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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해결중심상담을 해 보았어요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0. 6. 25. 07:21728x90반응형
2020년 봄 학기에, 모교(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해결중심모델을 가르쳤다.
처음으로 해결중심모델을 배우고, 처음으로 적용해 본 대학생들.
기말 과제로 가상의 사례에 대해서 해결중심 테크닉을 적용하여
클라이언트의 상담 목표를 끌어내는 것, 까지를 내 주었다.
그 중에 아주 성공적으로 과업을 수행한 학생의 사례를 소개한다.
(해당 학생에게 사례 공유에 관한 허락을 받았음.)
치료자: 안녕하세요.
내담자: 안녕하세요.
치료자: 아. 저 과제를 위해서 지금부터 녹음해야 되는데 괜찮으신가요?
내담자: 네. 괜찮습니다.
치료자: 아 네.지금부터 상담을 진행할건데요. 역할을 말해드릴게요. 30대 초반의 라디오 작가이고요. 솔직한 성격이시고 룸메이트와의 관계 때문에 고민을 가지고 있어요.
내담자: 네.
치료자: 그럼 상담 시작해도 될까요?
내담자: 네.
치료자: 반갑습니다.
내담자: 안녕하세요.
치료자: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기본적인 개인 정보를 물어본다.)
내담자: SBS에서 라디오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치료자: 아 그러세요. 어 그럼 라디오 방송 일에 대해서 아주 잘 아시겠네요?
(개인 정보에서 강점을 끌어내려고 시도한다.)
내담자: 네. 아무래도 대학 졸업하고 바로 이쪽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치료자: 아 그렇군요. 여가시간에는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세요?
(클라이언트가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좋아하는 것은 잘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담자: 여가시간이 많이 주어지지는 않는데 쉴 때는 필라테스를 해요.
치료자: 아 여가시간에 필라테스를 하시는군요. 필라테스 동작이 익숙하시겠어요.
(좋아하는 것에서 잘하는 것[강점]으로 넘어가고 있다.)
내담자: 그쵸. 다닌지 거의 1년 정도 돼서 웬만한 동작은 다 익숙해요.
치료자: 오, 1년 정도 하셨다니 오래하셨네요.
(조금 더 강점[예컨대 끈기]에 집중했다면 더욱 좋았겠다.)
내담자: 네. 제가 뭘 하면 좀 진득히 하는 스타일이라 배워서 집에서 응용하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치료자: 아 그러세요. 응용력이 좋으신가 봐요?
(부드럽게 강점으로 전환하고 있다.)
내담자: 네. 그렇게 어려운 동작은 아니고 간단한 동작들만 집에서 응용하고 있어요.
치료자: 오 배운 것을 일상생활에서 잘 응용하시는 군요. 이렇게 하는데 누가 도움을 주었나요?
(개인적 강점에서 환경적인 자원에 대한 탐색으로 전환하고 있다.)
내담자: 제 룸메이트인 것 같아요. 대학생 때부터 친한 동생인데 제가 어딜 가서 이렇게 배워오면은 그걸 룸메이트한테 써먹으면 반응이 되게 좋아요. 저랑 노는 걸 제일 좋아하거든요. 지금은 그게 너무 지나쳐서 문제지만요. 너무 좀 피곤해요.
치료자: 아 그렇군요. 선생님은 그러면 룸메이트한테 어떤 도움을 주나요?
(환경적 자원을 끌어낸 후, 클라이언트가 환경에 주는 도움을 끌어내고 있다.)
내담자: 음... 제가 밖에서 배워온 요리나 필라테스 동작 같은 거 해주면서 집에 있으면 심심하지 않게 해주는 거요. 뭐 지금은 제가 집에 거의 없고 일부러 다른 친구들을 데려와서 놀아서 이야기할 시간이 많이 없어요.
치료자: 오. 집에 있을 때 룸메이트에게 심심하지 않게 해주시는 군요. 아까 뭘 하면 꾸준히 하는 성격이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하는데도 누가 도움을 주었을까요?
