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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예외질문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3. 11. 18. 08:45728x90반응형
<장면1>
다은: 오늘은 되게 멀쩡하시네요?
고윤: 네?
다은: 아니, 며칠 동안 이렇게 손이랑 대화를 하고 계셔 가지고...
고윤: 아~ 그거요? 제가 손가락 꺾는 버릇이 있거든요. 강박인 거 같아서 못하게 하려고. (갑자기 놀라며) 어!
다은: 어휴, 깜짝이야.
고윤: 나 손가락 안 꺾는데? (다은을 바라보며) 언제부터 안 꺾었지?
다은: 그건 반말인데?
고윤: 네? 혼잣말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은: 네, 혼잣말을 되게 잘 들리게 하시네요.
의사: (고윤 귓가에 의사 말이 들린다) "좋아하는 게 뭐 별건가요? 손을 꺾다가 그걸 멈추게 하는 게 있으면 그게 좋아하는 거죠."
고윤: (다은을 바라 보았다가, 다은이 들고 온 쑥개떡을 바라 본다) 쑥개떡 때문인가?
<장면 2>
고윤: (버스 정류장에서 다은을 기다린다)
다은: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 온다) 어? 안녕하세요 아직 안 가셨네요. 버스 안 왔어요?
고윤: 오늘 버스가 좀 늦네요.
다은: 아, 네.
고윤: (다은을 바라보다가, 손을 내려다보며 혼잣말을 되뇌인다) 쑥개떡 때문이 아닌가?
<장면 3>
의사: 예, 앉으시죠.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고윤: 제가 강박이 좀 있습니다. 뭔가에 자주 잘 꽂히는데요.
의사: 말씀하신 증상을 한번 볼까요?
고윤: (손가락을 마디마다 이리저리 꺾는다)
의사: (본인 손가락을 만지며) 여기서도 소리가 나네요?
고윤: 시도때도 없이 해요.이거 안하면 뭔가 불안하고 체한 것 같이 시원하지가 않아요. 이거 강박 맞죠? 제가 이것 때문에 사람들한테 미움을 받고 있거든요.
의사: 어... 왜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고윤: 이거 하면 손가락 굵어지지 않습니까? 봐봐요 이거! 사람들이 자꾸 피하고 욕해요. 손가락이 굵어서 SNS에 막 악플까지 다는데 저 정말 미치겠습니다.
의사: 손가락이 굵어서 악플을?
의사: (의료기록을 적는다) 강박증 인식. 손가락 꺾는 강박행위. complunsion (+) obsession. 가족력 없음. 굵어진 손가락으로 사회생활 지장 초래. 망상...?
<장면 4>
고윤: 선생님! 그거 아주 잠깐 사인데도 저 이 손가락 꺾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요.
의사: 환자 분은 그 드드득하는 소리에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고윤: 듣고 보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해.의사: 자, 그 소리가 관절 주변에 기포가 터지면서 나는 소리거든요. 앞으로 꺾고 싶으실 때 손가락을 한번 당겨보세요.
그러면 기포가 빠져서 소리가 안 날 겁니다.고윤: 아! 그런 방법이... 감사합니다, 선생님! (밖으로 나간다)
고윤: (진료실에 다시 들어온다) 손가락을 당겨봤는데요. 소용이 없어요. 소리 때문이 아닌 것 같아요.
의사: 충동이 들 때마다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면요?
고윤: 주머니에 집어넣어라? 아, 이러면 되겠다. 감사합니다. (밖으로 나간다)
고윤: (진료실에 다시 들어온다) 주머니에 손 넣고 있으면 건방져 보이지 않을까요?
의사: 좋아하는 건 없으세요? 거기에 좀 빠지면 손은 안 꺾을 수도 있는데...
고윤: 딱히 제가 좋아하는 게 없어서요.
의사: 게임 같은 걸 해보시는 건?
고윤: 자꾸 밤을 새서.
의사: 고양이를 한번 키워 보세요.고윤: 털 알레르기!
의사: 뭐 좋아하는 게 뭐 별건가요? 손을 꺾다가 그걸 멈추게 하는 게 있으면 그게 좋아하는 거죠.
고윤: 그럴까요?의사: 네!
<장면 5>
고윤: 근데 혹시 그거 직업병이에요? 저한테도 꼭 환자 상담하듯이 대하셔서.
다은: 어머 제가 그랬어요? 어머, 죄송해요.
고윤: 아니에요. 그런 건 아니고. 무슨 얘기를 해도 잘 들어주고 잘 공감해 주니까. 다은 쌤처럼 얘기 잘 들어주는 분 앞에서 뭐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다은: 아이, 별 말씀을.다은: (고윤에게 인사하고 걸어간다.)
고윤: (손을 바라보고) 강박이 없어진 게 다은 쌤 덕분이었네. 쑥개떡 때문이 아니라.
최근 절찬리에 방영 중인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1회, 2회, 그리고 3회를 보면, 강박증을 앓는 항문외과 의사 동고윤(작명 센스 하고는!) 이야기가 나온다. 의대 시절, 말 못할 고통(치질)을 겪은 고윤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항문외과 전문의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또 다른 말 못할 고통(강박증)에 시달린다. 고윤은 강박적으로 손가락 마디를 꺾어서 소리를 낸다. 고윤은 의사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이 일하는 병원(명성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 찾아가서 외래 진료를 받는다.
