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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끄러운 고백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3. 2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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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운 고백. 

     

    나는 반려동물에 관해서는 조금 보수적인(올드한) 관념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동물은 어디까지나 동물이니 밖에서(개집) 키워야 한다. 물론, 적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냥 내 관념이 그렇다는 거다. 

     

    하지만 내가 반려동물 키우지 않는 이유는, 올드한 관념 때문이 아니라, 내가 생명을 책임 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키우기 어렵다고 헌신처럼 생명을 버릴 수는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어젯밤, 정말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한밤 중에 동네 마트에 가고 있었다. 길 한 켠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물체가 보였다. 눈에서 불이 나오는 길고양이였다. 누군가 버린 쓰레기를 뒤져서 참치 캔에 눌러 붙은 잔여물을 먹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도망가지 않았다. 1m 안쪽으로 접근했는데도 녀석은 참치 캔에 붙어 있었다. (아마도 너무나 배가 고팠나보다. 보통 때라면 틀림없이 쏜살같이 사라졌을 텐데.)

     

    결국 내가 바로 옆까지 가서야 녀석은 도망을 갔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참치 캔을 줏어 들었다. 그리고 내 갈 길을 갔다: “역시, 고양이는 참 정이 안가… 더구나 저렇게 검은 고양이는 더욱… 불길하잖아."

     

    그런데, 큰 길가에 나온 순간, 환한 가로등 불빛이 내 손에 들려 있던 참치 캔을 비추었다. 나는 무심히 그 캔을 들여다 보았다… 아. 뿔. 싸. 내. 가. 지. 금. 무. 슨. 짓. 을. 한. 거. 지? 저. 불. 쌍. 한. 것. 을… 

     

    나도 모르게 배고픈 생명을 괴롭힌 셈이었다. 그것은 분명히 정서적 학대였다. 마트에 가는 동안 상황이 점점 인식이 되었다: 너무나도 배가 고파서 잔여물이 말라 붙어 있는 참치 캔을 빨고 있던 녀석… 

     

    마트 참치 코너에 잠시 멈추어 서서, 커다란 놈으로 한 캔 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녀석이 숨어서 먹을 수 있을 법한, 자동차 밑에 슬며시 참치 캔을 놓아 두었다. 마음 속으로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저런 놈은 찢어 죽이고 말려 죽여야 해. 광화문 네 거리에 발가벗겨서 거꾸로 내 걸어야 해. 삼족을 멸하고, 구족을 멸해야 해. 아주 죽여버려야 해."

     

    우리는 이런 말을 종종 듣고 산다. 나도 흉악한 뉴스를 보면서 저런 말 했던 것 같다. 아니, 범죄자라고 종자가 다르지 않아. 누구나 "절대적인 권력을 갖게 되면" 다른 생명을 학대할 가능성이 있어. 

     

    그래서 힘의 균형과 견제가 중요하다. 
    그래서 감시와 시선이 중요하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잠시나마 생명을 경시한 내 잘못을 고백한다: “검은 고양이 네로, 너무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다시는 그러지 않으마."

     

    한 마디: 도와 주지는 못할 망정, 쪽박을 차지는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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