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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좋은 친구, 상경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4. 7.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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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12월, 크리스마스 즈음... 

    정겨웠던 논산 훈련소를 떠나 자대 배치를 받은 곳이, 

    수도군단 직할 700 특공연대였다. 

     

    주먹이 수박만큼 컸던 무시무시한 특공병 고참들, 

    과는 어울리지 않는 앳된 얼굴의 바로 윗 고참, 

    이 바로 메뚜기, 정상경 이병이었다. 

     

    그의 별명, 메뚜기가 왜 메뚜기냐?

    안경테가 초록색이라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했다. 

    희한한 별명이지만 나는 그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는 의무병1, 나는 의무병2. 

    람보가 들고 다니는 M60 기관총 부사수였던 우리는,

    군생활 동안 바로 옆 자리에 누워서 동거동락했다. 

     

    =====

     

    전역 후, 사회에서도 우정을 이어갔다. 

    나는 수능을 다시 쳐서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 

    그는 학부 졸업 후 신림동 고시촌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나는 그가 틀림없이 될 줄 알았다. 

    고참이 되어서 중국어 책을 두 권이나 뗀 그였다. 

    끈기와 뚝심이 엄청나게 강하단 걸 알았기 때문이다.

     

    어느날 그가 나를 찾아왔다.

    2차 시험을 앞둔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췌한 얼굴의 그와 정답게 대화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그에게 들은 말이지만, 

    그 즈음 시험 스트레스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

     

    수 년 전, 너무나도 힘들어서 죽고만 싶었던 어느날, 

    상경이를 손바닥만한 원룸에 초대했다. 

    고기를 굽고 찌개를 끓여서 밥을 먹였다. 

     

    집에 가려다 말고 돌아선 그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냈다. 

    그냥 평범한 단팥빵이었다. 

     

    오는 길에 사무실 근처에서 샀다고, 

    먹어 봤는데 이거 아주 맛이 있다고 

    너 생각 나서 사왔다고 했다. 

     

    그를 보낸 후, 혼자서 단팥빵을 먹으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근데, 왜 울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

     

    조금 극단적인 이야기이지만, 

    만약 필요하다면, 당장 지금이라도,

    나는 그를 위해서 죽을 수도 있다. 

     

    그가 나에게 무언가를 많이 해 주었던가? 

    아니,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운 것 같다. 

    그는 필요 이상으로는 나를 도와 주지 않았다. 

     

    함부로 값싼 동정이나 이해를 표현하지 않았다. 

    내가 두고 있던 거리만큼만 나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언제나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우정이란 그런 것이다. 

    친구를 깊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가 편하게 느끼는 곳까지만 다가가기. 

     

    =====

     

    어제, 어떤 선배와 대화를 나누다가 

    내 친구 상경이 이야기를 꺼냈는데 

    여지없이 펑펑 울... 뻔 했다. (억지로 참았다.) 

     

    상경이가 들으면 민망해 하겠지만,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고마운 내 친구를 사랑한다. 

     

    나는 아침마다 밖에 나가면서, 

    현관문 앞에 걸어 놓은 군번줄과 

    우정의 상징, "그 영수증"을 바라보면서 다짐을 한다. 

     

    더 건강해지겠다고, 

    더 밝아지겠다고, 

    더 잘 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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