첫 번째 진료 시간에, 고윤의 주치의인 철우는 이렇게 말한다:
"강박장애는, 강박적 생각에서 일어나는 컴펄전, 예를 들어서 어떤 불안이나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서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거죠."
그리고 이렇게 질문을 이어간다:
"혹시, 최근에 뭐 불안한 일이나, 뭐 걱정되는 일 같은 거 있으세요?"
"가족분들 중에 강박증을 앓거나 앓으신 분들이 있으세요?"
철우는 무엇을 알고 싶을까? 혹은, 무엇을 밝히려고 이렇게 질문할까? 원인! 철우는, 강박행동을 촉진할 만한 원인(불안/괴로움)을 밝히기 위해서 첫 번째 질문을 던졌고, 선천적인/생물학적인 원인(가족력)을 밝히기 위해서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고윤에게는 그런 원인이 없다. 원인이 있다고 해도, 현재는 의식적으로 알아낼 수 없다. 그리고 어쩌면 '원인을 모르니 더욱 답답한' 상황에 빠졌다.
이제 고윤은 '강박적으로' 철우를 찾아가서 '해결책'을 묻는다. 그리고 고윤은 지속적으로 좌절을 맛본다. (철우가 제시하는 원인론/해결책은 게속 틀리고, 효과가 없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고윤은 강박적으로 손가락을 꺾는 행위를 조금 덜 하거나 아예 안 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같은 병원에 다니는 간호사 다은과, 우연히 버스를 함께 탄 날. 마침 자리가 나서 다은 옆에 앉는다. 다은의 무릎엔 숙개떡 박스가 놓였는데, 코를 찌르는 구수한 냄새 때문인지? 고윤은 손가락 마디를 꺾는 강박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깜짝 놀란다. 온갖 방법을 다 써 봤는데도 없애지 못했던 강박 행동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왜? 왜 증상이 없어졌지?
고윤은 쑥개떡 때문에 강박행동이 사라졌다고 믿고, 쑥대떡에 집착한다. 자기 떡도 아닌데 다은을 졸졸 따라 다니면서, 어떻게든 쑥개떡을 먹어 보려고 애쓴다. (다은이 이상하게 쳐다 볼 정도로.) 하지만 다은과 반복적으로 만나면서, 서서히 깨닫는다. 쑥개떡 때문이 아니라, 다은 때문에,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은을 좋아하는 호감 덕분에, 강박행동이 사라졌다. 고윤도, 고윤의 주치의 철우도 이 강박 행동이 왜 생겼는지 몰랐는데, 어쨌든 다은을 만나면 증상은 사라졌다.
지금까지 소개한 고윤 이야기를 관통하는 본질은 무엇일까? 문제가 어째서 생겼는지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는데도, 문제가 사라졌다는 사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만나든지 '원인'을 밝혀내려 노력한다. 왜? 평소에는 잊고 살지만, 역사적으로 따지자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17세기부터 서양에서 시작된 3단 콤보 혁명(과학혁명-산업혁명-시민혁명)을 계기로 형성된 근대(modernity)이며, 근대는 인과론 위에 세워졌다. 인간은 이성으로 자연이 움직이는 (인과론적) 규칙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고, 이 규칙을 활용하여 거꾸로 자연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현대(post-modernity)는, 이성주의/과학주의가 명백하게 한계에 부딪힌(혹은 처참하게 파산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시작되었다. 빛나는 이성을 근거로 세상을 지배하는 (인과론적) 규칙을 (다) 알아낼 수는 없다는 회의론. 의사도 소용 없다. 잘 생각해 보라. 고윤도 전문의고, 철우도 전문의다. 의사는 근대 과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정점에 서 있는 직업. 헌데, 합리적인 이성으로 도저히 원인(그리고 해결책)을 알아낼 수 없었던 강박 증상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라졌다. 원인을 알 수 없는데도, 해결책이 툭, 튀어 나왔다.
문제가 생긴 원인을 몰라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현대 철학(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언어철학)과 맥이 연결된 해결중심상담에서는 다른 거의 모든 상담 모델과 달리, 인과론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해결중심상담에서는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고정된 원인도 없으며, 고정된 해결책도 없다고 생각한다. 고정된 원인과 고정된 해결책이 없으므로, 문제가 생긴 원인에 관심이 없고 찾지도 않는다. 대신, 원인과 상관없이, 문제가 덜 일어나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는 때가 발생하는지 살핀다.
문제가 조금이라도 덜 일어나거나 안 일어날 때가 있(었)나요?
해결중심상담에서 대표적으로 구사하는 질문 기술, 예외질문이다. 고윤은 강박적으로 손가락 마디를 꺾는 증상이 없어진 순간을 스스로 찾았다. 하지만 만약에 해결중심상담을 받았다면, 상담자에게 바로 이 질문, '손가락 마디를 조금이라도 덜 꺾거나, 안 꺾을 때가 있(었)나요? (있다면) 언제인가요? 그때는 무엇이 다른가요? 그럴 때는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이하 생략)' 예외질문을 받았으리라. 물론, 누가 누구에게 질문하는지는 결정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타인이 질문하든, 스스로 질문하든, 문제가 생기는 원인을 밝히려고 애쓰는 방향이 아니라, 원인과 상관없이 문제가 사라지는 - 다시 말해서 그가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는 - 순간이 언제인지를 알아차리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궤적이 중요하다.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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