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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브는 그 일을 사랑했지요.”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사진+동영상 2019. 12. 30.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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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1977년에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석사학위를 딴다고 해서 사람들의 변화를 돕는 방법을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매우 놀랐다. 당시 내 머리 속은 온갖 이론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내담자들을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식은 전혀 없었다. 나는 만약에 내가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배울 수 없다면, 심리치료사가 되지 말고 뭔가 다른 일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운 좋게도, 나는 밀턴 에릭슨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의 새로운 방식이 참 좋았다. 아울러 나는 곧바로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있다는 어떤 집단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이들은 밀턴 에릭스의 작업에 기초해서 어떤 실천 모델을 만들어 냈다고 했다. 나는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내야만 했고, 결국 알아냈다.

    나는 1982년 늦여름에 단기가족치료센터를 방문했다. 김인수와 스티브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나는 그냥 방문자였는데도, 그들은 나를 일방경 뒤 관찰실에 넣어 주었고 그들이 치료하는 장면을 관찰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들이 정확하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몰랐지만, 뭔가 대단한 일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나는 단기가족치료센터에서 9개월 동안 교육을 받기로 헀고 스티브가 나의 수퍼바이저가 되어 주었다.

    이후 9개월 동안,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자동차로 1시간 반 거리에 있었던 내 집에서 단기가족치료센터까지 운전을 했다. 스티브, 김인수, 그리고 Eve Lipchik, Elam Nunnely, Alex Molnar, 그리고 Marilyn Bonjean과 같은 다양한 팀원이 센터의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이 팀에서 상식을 초월하는 여러 가지 이론과 전략을 배웠던 일만큼 흥분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나는 밀워키 그룹의 작업에 빠져 있었고, 놀랄 만큼 빠르게 변화했다.

    어느날 내가 교육 중에 “두 분에게 거의 피드백을 받지 못한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스티브는 특유의 미니멀리스트적 스타일로, “뭔가 문제가 있었다면, 말했을 거에요”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듣고 꼼꼼한 피드백을 듣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아마 나는 “이건 이렇게 하면 더 좋았겠어요, 그리고 저건 저렇게 하면 더 좋겠어요” 라는 식의 피드백을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두 사람은 내가 잘하는 부분에 집중했던 것 같다.

    어느날 저녁, 우리가 MRI에서 발표한 논문, “Problem Focused Therapy(Weakland, Fisch, Watzlawick, & Bodin)”을 리뷰하고 있을 때, 나는 우리가 당연히 “Solution Focused Therapy” 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티브는 내가 논문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거절하면서 스티브가 논문을 써야 한다고 제안했고, 결국 그가 썼다(de Shazer et al., 1986). 이 논문을 계기로 단기가족치료센터가 단기치료 진영에서 하나의 독립된 집단이 되었다.

    교육 기간이 끝나자, 스티브는 나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고, 이후 3년 동안 나와 스티브, 그리고 Wally Gingerich는 함께 연구를 수행했다. 스티브는 이론가였고, Wally는 연구자였으며, 나는 임상가였다. 우리들 중 한 사람은 내담자를 만났고, 다른 두 사람은 일방경 뒤에서 관찰을 했다. 우리는 모든 회기 내용을 문서화했고, 내담자에게서 변화, 내담자의 강점과 자원,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끌어낼 수 있는 패턴을 찾으려고 코딩을 했다. 그리고 결국 일정한 패턴을 찾아냈다. 즉, 우리가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는 개입은, 내담자가 자신의 강점과 해결책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정말 신나는 시간이었다!

    당시의 일을 돌아보면, 스티브와 김인수를 비롯해서 가족치료 분야의 많은 유명 인사를 만났던 일 외에, 진정으로 의미가 있던 일은, 매우 적은 사람들만 알고 있던 스티브의 진정한 모습을 보았던 부분인 것 같다. 내가 겪어 본 스티브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친절하고, 타인을 보살피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스티브의 어색하고, 냉담하며, 무뚝뚝한 태도 때문에 그를 멀리했다. 사람들은 그가 냉정하고, 무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냉정하고 무심한 모습은 스티브가 심리치료자들을 만날 때 사용하던 페르소나에 불과했다. 언젠가 중요한 컨퍼런스에서 빌 오핸런이 발표했을 때 스티브가 패널로 참여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빌은 자신의 모델을 “Solution-Oriented Therapy”라고 칭했다. 플로어에서 어떤 참여자가 질문했다. “빌, 해결중심치료와 당신의 모델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거죠?” 그러자 빌이 답했다. “저는 내담자의 눈을 바라봅니다.”

