자친구 하는 말, "그래서 굳이 꼭 듣겠다고?" 결국 듣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고, 라디오 들으면 헤어지겠다면서 협박까지 합니다. 네 번째, '잘 자요' 라고 말하지 않기. 성시경씨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잘 자요.' 제가 자기 전에 통화를 하다가 "자기, 잘 자요" 라고 했더니, "됐어, 끊어" 라며 화를 냅니다. 평소엔 정말 자상하게 잘 해 주는 남자친구지만, 성시경씨 이야기에는 무척이나 예민해지네요. 제 남자친구의 성시경씨 노이로제 좀 없애주세요."

     

    <'성시경 금지' 유튜브 동영상>

    이상은 2011년 8월 13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소개된 방청객 사연. MC 유희열은 초대 손님으로 출연한 성시경과 관련된 사연이 있다면서 글을 읽는다. 사연을 들어보면, 윤현정이라는 방청객이 성시경의 팬인데, 그녀의 애인이 성시경을 질투(?)한 나머지 그녀에게 성시경과 관련된 여러 가지 귀여운 금지 사항을 걸어 두어서 힘들다는 내용. 유튜브 등 온라인에 '성시경 금지'라는 제목으로 10년이 넘은 아직까지 돌아다니며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성지(!) 영상'이다. 

     

    나는 우연히 유튜브를 돌아 다니다가 이 동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내가 가르치는 글쓰기 클래스에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전체적으로 글이 간결하면서도 핵심 내용을 제대로,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의외로 전개가 논리정연하다.) 둘째, (좀 더 테크니컬하게 말하자면) '변형된' 두괄식 단락으로 설명하는 방법이 잘 구현되어 있(어서, 학생들에게 두괄식 단락 전개 - 설명 방법을 가르치기에 적합하)다. 셋째, 글 중간에서 적절하게 인용법을 구사하고 있어서 훌륭한 모범 예시가 된다. 넷째, 논리 구조상 한 단락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어서, 단락을 분화시키는 논리/과정을 학습하기 위한 훌륭한 예시가 된다. 다섯째, 글 내용이 무척 유머러스하고 익살스러워서 읽기가 편하고 재미있다. 

     

    위 다섯 가지 이유를 하나씩 좀 더 자세하게 살펴 보자.

     

    첫째, 전체적으로 글이 간결하면서도 핵심 내용을 제대로,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나는 글쓰기 클래스에서 '글이 내용적으로 포화되었다' 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눈 앞에 배구공 크기 만한 이야기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이야기를 두고 세 사람이 글을 쓴다. A는 배구공 만한 이야기를 주먹 크기로 썼다. 일부 내용을 생략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글이 불친절해질 수 있다.) 한편, B는 배구공 만한 이야기를 농구공 크기로 썼다. 군더더기가 붙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글이 늘어지고 지루해질 수 있다.) C는 배구공 만한 이야기를 배구공 크기에 딱 맞춰서 썼다. 바로 이 경우가 '글이 내용적으로 포화된' 경우다. 원래 이야기 크기에 딱 맞춰서 쓰면 A가 쓴 글처럼 내용이 부족해서 어렵거나 불친절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B가 쓴 글처럼 글이 늘어지고 지루하지 않다.

     

    둘째, 필자가 인용한 대본은 '변형된' 두괄식 단락으로 설명하는 방법이 잘 구현되어 있다. 원칙적으로 두괄식 단락에서는 소주제문이 단락 맨 처음에 등장한다. 주제문이 앞에 나온다고 해서 '두괄식' 아니던가. 그런데 많은 경우, 소주제문이 두 번째나 세 번째 문장에 등장할 때가 있다. 이는 소주제문에서 다루는 소재를 먼저 소개하고 난 후에(도입 문장), 소주제문이 등장하는 경우다. 위 인용문으로 돌아가 보자. 해당 단락에서 소주제문은 '제 남자친구가 유일하게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성시경씨에요' 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앞에 저는 성시경씨의 팬입니다' 라는 문장과 '제게는 만난 지 1년 정도 된 자상한 남자친구가 있는데요' 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는 소주제문에서 소재에 해당하는 '성시경'과 '성시경을 질투하는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도입 문장이다.

     

    이는 상황과 맥락을 모르는 독자에게 다짜고짜 '제 남자친구가 유일하게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성시경씨에요' 라는 소주제문을 제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만 따지자면, 소주제문이 단락 중간에 등장했으므로, '중괄식' 단락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글감을 소개하는 도입 문장 두 개를 먼저 쓰고, 곧 이어서 도입 문장과 논리적으로 직접 연결되어 있는 소주제문이 따라 나왔으므로, 소주제문을 세 문장으로 쪼개서 썼다, 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형식적으로는 세 문장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한 문장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용적으로 긴밀하게 이어진 '사실상 한 문장'이 단락 앞부분에 나왔으므로 이 단락을 '두괄식 단락'이라고 규정하는 편이 논리적으로 자연스럽고 실질적이다. 

