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간

17시간!

1. 2박 3일 동안, 충주 한국자활연수원에서 지역자활센터 실무자 스물 여섯 분을 모시고 해결중심 상담을 가르쳤다(심화교육). 올해 세 번째 숙박교육. 나는 가르칠 때 느긋하게 짚어가며 가르치지 않고, 매우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뿜어낸다. 그러면 에너지가 일정하게 빠져나가지만, 오히려 사람들에게서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2. 교육생은 자활 현장에서 2년 남짓 일하신 신입직원부터 무려 20년 넘게 일하신 베테랑 센터장님까지 매우 다양했다. (솔직히, 어떤 영역/현장에서든지 20년 정도 일했다면, 다른 사람에게 교육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 경력을 쌓았다면, 타인에게 배우기보다는 스스로 공부하고 생각하고 정리해도 충분하다.)

3. 선생으로서, 나는 언제나 ‘교육생이 단 한 순간도 졸지 않도록 수업하려고’ 애쓴다. 학생은, 일단 지루하지 않아야만 선생이 말하는 내용에 관심을 쏟는다. 역시, 요즘 사람들은 동영상을 비롯한 시(청)각 자료에 흥미를 느낀다. 내가 10년 동안 공부하면서 축적한 시(청)각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역시나 효과가 좋았다.

4. 두 번째 날, 어느 순간에 말문이 턱, 막혔다.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둔 논리가 갑자기 증발되었다.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교육생에게 사정을 솔직히 말하고 잠시 쉬었다. 위기가 기회가 되었다. 쉬면서 생각하다가 그동안 잊고 있던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오르면서 한 방에 정리되었다.

5. ‘우울과 자살’에 관해서 논할 때, 교육생 두 분께서 조심스레 나에게 다가오셔서 각각 질문하셨다. 가만히 들어보니 서로 처하신 상황은 상당히 달랐지만,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참여자를 걱정하시고 본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대처하셨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걱정하지 마시고 생각하신 방법을 실행하시라고 격려/지지해 드렸다.

 

6. 교육생 피드백: “참여자들을 상담할 때, 문제라고 인식하고 해결만 하려고 했는데… 생각의 큰 전환을 가져왔다. 참여자의 작은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기대감을 낮추는 목표를 설장하고, 참여자의 숨은 속내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해결중심적 상담 태도를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정리하시다니!)

7. 교육생 피드백: “이 시간 이 교육 자체가 많은 도움이 되었고, 4년차이지만 아직도 상담이란 게 막연하고 어렵다 생각이 들었는데, 조금은, 아니 많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질문할지 느꼈습니다.” (해결중심 질문을 바로 가르치기보다는, 조금 더 기본적인 상담 기술과 태도를 강조해서 가르쳤는데, 내 생각이 맞았다!)

8. 교육생 피드백: “내담자의 심정이나 행동의 원인을 다시 인지하는 시간이었음. 상대방 입장이나 생각을 계속 생각해야 하는데, 내 기준으로, 내 시선으로 보니, 많은 것들을 놓쳤던 것 같다. 생각을 고쳐 먹자고 스스로 다짐함.” (이 피드백을 읽어 보니, 내가 교육 과정을 계획하면서 추구한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느껴진다.)

9. 교육생 피드백: "’강의‘라기보다는 ’이야기‘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생각‘을 많이 해 보고 돌이켜 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이야기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후 다시 들춰보고 생각해 봐야겠다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도 미처 깨닫지 못한 의미를 이렇게 정리해 주시다니! 저야말로 무척 감사합니다.)

 

10. 마지막으로, 교육생 분들께서 장장 17시간(2박 3일) 동안 내 이야기를 성실하고 진지하게 들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 특히, 이미 다 아시는 내용일 수도 있는데, 겸손하게 들어 주신 베테랑 선배님들께 감사하다. 그리고 기회를 주신 한국자활연수원 이봉원 원장님과 담당 실무자이신 황현정 선생님께 마음 깊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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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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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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