    맞다. 인정한다. 스티브는 내담자와 눈을 맞추지 않았다. 하지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스티브는 내담자가 치료실에 와서 변화가 있었다고 보고할 때 엄청나게 기뻐했다. 스티브는 내담자의 변화를 확인하는 일을 사랑했다. 그리고 적어도 내 관점으로는, 스티브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을 보살피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날개 밑에서 성장했고, 그의 멘티였다. 언젠가 단기가족치료센터에서 받던 교육이 끝나가던 어느날 밤에, 그는 이제는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할 때인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우리는 집에 돌아가서 주말 동안 논문을 한 편 썼다. 나는 그 논문에 “Strategies of Parenting”이라는 제목을 붙였고, 스티브는 다음 주 내내 내 글을 읽고 Family Therapy Networker에 기고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그 학술지의 편집장이었던 Rich Simon이 거의 초고 그대로 받아 주었고, 처음으로 내가 쓴 논문이 공식적으로 출판되었다. 스티브에게 정말 고맙고 기뻤다!

    그 후에 스티브는 나에게 전미부부-가족치료 협회 컨퍼런스에서 함게 발표를 하자고 요청했다. 이 경험은 내가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워크샵을 열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스티브는 자신이 만나는 내담자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했던 방식과 동일하게, 내가 이 분야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해 주었다.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스티브는 자애롭고, 따뜻하며,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사람이었다.

    물론, 나는 어째서 사람들이 스티브에 대해서 잘 모르는지 알고 있다. 사람들 앞에 나설 때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언젠가 아직까지 해결중심단기치료가 널리 알려지기 훨씬 전에, 내가 살던 곳에서 개최한 워크샵에 그를 초청한 적이 있었다. 스티브는 어떤 여성 내담자와 만났던 비디오 테입을 보여 주었다. 테입이 끝났을 때, 어떤 교육생이 말했다. “저는 전혀 이해가 안가요. 어째서 선생님은 내담자가 말하는 문제와 그의 감정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으시는 건가요?” 스티브가 어떻게 답변했냐고? “저는 당신이 아니니까요.”

    그의 답변 덕분에(?), 사람들은, 스티브가 치료자들을 가르칠 때 그들이 통상적인 사고방식과 행동 방식을 넘어서도록 만드는 믿을 수 없는 능력과 깊은 지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이 여성을 포함한 교육생들이 진정한 스티브의 모습을 알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민망했다.

    수년 후 내가 단기가족치료센터를 떠난 후에, 나는 부부들이 결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해결중심단기치료에 기초해서 책, “Divorce Bursting(Wiener-Davis, 1993)”을 써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아마 이 책은 해결중심단기치료를 특정한 대상 집단에 적용하고 일반 대중에게 알린 첫 번째 책일 일 것이다. 내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제 세상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론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었던 것이고, 이는 특별히 당시의 시대적 조류였던 ‘당신만을 생각하라’는 사고방식에 도전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스티브의 도움을 받아, 해결중심적 사고방식을 일반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1980년대 초반에 내 머리를 세뇌시켜주고, 내 강점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기회를 주며, 나만의 기적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 준 스티브에게 영원히 감사할 것이다. 스티브, 고마워요.

    원문: Michele Wiener-Davis(2012)
    번역: 이재원(2015)

    [재원 생각]

    미쉘 와이너-데이비스는 널리 알려진 ‘상담 전 변화 질문’을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미국에서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서 부부치료자로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사람이다. 이런 그가 들려준 에피소드는, 단기가족치료센터 초기 역사와 스티브 드쉐이저에 관한 내용이었고, 무척 흥미로웠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부분은(솔직히 말하건대, 이 대목에서 눈물이 조금 났다)… 이 두 줄이었다. “스티브는 내담자가 치료실에 와서 변화가 있었다고 보고할 때 엄청나게 기뻐했다. 스티브는 내담자의 변화를 확인하는 일을 사랑했다.” “내담자의 변화를 확인하는 일을 사랑했다” 이 문구가 특히 감동적이었다.

    어째서? 평소에 종종 “내가 이 일에 적당한 사람인가?” 라는 생각을 자주 할 정도로, 나는 약점이 많다. 상담에 적합한 성별(여성)도 아니고, 듣는 귀가 있는 사람도 아닌 것 같고, 민감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나서 한 가지 다시 깨달은 것은, 나도 스티브 만큼이나 “내담자의 변화를 확인하는 일을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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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록 링크(아직도 안 적으셨다면? 클릭!) https://empowering.tistory.com/guestbook

    연락처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
    _ 휴대전화: 010-8773-3989
    _ 이메일: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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