(클라이언트의 개인적 강점에 집중하면서 환경적 자원을 조금 더 끌어내고 있다.)
내담자: 20대 초반 까지만 해도 뭐든지 잘 질려하는 성격이었는데 지금 일하는 라디오 피디님이랑 작가 선배를 통해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두 분이 뭘 하면 끝까지 열심히 하시거든요.
치료자: 아 같이 일하는 피디님과 작가님에게 영향을 받으셨군요. 그럼 선생님은 그 두 분에게 어떤 도움이 주었나요?
(환경적 자원을 끌어낸 후, 클라이언트가 환경에 주는 도움을 끌어내고 있다.)
내담자: 우선 피디님은 피디님이 하려고 하는 컨텐츠를 믿고 잘 따라요. 가끔은 이게 괜찮을까? 싶은 컨텐츠가 있는데 피디님 선택은 거의 옳더라고요. 그리고 작가 선배는 지금 거의 친언니 같은 사이라서 자주 만나서 놀고 고민이 있으면 잘 들어주면서 도움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치료자: 아 그러시군요. 제가 지금부터 낯선 질문을 드릴 건데, 괜찮으실까요?
(개인적 강점과 환경적 자원을 끌너낸 후, 상담 목표를 끌어내기 위해서 기름칠을 한다.)
내담자: 네, 괜찮아요,
치료자: 제가 숫자로 여쭤 볼게요,
(상담 초보자를 위해 설계한 이재원식 척도질문 세트로 상담 목표를 끌어내려고 한다.)
내담자: 네,
치료자: 아주 좋은 상태를 10점이라고 하고 그 반대를 1점이라고 한다면, 오늘은 몇 점에 계세요?
(전형적인 척도질문 소개이다. 오늘의 점수를 끌어내면, 그 자체로 문제가 중화된다.)
내담자: 음.. 오늘은 3점이요.
치료자: 아 3점이요. 그럼 몇 점이 되면, 더 이상 저를 만날 필요가 없어질까요?
(완벽한 10점 상태가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 점수를 확인한다.)
내담자: 5점에서 한 7점정도 되면 선생님을 만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치료자: 그럼 뭘 보면 7점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을까요?
(현실적인 점수가 나왔으니, 구체적인/행동적인 목표를 끌어내려고 시도한다.)
내담자: 룸메이트랑 예전처럼 사이가 좋아지면요. 근데 그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치료자: 뭘 보면 룸메이트랑 예전처럼 사이가 좋아졌다고 알 수 있을까요?
(액션 토크 질문: 클라이언트의 회의적인 태도보다는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내담자: 룸메이트가 저한테 집착을 좀 덜하면 사이가 좋아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일하지 않는 시간에 항상 자기랑 시간을 보내길 원해요.
치료자: 음 룸메이트가 선생님에게 집착을 좀 덜하길 바라시는 군요. 집착하지 않는 대신에 뭐가 있으면 좋을까요?
(무엇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답변을 "대신에"로 부드럽게 긍정적인 형태로 바꾼다.)
내담자: 좀 너그러워 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제 룸메이트랑 함께 있는 게 좋지만 때론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치료자: 아 그렇죠. 뭘 보면 룸메이트가 너그러워 졌다는 걸 알 수 있을까요?
(내담자가 원하는 바에 머물면서, 끈질기게 액션토크를 시도하고 있다.)
내담자: 제가 다른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해도 서운해 하지 않았으면 너그러워 졌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치료자: 그렇군요. 선생님이 다른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해도 룸메이트가 서운해 하지 않으면 뭐가 어떻게 도움이 될까요?
(추상적인 답변에 대해서 의미를 물어보고 있다. 아주 "고급진" 기술이다.)
