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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작대교가 보인다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4. 5. 2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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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작대교가 눈 앞에 보인다 

     

    이재원 (2024년 5월 28일) 

    "가만... 그러면 얼마나 온 거야? 편도가 17km 정도 되니까, 왕복이면 35km 정도네."

    강동구 성내동 집에서 출발해서, 한강둔치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30km 넘게 달렸다. 예전에 낙차해서 쇄골뼈가 부러졌을 때 타던 로드 자전거가 아니다. 유사 브롬톤 트라이폴드 자전거. 바퀴 직경이 16인치 정도 되고, 세 겹으로 작게 접을 수 있다. 로드 자전거를 타면, 상체를 완전히 숙여서 공기 저항을 줄이고 빠르게 달릴 수 있지만, 이 자전거는 그럴 수 없다. 허리를 꽂꽂이 세워서 타야 해서 속도를 낼래야 낼 수가 없다.

    자전거를 타면 잘 나가겠지, 무슨 공기 저항이냐? 라고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한강에 나와서 이리저리 불어대는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 보면, 딱 안다. 그냥 지켜 볼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비유하자면, 무거운 공기 벽이 이마 바로 앞에 섰고 내 몸무게 뿐만 아니라 이 공기벽 무게를 감당하면서 미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실질적인 운동 효과는 트라이폴드 미니벨로가 로드 자전거보다 훨씬 더 크다고 느낀다.

    나는 왜 자전거를 다시 타는가?

    2019년 가을, 하필이면 추석날 당일, 당시에 살던 대림동에서 아라뱃길을 따라서 인천항까지 왕복 약 110km 길을 자전거로 달렸다. 그런데 인천 앞바다를 눈에 담은 후, 돌아오는 길에 약 80km 지점에서 사고가 났다. 기억은 안 나지만, 공중제비를 멋지게 돌았고, 무의식 중에 땅바닥에 손을 짚었는데, 충격이 전해져서 오른쪽 쇄골뼈가 으스러졌다. 난생 처음으로 앰뷸런스에 실려갔고 1주일 후에 수술을 받았다.

    어깨에 이물질을 집어 넣은 댓가로 (병원비) 250만원을 허비하고 퇴원하고 나니 돈이 무서워서라도 자전거를 탈 용기가 안 났다. 또 탔다가 사고 나서 또 다치면? 아예 팔을 못 들 수도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감사하게 되었다. 시속 40km에 육박하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신나게 달리다가 여러 번 사고 날 뻔했으니까. 그때마다 사고가 났다면 난 이미 죽어서 무덤 속에 누워 있을 수도 있으니까.

    뭔가 운동을 해야 했다. 에너지 넘치는 29개월 아이를 키우려면 체력을 키우거나, 최소한 유지해야 하는데, 빨리 걷기나 달리기는 나하고 영 맞지 않았다. 운동 효과는 좋은데, 재미가 없달까. 반짝반짝 걷거나 달렸만, 꾸준히 유지하진 못했다. 그러다가 자전거를 떠올렸는데, 여전히 무서워서... 전기 자전거를 떠올렸다. 페달을 돌려야만 전기가 작동하는 자전거는 운동 효과도 있다니 흥미가 땡겼다.

    하지만 역시 밧데리가 들어가는 전기 제품은 무겁고 위험하다, 싶어서 아쉽게 포기했는데, 우연히 유튜브 동영상에서 브롬톤 자전거를 봤다. "어? 이거 뭐지?" 우아한 자태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알아 봤다. 그리고 욕을 내뱉었다. "아니, 뭐가 이렇게 비싸?" 기본형이 250만원? 비싼 모델은 800만원이란다. 도저히 살 수 없는 금액. 정말 아쉬웠다. 덜 위험한 자전거라 나와 딱 맞았는데...

    그런데 '브롬톤 짝퉁'이 있단다. 수년 전 브롬톤 특허 기술이 풀려서, 중국 업체 중심으로 브롬톤을 그대로 베끼되, 다양한 기능을 탑재해서 싸게 판단다. 그래서 엄청나게 알아 봤다. 오만 가지 동영상을 다 찾아 보고, 고르고 또 골랐다. 싸고, 튼튼하고, 쉽게 잘 접히는 녀석을 골랐다. 색깔도 쨍한 빨간색으로 선택. 이젠 아내에게 잘 보고해서 꼬셔야 했는데... 문득, 괜찮은 명분이 떠올랐다. 내 생일 선물.

