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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경하는 금동숙 선배님께 (강점관점 해결중심 사례관리 교육 후기)
    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4. 5. 2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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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하는 금동숙 선배님께


    처음에 저에게 전화를 걸어 교육을 의뢰해 주셨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강점관점으로 실천해 보려고 여러 번에 걸쳐서 여러 번 노력했어요. 교육도 받아 보고, 서류 양식도 고쳐 보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소장님에게 부탁 드려 봅니다." 많이 감사하고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저도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왜 어려운지요.

    지금까지 3시간씩 6회기에 걸쳐서 교육을 진행했고, 오늘 마지막 수업을 엽니다. 저는 이번 과정에서 시종일관 오로지 선배님께서 던지신 질문에 초점을 맞춰서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했답니다. 이제 수업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선배님께서 주시고 제가 품고 있던 바로 그 질문에 대해서 제가 생각한 답변을 정직하게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강점관점실천은 질적인 접근입니다.

    '어째서 우리 사회복지 현장에 강점관점실천을 적용하기가 어려운가?' 이 질문은 다음 명제를 이미 전제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복지 현장에 강점관점실천은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저는 많은 사회복지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 전제 자체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강점관점실천을 우리 사회복지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복지 시스템은 양적인 평가 기준 위에서 돌아갑니다. 그 어떤 일을 하더라도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가치 있는 사업이라도 평가 기준이 외면하면 힘을 쏟아 실행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복지 현장은 평가 기준이 고정해 놓은 일처리 방식에 사람이든 사업이든 가져다 맞추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반면에, 강점관점실천은 그런 기준 자체를 부정합니다. 강점관점실천 본질 중 본질은 각 사람이 가진 강점과 자원을 바로 그 사람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관점입니다. 그래서 절대적 기준 따위는 없고, 각 사람이 제 나름대로 본인에게 훌륭한 기준이 된다고 믿습니다. 개인을 시스템에 맞추지 않고, 오히려 시스템을 개인에게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정해진 사업을, 정해진 방식으로 진행하는 표준화 된 시스템은 강점관점실천과 애초에 잘 맞지 않습니다. 뭔가 빨리 빨리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는 사회복지사가 어떻게 각 사람에게 맞추는 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어요. 우리 시스템은 사회복지사가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꽤 많은 동료께서 저에게 '서류 양식'을 검토해 달라고 부탁하십니다. 자신이 만든 사례관리 양식이 강점관점에 비추어서 괜찮은지 아닌지를 전문가로서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십니다. 이런 요청을 받으면 일단은 응합니다만, 이 자체도 말이 안 됩니다. 문서 양식이란 표준화된 접근 방식 끝에 있는, 전형적인 양적인 접근 방식이니까요.

    사례관리 양식에 '클라이언트 강점'을 기록하는 공간을 만들면, 이 양식이 '강점관점'을 따르는 양식이 될까요? 아뇨. '우리는 강점관점을 따르려고 노력합니다'라는 신호는 되겠지요. 그래서 평가받는데 도움은 되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문서 양식에 집착하는 한, 클라이언트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강점관점실천은 실현하지 못합니다.

    부디, 오해하지 마세요. 전 '우리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애초에 강점관점으로 실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최소한 그렇게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태생적으로 양적인 접근을 강제하는 우리 시스템 안에서, 질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일 자체가 대단히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왜 안 되지?'가 아니라 '원래 어렵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 어렵고, 심지어는 불가능해 보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이마저도 평가 기준을 따라가는 방향입니다만) 가급적이면 사회복지사가 원하는 바나 옳다고 믿는 방향이 아니라 당사자가 원하는 바나 당사자가 옳다고 믿는 방향을 지향하는 방식이, '시대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이 옳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개 옳은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강점관점실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원칙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되네되네 원칙.' 다소 비현실적인 원리를 차가운 현실에 도입하려면, 관장님이 아니라 현장 실무자가 '이 원리를 적용하니, 뭐라도 도움이 되는구나. 그리고 이게 되는구나? 되네? 되네?' 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현장 실무자가 '되네? 되네?'라고 생각하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목표를 너무 높고 거창하게 잡으면 안 됩니다. 엄존하는 우리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다소 비현실적인 원리를 실천하려면, 우리 목표를 땅바닥으로 바짝 낮춰야 합니다. 문서 양식을 다 뜯어 고치지 말고, 현장에서 바로 실천하고 효능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누가 개입하더라도, 그 어떤 기술이나 모델을 적용하더라도 어려운 사례가 아니라, 누가 개입하더라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가벼운 사례부터 강점관점으로 접근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실무자가 '어? 이거 되네?'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복지관에서 매일 만나는 밝은 어르신과 긍정적으로 대화하는 연습부터 해야 합니다.

    '정중한 호기심'을 가지고 소소하게 잡담하는 연습부터 시작해야, 정말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클라이언트를 만나서 도울 때도, 지나치게 문제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토록 어려운 상황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 내 앞에 있는 클라이언트를 보면서 존경할 수 있습니다. 바로 앞에 선 작은 도미노가 넘어져야만 멀리 있는 큰 도미노도 넘어갑니다.

    맞습니다. 길은 실무자 마음에 있습니다. 제 아무리 훌륭한 선생을 초빙해서 교육해도, 실무자가 팔짱을 끼고 삐딱한 자세로 앉아 있다면, 교육받은 효과가 없습니다. 실무자는 죄가 없습니다. 그가 팔짱을 끼고 삐딱한 자세로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합니다. 교육 효능감을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본인 실천에 도움이 안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여러 주에 걸쳐서 함께 공부한 내용을 관장님 기관이나 자매 기관 선생님들께서 최소한 '냉소적으로 바라보지' 않으셨길 바랍니다. 공부해 보니, 각자 이미 잘 해왔던 내용이었음을 재확인하셨길 바랍니다. 우리 삶에 관련 없는 낯설고 이상한 걸 공부했다고 느끼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작게라도 실천할 수 있겠다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긴 시간 동안, 부족한 선생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 주신, 현장 실무자 동료들께 인사 드리고 경의를 표합니다. 사회복지 전선 한 복판에서 힘들고 어렵고 외롭지만 불굴의 정신으로 버텨오신 용사들에게 기립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 여러분께서 펼쳐 나가실,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을 응원합니다. 다시 말씀 드립니다. 길은 실무자 마음에 있습니다.

    2024년 5월, 부족한 선생 이재원 배상.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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