     

    셋째, 글 중간에서 적절하게 인용법을 구사하고 있어서 훌륭한 모범 예시가 된다. 위 예시문은 방청객이 보낸 사연을 전문가인 방송작가가 부드럽게 매만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왜냐하면 문체와 이야기 전개가 지나치게 자연스럽고 풍부하며 생생하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손길이 물씬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글 중간에 사연자가 남자친구과 나눈 재미있는 대화 내용을 대화체로 삽입하면서 글에 좀 더 탄력이 생겼고 생동감이 배가되었다. 물론, 남자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식으로, 대화 내용을 서술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실제 대화 내용이 직접적으로 인용되면서 성시경으로 인해서 사연자와 남자친구 사이에 형성된 야릇한(?) 갈등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었다. 

     

    넷째, 단락을 분화시키는 논리/과정을 학습하기 위한 훌륭한 예시가 된다. 설명에 앞서 원래 사연글을 다시 한 번 더 인용하겠다: 

     

    "저는 성시경씨의 팬입니다. 제게는 만난 지 1년 정도 된 자상한 남자친구가 있는데요. 제 남자친구가 유일하게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성시경씨에요. 첫 번째, 성시경씨 노래 듣지 않기. 두 번째, 성시경씨가 나온 영상물 보지 않기. 세 번째, 성시경씨 라디오 듣지 않기. 성시경씨가 라디오 복귀한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문자가 왔습니다. '이제 라디오 금지.' 그래서 제가 "라디오는 문화생활인데,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니야?" 라고 했더니, 남자친구 하는 말, "그래서 굳이 꼭 듣겠다고?" 결국 듣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고, 라디오 들으면 헤어지겠다면서 협박까지 합니다. 네 번째, '잘 자요' 라고 말하지 않기. 성시경씨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잘 자요.' 제가 자기 전에 통화를 하다가 "자기, 잘 자요" 라고 했더니, "됐어, 끊어" 라며 화를 냅니다. 평소엔 정말 자상하게 잘 해 주는 남자친구지만, 성시경씨 이야기에는 무척이나 예민해지네요. 제 남자친구의 성시경씨 노이로제 좀 없애주세요."

     

    다소 긴 한 단락으로 제시된 이 글을 여러 부분으로 나눈다면,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 나 같으면 다음과 같이 나눌 것 같다.


    (제 1단락) 저는 성시경씨의 팬입니다. 제게는 만난 지 1년 정도 된 자상한 남자친구가 있는데요. 제 남자친구가 유일하게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성시경씨에요. 첫 번째, 성시경씨 노래 듣지 않기. 두 번째, 성시경씨가 나온 영상물 보지 않기. 세 번째, 성시경씨 라디오 듣지 않기.

     

    (제 2단락) 성시경씨가 라디오 복귀한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문자가 왔습니다. '이제 라디오 금지.' 그래서 제가 "라디오는 문화생활인데,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니야?" 라고 했더니, 남자친구 하는 말, "그래서 굳이 꼭 듣겠다고?" 결국 듣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고, 라디오 들으면 헤어지겠다면서 협박까지 합니다.

     

    (제 3단락) 네 번째, '잘 자요' 라고 말하지 않기. 성시경씨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잘 자요.' 제가 자기 전에 통화를 하다가 "자기, 잘 자요" 라고 했더니, "됐어, 끊어" 라며 화를 냅니다. 평소엔 정말 자상하게 잘 해 주는 남자친구지만, 성시경씨 이야기에는 무척이나 예민해지네요.

     

    (제 4단락) 제 남자친구의 성시경씨 노이로제 좀 없애주세요.


    이렇게 나눈 근거는 무엇인가? 먼저, 제 2단락에 해당되는 대화 인용문은 독립적인 인용문이기 때문에 또 다른 단락으로서 분리시키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 다음에 제 3단락 부분도 남자친구가 사연자에게 금지한 항목 중 하나이지만 독립적인 이야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단락으로 구분했다. 그렇다면 마지막 제 4단락은 왜 제 3단락에서 떼어내서 한 문장으로 구성된 단락으로 구분했을까? 이 문장("제 남자친구의 성시경씨 노이로제 좀 없애 주세요")은 제 3단락이 포괄하는 이야기 경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제 3단락보다는 훨씬 더 큰 전체 내용을 포괄하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목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단락은 언제, 어떻게 분화하는가?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보통은 소주제를 중심으로 서로 논리적으로 결속되어 있는 문장이 5, 6개 이어지면, 대략 끊고 새로운 단락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내용이나 논리와 상관없이 무조건 문장 5, 6씩 단락으로 묶지는 않는다. 한 단락, 그러니까 생각 한 덩어리로 실질적이고도 독립적인 값어치가 생긴다고 판단되면 따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전체적인 내용 흐름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 덩어리를 빼고 넣으면서 관리하는 능력이 있어야만 자연스럽게 단락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다섯째, 글 내용과 분위기가 무척 유머러스하고 익살스러워서 읽기가 편하고 재미있다. 사연자가 보낸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는 '남자친구가 보이는 (다소 유치하면서도 귀여운) 질투심을 드러내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두 사람이 얼마나 알콩달콩 애틋하게 사랑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자랑하는' 내용으로 귀결된다. 여자친구를 너무나도 애정한 나머지, (사연이 소개된 후 마이크를 쥔 성시경이 하는 말처럼) 그냥 멀리 서 있어서 연결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대상을 두고, 여자친구가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질투심을 느끼는 귀여운(!) 남자친구 모습을 구경하면서 우리는 재미를 느낀다. 이렇게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필자가 전달하려는 주제가 더욱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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