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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맑아요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8. 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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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저는 알아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알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에게 거짓말을 못해요. 저는 알거든요. 사람들이 저에게 거짓말을 하는지 안하는지. 저는 맑아요. 그런 사람이에요. 신께서 허락해 주신 능력 같아요.”

    오랫동안 열등감에 시달렸다. 나는 뭘 잘 모르는 사람이었고 세상 사는 일에 몹시 서툴렀다. 나를 제외한 세상 사람들은 전부 앞서 가는 것만 같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모두 잘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만 바보 같았다. 그래서 순진하다, 혹은 순수하다는 말을 너무나도 싫어했다. 누가 “세상에... 이 나이를 먹고 이렇게 순수한 사람이 있었다니!” 라고 말하면 (사실 대개는 찬사였는데) 나는 위축되고 기분 나쁘고 속이 상했다. 짜증이 났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맑음, 순수함을 최고의 강점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거울처럼 세상을, 사람들의 어두운 마음을 실상대로, 있는 그대로 비추고 있는 자신의 존재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고 명쾌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나는 (긴장해서) 영화표를 떨어뜨렸고, (거의 동시에) 그녀는 물통을 떨어뜨렸다. (이렇게 우리는 뭘 잘 떨어 뜨리는 사람들, 실수하는 사람들, 세상 일에 서툰 사람들이다.) 근데, 그 모습이... 나는 좋았다. 성숙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모든 면에서 성숙한 사람은 아니라도,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는 분명하거나 깊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런 사람이 없다면, 적어도 애 같아서 천지 구분이 안되는 사람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세상 침착한 말로, 확신 가운데 “저는 맑아요” 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 거다. “순수함”이 자신의 최고 무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난 거다. 사람들이 아무리 똑똑하고 빛처럼 빨리 움직인다고 해도 어두운 기운은 곧바로 잡아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 거다.

    예수가 떠올랐다. 혹은 부처가 떠올랐다. 세상에서 가장 맑은 사람. 세상에서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겉모습에 쉽게 미혹되지 않고, 부드럽고 편안하게 그 사람의 실상을 비추는 사람. 그에게 필요한 말을 해 줄 수 있는 사람.

    “언젠가는 나타나리라 믿고 있었어요. 나이가 50이 되든, 60이 되든, 저의 가치를 제대로 일아 보는 사람을 찾고 싶었어요. 세상 일, 돈, 명예, 성공... 이런 거 말고 사람 됨됨이를 알아 주는 사람을 찾고 싶었어요.”

    책임감. 자질구레한 일들은 그냥 넘기고, 그녀의 이런 맑은 생각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 아무리 힘든 일이 몰려온다고 해도 절대로 잊고 싶지 않은 마음. 존재 저 밑바닥에 있는 그 마음. 나 자신. 세상 일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결심.

     

    다시는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자기가 누리고 있는 행복이 행복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그 행복의 원천이 되는 이를 지키기 위해서, 용기로 무장을 하고 싶다. 그리고 변치 않고 싶다. 그래서 알겠다. 그녀는 맑은 사람이니 나를 매일 마다 정직하게 비추면 되겠구나. 세상을 살기 위해서 걸쳐야만 하는 가면을 벗고 그녀 앞에 서기만 하면 되겠구나. 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확인하고 인정만 하면 되겠구나.

     

    "저는 맑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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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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