내담자: 그렇게 되면 저도 기분 좋게 밖에서 놀다가 들어가니까 예전처럼 밖에서 맛있는 걸 먹으면 포장해 와서 같이 먹기도 하고.. 같이 갔던 카페가 괜찮으면 나중에 룸메이트랑 같이 갈 수 있고 뭐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치료자: 아 그렇죠. 그러면 아까 오늘 상태가 3점이라고 했는데, 선생님이랑 룸메이트가 어떻게 아주 조금만 달라지면 4점이 되었구나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목표를 설정한 후에, 그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기 위한 후속 질문을 시작한다.)
내담자: 흠... 대화를 조금 더 하고 싶어요.
치료자: 아 대화를요.
내담자: 네. 집에서 잠깐 마주치면 그냥 모른 척 지나가거나 서로 기분 상하는 말을 하거나 했거든요.. 감정 다 내려놓고 서로 좋은 말이나 안부 같은 거 한마디라도 좀 나누고 싶어요.
치료자: 아..그러시군요. 네 제가 오늘 상담을 바탕으로 나온 목표가 4가지가 있는데요. 선생님이 다른 친구랑 약속이 있다고 해도 룸메이트가 서운해 하지 않는 것,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포장해 와서 룸메이트랑 같이 집에서 먹기, 괜찮았던 카페 룸메이트와 함께 가기, 서로 좋은 말, 안부의 말 한마디씩 나누기 이 4가지 중에서요. 음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게 뭘까요?
(클라이언트의 상담 목표를 정리하고 있다. 가능성을 기준으로 물어본다.)
내담자: 음. 앞에 세 개는 좀 당장은 힘들 것 같고 바로 되기에는.. 좋은 말, 안부의 말 나누는게 가장 가능성 있을 것 같네요.
치료자: 아 그러시군요. 그럼 다음 주에 오실 때 까지 룸메이트랑 집에서 마주쳤을 때 좋은 말, 안부의 한 마디 한 번 나눠보고 오시겠어요?
(내일 당장 시도할 수 있는 행동 과제를 내 주고 있다.)
내담자: 네. 해볼게요.
치료자: 네. 감사합니다. 음 오늘 상담을 진행하면서 선생님과 룸메이트가 얼마나 힘들고 마음이 아프셨는지 많이 느꼈습니다. 이때까지 많이 힘들었어도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하시고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상담을 오신 게 아주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라디오 작가시면 시간도 많이 널널하지 않으실 텐데 이렇게 상담 와주시고 애를 참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룸메이트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시고 좋아하시는데 이 생각을 밖으로 표현하시는게 힘이 드신 것 같은데요. 제가 권하고 싶은 거는요 선생님이 룸메이트랑 함께 적어도 한 번만 더 오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상담 후 메시지: 칭찬을 기본으로 하면서 이미 함께 정한 과제를 내 주고 있다.)
내담자: 음. 네 그럼 룸메이트랑 한 번 얘기를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치료자: 네. 감사합니다. 그럼 얘기해보시고 저한테 연락 주세요.
내담자: 네. 알겠습니다.
치료자: 오늘 너무 수고하셨어요. 시간내주시는 게 어려우셨을 텐데. 오늘 상담 어떠셨어요?
내담자: 상담이 처음이라 어려울 까봐 많이 걱정했는데 그래도 편안하게 이야기가 잘 나와서 다행이예요. 다음에는 룸메이트랑 이야기해보고 같이 상담하러 오고 싶어요. 선생님이 이야기 해주신 거, 집 가서 룸메이트한테 안부의 말 한 마디 나눠보는 것도 꼭 해볼게요.
치료자: 네. 감사합니다. 오늘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내담자: 네.
<선생의 평가>
_ 처음 시도해 본 것 치고는 지나치게(?) 잘한 느낌이 든다.
_ 학생이 제출한 녹음 파일을 들어보니, 실제로도 아주 잘했다. (잘 한 것처럼 쓴 것이 결코 아니다.)_ "학생이 잘 하면 학생 덕," 이지만 이 정도로 가르쳐 놓다니, 선생으로서 내가 자랑스럽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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