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 일기 (D+856)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4. 6. 14. 11:24728x90반응형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 일기 (D+856)
사회복지사 아내: "내가 직장에 다니니까, 다른 엄마들처럼 4시에 어린이집에 가질 못하잖아. 나도 복지관에서 쉼터 센터장으로서 어머님들 만나 보면, 엄마가 콧빼기도 안 보이는 장애인보다는, 엄마가 자주 찾아 오셔서 선생님들과 얼굴도 보고 눈도 마주치며 대화도 나누는 장애인에게 마음이 아무래도 (아주 조금이라도) 더 가거든."
나: "그렇구나,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지."
라고 답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답했다.
나: "응? 나 보고 4시에 어린이집에 가서 봄이 데려 오라고?"
으이그, 이 나쁜 남편 놈아! 지금 그런 뜻이 아니잖아. 아내는 늘 네 사정 살펴서 배려하는데, 설마 너한테 그런 뜻으로 말했겠니? 워킹맘으로서 아쉽고 미안해서 그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에게 충분히 관심받고 사랑받으면 좋겠어서 그래.
바보 같은 나 자신을 책망하면서, 다음날 오후에 아내에게 슬며시 문자를 보냈다.
3류 남편: "여보, 어제 봄이 하원 관련해서 나한테 아쉽다고 말했는데, 내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로서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지."
고운 아내: "네, 여보. 고마워용. 우리 둘 다 정말로 잘 하고 있어요. 봄이도 아주 잘 커 주고요. 근데, 오히려 봄이는 너무 잘 지내서,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봄이한테는 신경 덜 쓰실까봐 살짝 걱정이 들어요."
3류 남편: "아냐, 우리 선생님들은 모두 전문가셔서, 안 그러실 거야."
아내는 20년 이상 (발달)장애인을 도운, 돌봄 전문가다. 인권 감수성도 매우 높고, 실행력도 좋아서 본인이 믿는 바를 최대치로 실천한다. 직장에서 일하듯, 집에서도 아이를 돌보고 키운다. 아이를 정중하게 대하면서, 충분히(끝까지) 기다려 주는 모습을 옆에서 보노라면, 나도 상담을 전공한 고학력 사회복지사인데,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모성이 '유별나게' 강한 엄마로서, 아이를 볼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니, 못내 아쉽나 보다. 타고 난 성격을 따른다면, 단 1분도 아이에게서 떨어지지 않을 사람. 뭘 해도 딸과 함께 꺄르르 꺄르르 웃으면서 즐겁게 논 사람. 그러니까 늘 아이가 고프다. 아이 허리가 부러지도록 꼭 껴안고 있어도 아쉽고 또 아쉽다.
그러니 내가 더 잘 해야 한다. 아내가 덜 걱정하도록, 내가 3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와 더 많이 놀아주고, 더 신나게 놀아줘야 한다. 양적으로는 다른 이들과 게임이 안 되니까, 질적으로 승부해야 한다.
아이가 갑자기 짜증내며 울 때는, 평소에 그렇게 순했는데 바닥에 누워서 데굴데굴 구를 때는, 도대체 왜 그러는지 한숨부터 나오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머리가 깜깜해진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곰곰 따져 보면, 다 그럴 듯한 이유가 있(었)다. 어른처럼, 아이도 아무 이유 없이 울진 않는다.
그리고 다른 거의 모든 일처럼, 육아에서도 거의 언제나 아내 말이 맞다. 더구나 우리 사모님께서는 거의 언제나 '맞는 말만' 꺼내신다. 그러므로 아내에게는 더욱 더 충성하고, 딸에게는 좀 더 존중하는 태도로 말하자. 알겠냐, 이 3류 남편/아빠 녀석아. 하하.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 > Personal Stor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 일기 (D+809) (0) 2024.08.05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 일기 (D+895) (0) 2024.07.23 동작대교가 보인다 (0) 2024.05.29 어머니의 일기장 (0) 2024.04.02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777) (0) 2024.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