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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 일기 (D+1032)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4. 12. 7. 13:56728x90반응형
"아빠, 하늘을 날래요!" (뭐어? 하늘을 날겠다고?)
우리 딸내미께서는 요즘 '마녀배달부 키키'에 푹 빠지시었다. 아빠가 예전부터 키키를 무척 좋아해서 기념품을 많이 사 놓았는데, 애니매이션 내용을 동화책으로 재구성한 책을 한 번 읽어 주었더니 매일 읽어 달라고 조른다. 그리고 나중에는 애니매이션(모든 연령 관람가)도 보여 줬는데, 어느 순간부터 빗자루를 가랑이 사이에 끼고 아빠 뒤를 졸졸 따라 다닌다. 급기야는 키키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고 선언하면서, 아빠가 딸 겨드랑이에 손을 끼고 들어 올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미 몸무게가 15kg을 넘어섰다. 그러니까, 무겁다.)
'마녀배달부 키키' 이야기를 꺼내자면, 13살 마녀 키키는 전통 마녀 관습을 따라서 집을 떠나 혼자서 낯선 도시에서 살아간다. 처음으로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다가 문득 마법을 잃는다. 키키는 오로지 하늘을 나는 눙력 밖에 없는데, 그 능력을 잃으니 존재 자체가 무너지는듯 우울해하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우여 곡절 끝에 다른 사람(톰보)을 구하면서(다시 말해 세상에 적응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하늘을 나는 마법을 되찾고 성장한다. 그래서 키키에게 마녀 빗자루와 비행은 독립과 시련과 성장을 의미한다.
그래서 딸내미를 번쩍 안아서 하늘(이라고 쓰지만 실제로는 우리 집 안방 허공)을 유유히 날도록 도와 주면서 아직은 까마득하지만 어쩌면 곧 찾아올 미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우리 딸이 아직은 너무 어리지만, 언젠가는, 아니 10년 후만 되어도, 이미 어엿한 청소년이 되어서 실질적으로 독립을 시작하겠지. 지금처럼, 종종 넘어지면서도 두고 보시라고, 혼자서 해 보겠다고 말하겠지. 그럴 때 나는 키키 엄마처럼 마녀 옷을 입혀주고, 키키 아빠처럼 따뜻하게 안아주고, 오소노 아주머니처럼 바로 뒤에서 든든하게 응원해 줘야겠지.
"봄아, 네 마음껏 날아보렴." (엄마, 아빠는 빗자루가 되어줄게.)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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