    7월까지는 아직 한참 멀었지만, '생일 선물 미리 사 줘' 라고 말하면, 넘어오리라 예상했다. 그리고 실제로 내 예상은 맞았다. 아싸! 사모님께서 흔쾌히 사 주신단다. 70만원 짜리를 이렇게 쉽게 허락하시다니! (여보, 당신은 역시 나를 많이 사랑한단 말이야.) 바로 인터넷에서 돈을 지르고, 물건을 받았다. (빠른 배송, 한국 만세!) 이렇게 길고 긴 사연을 거쳐서 결국 내게로 온 예쁜 녀석이 이 녀석(사진)이다.

    이젠, 알리 익스프레스 이야기를 아니할 수 없다. 자전거를 타 본 사람은 안다. 사실, 자전거 자체보다 자전거에 다는 악세사리 값이 더 커질 수 있단 사실을. 자전거를 다시 타려니까 예전에 타던 자전거에 달린 기본 악세사리 정도는 달아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알아 봤는데 이런 생각이 올라왔다: ''X발 역시 너무 비싸! 나는 안장에 10만원도 쓸 수가 없단 말이다!' 이렇게 한탄하는데 마동석 아저씨가 눈에 보였다.

    정확히는, 마동석 아저씨가 모델로 활동하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 익스프레스'가 보였다. (이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되지만) '하~ 짱개들~'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둘러 봤다. 욕이 또 나왔다. 싸다. 너무 싸다. 이렇게 쌀 수가 없다. 그런데 가성비가 장난이 아니었다. 곧장 아내를 조르고, 조르고, 또 졸라서, 약 25만원 정도 악세사리를 구매했다. 전부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하하.

    트라이폴드 자전거, 무엇이 좋나?

    지금까지 약 10번 정도 한강 둔치로 라이딩을 다녀왔다. 익숙한 광경이 펼쳐졌다. 민망한 쫄쫄이를 뻔뻔하게 입고 '지나가겠습니다아~'를 외치며 집단적으로 앞서가는 동호회 사람들, 트로트 음악을 크게 틀고 유유자적 홀로 달리는 어르신,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샤방샤방 달리는 어리고 예쁘고 멋진 연인, 그리고 크게 사고날 수도 있는데 개념 없이 자전거 도로를 걷는 이상한 사람들까지.

    로드 자전거를 탈 때는 잘 안 보였던 광경이 이제는 아주 잘 보였다. 허리를 꽂꽂히 세웠더니 한강 풍광이 훨씬 더 잘 보였고,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어서 사람들도 더 많이 관찰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전거를 타고 즐거워하는 내 자신을 더 잘 들여다 보게 되었다. 오늘 나는 어떤 감정을 품었는가? 무엇을 생각하는가? 어디로 가는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등등을 떠올리며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나에게 꼭 맞는 자기-돌봄(self-care) 활동

    자기-돌봄(self-care) 전문가 Justin Miller 박사(켄터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는 (a) 내가 즐거운 활동을 (b) 계획적으로 실행하고, (c) 비판적으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정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d) 담배나 흡연처럼 인체에 해로운 중독 증세가 없는 건강한 활동을 선택하고, (e) 자기-돌봄 활동이라고 널리 알려진 특정한 활동(명상 등)을 하지 말고, 자신이 고른 활동을 꾸준히 실행하라고 조언한다.

    오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최근에 다시 타기 시작한 자전거야말로 나에게 딱 맞는 '자기-돌봄' 활동 같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 계획성과 자기주도성. 다른 일을 다 하고 나서 자전거를 타지 않고, 일단 자전거부터 타고 나서 다른 일을 해야 한다. 일상 생활 속에서 루틴으로 수용해서 실행하지 못한다면, 일회적인 행사가 되어 버리니까. 가끔씩 한 번 특별한 활동을 실행한다고 나 자신을 잘 돌볼 순 없으니까.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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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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