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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생마와 함께, 평화롭게 한 걸음 나아가는 방법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1. 8. 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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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1:1로 해결중심모델과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제자, 안혜연 사회사업가께서, 우리가 공부 시간에 함께 토론했던 소재를 가지고 짧은 글을 써 주셨다. 우선, 글솜씨가 비약적으로 발전해서 깜짝 놀랐다. 안혜연 선생께서 어떤 선을 넘으신 느낌이 들었다. 뚜렷한 자기 생각을 부드럽게 표현하셨다. 작은 점에 불과했던 생각을, 자연스럽게 뻥튀기해서 입체적으로 만드셨다. 혼자만 보기가 너무 아까워서 당사자에게 허락을 받고 세상에 내보인다. 독자 제위께서도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임상적으로 보아도 강점관점실천을 지향하는 동료들에게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는 좋은 글을 쓰셨다.


    제목: 야생마와 함께, 평화롭게 한 걸음 나아가는 방법

     

    기록: 안혜연 사회사업가(2021) 

    첨언: 이재원 사회사업가(2021) (*글 중간에 이재원이 전문적인 해설을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전세계 사람들 삶 곳곳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제는 마음대로 사람을 만나기도, 훌쩍 떠나는 여행도 쉽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코로나19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 무기력증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모두가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사회적 약자가 경험해야하는 불편감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나는 가정밖 청소년을 보호하는 거주시설(청소년 쉼터)에서 일하고 있다.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단체생활을 위해 정해진 규칙 내 생활하는 청소년은 일반청소년에 비해 속박이 많은 편이었다. 헌데, 코로나까지 터지고 나니 그나마 자유로웠던 외출시간도 제동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시설 내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집단감염이 되기 때문에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따라 외출시간을 제한해야 했다. 매주 1회씩 코로나검사를 하고 있는데 외출시간까지 제한 당해야 하는 청소년들은 주변 친구들과 상황을 비교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런 아이들을 보며 실무자는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해소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4인 이하로 조를 구성하여 소그룹 마실이라도 다녀오고 있지만 자유를 잃은 아이들의 마음을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쉼터에서 함께한지 두 달 정도 된 솔직이는 가출 경험도, 생활시설 경험도 많다. 여러 시설을 떠돌던 시간에 지쳐 한 곳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본 쉼터에서 잘 지내보겠노라 마음 먹었다. 하지만 밖에서 야생마처럼 자유를 만끽하던 솔직이의 실제 생활이 바뀌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귀소시간 관련 규칙을 어겨 벌점을 받았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을 알기에, 혼내기보다는 격려하고 싶었다.


    안혜연: 귀소 시간이 늦어진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말해줄 수 있어?

     

    (이재원 해설) 상담자는 내담자가 비록 늦게 귀소했다고 하더라도(잘못된 행동을 저질렀다고 해도), 나름대로 그렇게 했을 만한 좋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전제하고 질문하고 있다. 상대를 대단히 존중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솔직이: 사실, 잘못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어요. 근데 제가 여기서 진짜 많이 참았거든요. 3단계 때까지만 해도 외출 시간이 좀 더 길었으니까 이렇게까지 답답하진 않았어요. 그러다가 확 더 줄어버리니까 남자 친구도 못만나고 너무 답답했어요. 혼날 거 알았지만,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남자친구 만나버렸어요.

    안혜연: 쉼터는 함께 생활하는 곳이고 지금은 코로나 상황으로 외출 관련된 문제에 예민할 수 밖에 없잖아. 한 명이 걸리면 모두가 집단 감염이 되는 거니까… 어긴 규칙에 대해서는 벌점을 줘야할 것 같아, 인정? 

     

    (이재원 해설) 상담자는 분명히 강점관점으로 접근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강점관점실천을 한다고 해서 내담자가 잘못한 행위에 대해서도 무조건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잘못된 행위와, 그 행위 너머에 존재하는 선의나 성장 욕구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솔직이: 네. 솔직히 제가 잘못한 일인 걸 알아서 벌점 받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안혜연: 그렇게 쿨하게 얘기해주니까 고맙네! 근데 너가 밖에서 자유롭게 생활했던 때도 많아서 답답함을 참는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답답함을 참을 수 있었어?

