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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 이 책을 왜 사셨어요?!
    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0. 3. 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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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넹? 아니, 그 책을 사셨다고요? 

    안혜연 선생님: 제가 집요한 스타일이라서... 그냥 무턱 대고 사고 봤어요. 근데, 영알못이라서... 혹시, 이 책 내용이 우리말로 번역된 자료가 있을까요? 

    나: 에고... 사실은, 대략적인 내용은 알지만 저도 아직까지 읽지 못한 책이에요. 너무 옛날 자료이고, 이미 유행이 많이 지나서... 그러니까, 그 책을 왜 사셨어요? 

    안혜연 선생님: 어떤 내용인지, 너무 궁금해서요. 

     

    최근, 화성여자단기청소년쉼터에서 해결중심상담을 가르치고 있다. 쉼터 동료 선생님들께서 호기심이 많고 강점관점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보려는 의지를 많이 보이셔서 무척 기쁘고 흐뭇해 하고 있다. 그런데, 그곳 선생님들 중에서 안혜연 선생님께서 내가 강의 중에 언급한 Jay Haley의 책을 사셨다는 거다. 영어도 잘 못하시면서. 하하. 

     

    누군가 떠올랐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해결중심모델에 미친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해결중심모델을 처음 배우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국어로 출판된 해결중심 관련 책을 거의 모두 구해서 읽었다. 하지만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서 난생 처음으로 영어책을 샀다고 한다: 영알못인데! 처음에는 그냥 책을 읽기만 하려고 했는데, 도무지 성에 차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번역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총 220쪽이었다. 당시에 그는 부천 상동에서 서울 서초동까지 지하철을 타고 통근을 했는데, (출/퇴근 시간 총 3시간)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한 손엔 책을 들고 다른 한 손엔 아이폰을 들고 번역을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 쪽 번역하는데 5, 6일이 걸렸다고 한다: 영알못이니까! 그러다가 점점 속도가 빨라졌고... 결국엔 하루에 한 쪽씩, 220일 동안 그 책 전체를 번역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가 번역한 원서가 이 책이었고,

     

    그 번역 원고는 학지사를 통해서 한국에서도 정식으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흐흐흐... 그렇다. 사실, 저 책을 번역한 사람은 바로 나다. (나의 지도교수이신 김유순 교수님 / 전 해결중심치료학회 회장님과 공동 번역.) 나는 저 책을 시작으로, 해결중심모델 관련 영어책을 약 350만원어치 샀다. 나 자신도 그렇게 책을 많이 사게될 지 전혀 몰랐다. 그냥... 궁금했다. 너무나 궁금한 게 많았다. 호기심 때문에, 책을 사지 않고서는 도저히 배길 수가 없었다. 

     

    결국, 이번에 안혜연 선생님께서 구매하신 Jay Haley 책은 내가 선물로 받기로 했다. 하지만, 안혜연 선생님 덕분에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영알못이었던 내가 다시금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출/퇴근길 지옥철에서 인파에 시달려 가면서 하루에 한 쪽씩 번역하던 때가 떠올랐다. 아무도 말리지 못한 내 호기심. 

     

    해결중심모델에 완전히 미쳐 있었던 과거의 내 모습을 통해서, 다시금 오늘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조금 무뎌지긴 했지만,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Stay Hungry, Stay Foolish. 

     

    =====

     

    덧붙임1: 위 사연에 등장하는 안혜연 선생님께 사진 및 대화 내용 활용에 대해서 미리 허락을 받았습니다. 

    덧붙임2: 안혜연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열정에 감탄했습니다. 미래가 밝으셔요! 더 열심히 공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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