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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식 공유하기(기타)/슬기로운 의사생활 2020. 5. 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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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 10화 중에서>

     

    양석형: 이럴 경우에, 아이가 조산될... 가능성이 높아요. 

    산모: 아, 어떡해요, 선생님... 

    양석형: 다행히 수술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 이런 케이스 종종 있어요. 우리 산모님만 겪으시는 일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산모: 선생님, 저 이번에도 아이 잃는 거 아니죠? 

    양석형: (조심스럽게) 그런 말씀 마세요.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에 온 아이는 꼭 지켜야죠. 우선 오늘, 수술 잘 받으시고. 당분간 집에서 안정감을 취하는 것이 중요해요. 어... 다음 외래는, 퇴원하시고 1주일 뒤에 뵐게요. 그때 오셔서 경부 길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할게요. 

    산모: (계속 흐느낀다.) 

    양석형: 메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산모님이 좋은 생각 많이 하셔야 아이한테도 좋아요. 

    산모: (눈물을 그치며) 네... 

     

    =====

     

    세상에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일이, 사실은 많다. 어렵게 임신을 했지만 유산할 위험에 직면해서 또 다시 이석형을 찾아온 산모. "유산이 왜 병이에요?" 라는 말을 듣고 펑펑 울던 그 산모다. 이 산모가 겪고 있을 고통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거다. 

     

    이혼도 그렇다.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부부 상담 사례: 

     

    수년 간 까맣게 몰랐던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고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남편. 신뢰가 깨져버려 도저히 함께 살 수는 없겠다고 생각한 끝에 이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뒤늦게 싹싹 빌고 있는 아내에게는 일말의 연민도 느끼지 않으며, 이혼 결심을 절대로 번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설마 상담자가 이혼했으리고는 생각하지 못한 그. 상담자가 배우자의 외도 문제에 대해서, 이혼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는데, "네가 뭘 알겠어? 네가 내 피끓는 마음을 알아?" 라는 태도로 다소 공격적으로 말한다. 그 순간, 상담자는 자기 개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물론, 제가 선생님 마음을 다 헤아리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섣부르게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고요. 하지만 방금 말씀하셨던 불면의 밤. 초저녁부터 아예 잠을 이룰 수 없는 고통, 그 고통에 대해서는 아주 조금 압니다. 왜냐하면 저도 이혼을 했거든요. 매우 고통스럽게요. 게다가 수년 동안 지독한 불면증을 앓았답니다."

     

    상담자는 프로페셔널로서 자기 개방을 했다고 한다. 프로페셔널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는 사람이다. 어던 목적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사전에 다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맞추어서 움직이는 사람이 바로 전문가다. 다시 말해서 이혼한 자연인 아무개로서 자기개방을 한 것이 아니라 프로페셔널로서 내담자의 마음을 읽고 의도적으로 자기개방을 한 것이다.

     

    그러자 이 남편, 단단하게 끼고 있던 팔짱을 풀면서 상담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주 조금, 얼굴 표정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그제서야 평화로운 대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공감이란 무엇인가? 

     

    칼 로저스의 정의에 따르면, 공감이란 상대방이 경험하고 있는 주관적인 세계(생각, 감정, 경험)가 마치 나의 세계인 것처럼 느끼면서도, 동시에 상대방의 경험이 사실은 나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바는 공감이 오로지 감정에만 관련되어 있다는 통념이다. 아니다. 공감은 대단히 인지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담자의 감정을 함께 느끼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전문가이다. 

     

    다시, 석형이 만나고 있는 산모의 경우로 돌아가 본다. 

     

    석형은 절대로 오버하지 않는다. 함부로, 무조건 좋아질 것이라는 식으로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침착하면서도 따뜻하게 산모의 마음을 살핀다: (1) 산모의 문제를 정상화시키고("이런 케이스 종종 있어요. 우리 산모님만 겪으시는 일 아니에요"), (2) 전문가로서 산모의 의지를 북돋아주면서("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에 온 아이는 꼭 지켜야죠"), (3)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플랜을 제시하고("우선 오늘, 수술 잘 받으시고. 당분간 집에서 안정감을 취하는 것이 중요해요. 다음 외래는, 퇴원하시고 1주일 뒤에 뵐게요. 그때 오셔서 경부 길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할게요"), (4) 아주 짧은 감탄사로 공감을 전달한 후에("에고...") (5) 산모의 눈높이에서 자상한 덕담 같은 말로 마무리 한다("산모님이 좋은 생각 많이 하셔야 아이한테도 좋아요"). 

     

    나도 저 훌륭한 부부치료자처럼 되고 싶다. 나도 석형처럼, "실력 있고 자상한" 상담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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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는 원조전문가의 태도 시리즈: vo.la/r3w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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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주거써. 나 말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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