     

    (이재원 해설) 상담자는 내담자가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에도 강점관점을 잊지 않는다. 내담자가 순순히 잘못을 인정한 행위에 대해서 인정해 준다. 그리고 외출하지 못하고 갇혀(?)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잘 참을 수 있었는지 언급함으로써, 강점에 초점을 맞춘다: '근데 너가 밖에서 자유롭게 생활했던 때도 많아서(이유 제시)', '답답함을 참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어려움에 근거해서 칭찬 포인트 포착)',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답답함을 참을 수 있었어?(해결중심모델에서 내담자를 칭찬할 때 사용하는 대처질문을 완벽하게 구사)' 부드럽게 이어지는 해결중심적 대화 테크닉이 기가 막힌다. 


    솔직이: 솔직히 저는 여기 저기 시설도 많이 다녀봤잖아요. 근데, 여기가 제일 좋아요. 선생님이랑 마음도 잘 통하고 제가 하고 싶은 거 물어봐 주고 다 지원해주고… 그래서 여기서 오래오래 잘 지내고 싶어요. 근데, 그러다가도 갑자기 답답해지고 짜증이 나서 쉼터 연락도 안 받고 그런 거에요. 죄송해요.

    안혜연: 괜찮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너의 답답함도 충분히 이해가 돼. 무조건 외출 못하게 막아야하는 상황이 미안할 때도 많고… 서로 상황을 이해했으니 앞으로 좀 더 노력해 보면 되지 뭐! 여기서 잘 지내보려고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는 거 선생님도 알아! 

     

    (이재원 해설) 상담자가 공감 기술, 격려 기술을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다. 해결중심적인 질문과 공감 기술을 적절하게 연결해서 구사하니, 더욱 더 효과적이다. 

    솔직이: 다른 데서는 그냥 외박도 많이 하고, 술도 마시고, 귀가 시간도 안지킬 때가 많았어요. 처음 여기 입소했을 때도 학교 멀어서 진짜 가기 싫었는데 잘 지내보고 싶어서 열심히 갔거든요. 그리고 저 사실 동생들이 기어오르는 거 잘 못 참잖아요. 지금도 한대 치고 싶을 때 많은데 참고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안혜연: 알지알지. 얼마나 노력하는지 다 보여! 그래서 너무너무 기특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해! 오늘 이야기하면서 느낀 건데 솔직이는 진짜 솔직한 사람인 것 같아. 그리고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을 실천하려고 이렇게까지 노력할 수 있다니 진짜 끈기 넘치는 사람이야!

     

    (이재원 해설) 상담자가 내담자를 칭찬하고 있다. 어찌 보면 다소 과한 칭찬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솔직이: (쑥스러운듯 웃음)

     

    (이재원 해설) 내담자가 보이는 반응을 보아하니, 전혀 과한 칭찬이 아니었다. 상담자가 구사한 칭찬 기술은 적절했다.

    안혜연: 앞으로도 오늘처럼 우리 서로 마음에 있는 이야기들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이해하면서 지내보자! 근데 솔직이가 잘 지내고 싶어하는데 쉼터에  ‘벌점'이란 녀석이 이걸 방해하는 것 같아. 어떻게 생각해?

     

    (이재원 해설) 상담자가 이야기치료 시그니처 테크닉, '외재화' 기법을 응용해서 구사하고 있다. 원래 외재화는 내담자가 스스로 문제에 이름을 붙이고 외부 대상인 것처럼 자신에게서 분리시키도록 돕는 (질문) 기술이다. 이때, 상담자는 반드시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에 이름을 붙이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상담자가 다소 주도해서 이름('벌점이란 녀석')을 먼저 제시했다. 정통 외재화 기법은 다소 어색할 수 있지만, 이렇게 응용해서 구사하니 어색함이 덜해졌다. (어떤 테크닉이라도, 상황과 맥락에 맞게 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솔직이: 크크 맞아요.

