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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어린이는 성장해서...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5. 29. 05:54728x90반응형
"ADHD: 어릴 적 내가 학교에서 받은 훈육"
원문: Jonathan D. Sherman(2015년 7월 19일)
번역: 이재원(2015년 7월 22일)
(FROM THE COMPLETE FAR SIDE, VOLUME ONE, BY GARY LARSON, P. 310)
이 만화를 보니, 옛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나는 아직 사람들이 ADHD에 대해서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했을 시절, ADHD 아동이었다. 당시의 나는 '게으르고, 산만하며, 남들 일에 끼어들고, 창조적이며, 어릿 광대 같고, 똘똘'했다. 이런 나는 자주 선생님에게 붙잡혀서 훈육을 받았다. 당시에는 개별적으로 다른 아이들의 학습 스타일에 맞추는 IEP(개별화 교육계획안) 같은 게 딱히 없었다.
당시에 내가 받았던 훈육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_ 분필을 쥐고 칠판이 온통 하얗게 되도록 똑같은 문장을 반복적으로 적는다. (나는 무지 무지 많은 문장을 적었다.)
_ 책상을 닦는 벌을 받았다. 이 벌은 일종의 자업자득이었다. 끝없이 책상에다가 뭘 적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책상에 많은 낙서를 하고, 그걸 몽땅 지우는 벌을 받곤 했다.
_ 칠판을 닦고 분필가루를 털어버리는 벌을 받았다.
_ 교장실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를 고려한다면, 나는 그 긴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 내 이름이 찍힌 커피 잔이라도 챙겨갔어야 했다고 생각하곤 한다.
_ 벽 보고 서 있기.
_ 도서관에 끌려가서 사전을 베껴 적어야 했다. 이건 그래도 좋았는데, 덕분에 언어를 사랑하게 되었고 어휘력이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 같은 책벌레에게 이 벌은 벌이 아니었다.
_ 부모님이 학교에 불려오셨다.
_ 방과 후에 학교에 붙잡혀 있기.
_ 나머지 공부에 붙잡혀 있기.
_ 매 맞기. 정말 엄청나게 자주 맞았다.
나는 이 모든 훈육 방법에 대해서 분개하지는 않는다. 어떤 훈육 방법도 나에게 결정적인 상처를 남기지는 못했으니까. 어른들은 나를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도 몰랐고, 내가 ADHD 아동이었던 사실도 몰랐으며 ADHD가 뭔지조차도 몰랐다. 어떤 선생님들은 좀 더 이해심이 많았고 지지적이었던 것 같다. 이 선생님들의 모습이 계속 기억나는데, 아직까지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반면, 어떤 선생님들은 정말 최악이었다. 아동 훈육 방법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조금 슬프지만, 좋은 선생님이 있는 반면, 나쁜 선생님도 언제나 존재한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일정 부분은 그땐 그랬지, 라는 생각이 재미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부산스러웠던 어린 조니도 괜찮은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존 체계에 잘 맞지 않고, 다루기 힘든 아이가 있다고 해도 그는 문제가 아니다. 제 길을 찾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다. 내가 받았던 훈육 방법 중 몇 가지는 이제 돈을 지불하고 받는 특별한 방법이 되기도 했다.
여러분은 어떤가? 나처럼 매를 맞거나 칠판에 문장을 반복해서 썼던 사람이 있는가? 여러분은 어릴 때 학교에서 어떤 훈육을 받았는가?
[재원 생각]
내가 "My Happy Virus"라고 부르는 친구가 있다. 바로 미국 유타 주에서 해결중심치료자로서 일해 오고 있는 조나단(Jonathan D. Sherman)이다. 그는 재미있고 현명한 아내, 카라(Kara Poppleton Sherman)과 5남매를 두고 살고 있다. 조나단의 가장 큰 특징은 언제나 유쾌하고 즐거운 에너지가 넘쳐서 크고 작은 장난으로 사람들을 웃겨주고 분위기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조나단의 유머 감각이 잘 드러나는 사진 장난!
원래, 이 장면은 1980년, 불세출의 영화 천재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공포영화, "샤이닝(The Shining)"의 한 장면이다.
조나단은 틈만 나면 재미있지만 남에게 피해는 끼치지 않는 유쾌한 장난을 친다.
조나단은 어릴 적에 너무 에너지가 넘쳐서 탈인, 아마도 요즘 같았으면 "ADHD" 라는 부정적인 진단명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을 아이였다고 한다. (위로 돌아가서, 조나단이 학교에서 받은 벌의 목록을 쭉 읽어보라.) 그러나 지금 조나단의 모습은 어떠한가? 바로 어릴 적 가지고 있었던 ADHD 성향을 너무나도 너무나도 긍정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그리하여 수많은 내담자를 즐겁게 돕고 있는 해결중심치료자가 되었다. 그 누구도 조나단의 밝은 에너지를 가로막을 수는 없다: "다 주거써. 나 말리지 마."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지금 현재의 모습을 근거로 아무 생각 없이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여서는 아니된다. 그 꼬리표를 붙잡고 어린이를 질질질... 끌고 다녀서는 아니된다. 아니, 그 어린이가 나중에 커서 어떤 인물이 될지 그 누가 알겠는가?
"다 주거써. 나 말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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