     

    (이재원 해설) 상담자는 이야기치료적으로 보아도 적절하게 개입한 셈이 되었다. 왜냐하면 내담자가 웃으면서(크크) 인정했기 때문이다. 정통으로 테크닉을 구사하지 않아도 된다. 내담자에게 문제가 되지 않으면 된다. 

    안혜연: 솔직이가 ‘벌점으로부터 방해'받지 않으려면 우리가 한 팀이 되어야 돼. 어떻게 하면 벌점한테 방해받지 않을 수 있을까?

     

    (이재원 해설) 상담자가 이야기치료적으로 좀 더 밀어 붙였다. 원래, 해결중심모델/이야기치료에서는 '그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네가 뭘 해야 할까?'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이 질문은, 내담자가 뭘 하지 않고 있어서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뉘앙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를 개선하려면 반드시 네가 무슨 행동을 해야 해, 라는 상담자 생각을 다소 강요하는 뉘앙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재화 기법을 성공적으로(응용해서) 구사하고 나니, 내담자가 상담자가 사용한 기술적 맥락에 빨려 든 상태이므로, 상담자와 내담자가 한 편을 먹고 벌점에게 방해받지 않는 전략을 짜는 맥락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아마도 주어는 '우리가' 혹은 '네가'일 터이다) 벌점한테 방해받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강요나 비난으로 들리지 않는다. 


    솔직이: 음… 제일 벌점 많이 받는게 귀소시간 어기는거니까 방해받지 않으려면 저는 귀소시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해요!

     

    (이재원 해설) 상담자가 적절하게 개입했음을, 내담자가 확인시켜준다. 두 사람 대화를 음성으로 듣지 않아도, 분위기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안혜연: (서비스 계획 작성) 좋아좋아. 솔직이는 귀소시간을 지키도록 노력하면 좋을 것 같고! 샘이 어떤 걸 도울 수 있을까?

     

    (이재원 해설) 상담자는 내담자를 약속(의무)로 몰고 가려는 속셈이 없다. 정말로 '함께 한 팀이 되어서' 노력해 보겠다는 심정이다. '샘이 어떤 걸 도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내담자에게는 대단히 진정성 있게 들렸을 것 같다. 

    솔직이: 진짜 답답할 때, 제가 얘기하면 같이 밖에 나가고 싶어요. 맛있는거(마라탕) 먹으면 더 좋고요.

     

    (이재원 해설) 상담자가 적절하게 대답했음을 내담자 반응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안혜연: 하하 알겠어. 샘이 일정 보고, 소장님께도 말씀드려서 잠깐씩이라도 같이 외출해볼 수 있도록 노력할께!

    솔직이: 좋아요!!

     

    (이재원 해설) 해결중심모델과 이야기치료 테크닉, 그리고 공감 테크닉이 대화 내용에 적절하게 녹아 있다. 


    상담 초반 솔직이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상담실을 나설 땐 함께 편안하게 웃을 수 있었다.

     

    이야기치료에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가 문제인 것'으로 보는 ‘외재화'라는 개념/테크닉이 있다. 사람을 대상화하는 전통적 인식에 반기를 드는, 사람이 아닌 문제를 대상화하려는 접근이다.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을 문제로부터 분리시키는 경험을 하게 해준다(Michael White, 2010). 본래 외재화 기법은 ① 문제를 명명하기, ② 문제의 영향과 실행을 조사하기, ③ 문제의 영향력 탐색하기, ④ 문제의 영향력 평가하기, ⑤ 이유묻기(David Denborough, 2017)로 사용하지만, 나는 기법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태도에 녹여 사용해 보았다. 위 사례에서도 ‘귀소 시간(약속)을 지키지 않는 솔직이’를 문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외재화 관점에서 ‘벌점'을 '방해꾼'으로 보고,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솔직이'를 문제에서 분리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쉼터의 내부적인 환경, 사회적 상황과도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혼자 노력하라고 내버려 둘 일이 아니므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백신을 맞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지만 감염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코로나와 싸워야할 지 모르고, 그 시간에 비례하게 아이들의 자유도 더 억압당할 것이다. 환경과 상황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나에겐 선택권이 있다. ‘사람을 문제로 볼 것인가', 아니면 '문제를 문제로 볼 것인가?’ 나는 후자를 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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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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