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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구함을 아십니까?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1. 10. 21. 08:00728x90반응형
기자: 우리 나라 유도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이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요?
조구함: 저는 어렸을 때부터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하지 않았어요. 한 번도 없었어요. 저는 정말 좋은 스승님 밑에서 유도를 배웠고, 들판에 풀어놓은 소처럼 자유롭게 운동하면서 하고 싶은 거 하고 그렇게 유도를 배웠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업악된 환경에서 자라온 선수들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그런 분위기는 없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선수들의 인권이 중요하기 때문에, 뭔가 자유롭게 유도를 하다 보면 더 재미를 느끼고, 하고 싶은 걸 더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지도자가 된다면 어느 정도 전통이라는 게 있어서 한 번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 선수가 원하는 훈련이라든가 목표에 맞춰서 조금 자유롭게 도와 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상은 2021년 도쿄하계 올림픽, 남자 유도 -100kg급에서 은메달을 딴 조구함 선수 인터뷰(한겨레신문) 내용 중 일부다. 조구함 선수는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이미 유도계에서는 실력을 뽐내고 있던 스타였으나(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 이미 이번 올림픽 경기에서 보여준 '특급 매너'로 일반 국민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특히, 사람들은 조구함 선수가 결승전에서 깨끗하게 진 후에, 승자인 일본 선수 손을 들어주는 모습에서 진정한 스포츠맨 정신을 보고 진한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결승전 이전에 열린 준결승전이 훨씬 더 감동적이었다. 당시 조구함 선수는 포르투갈 폰세카 선수와 경기를 했는데, 경기 중반(2분 40여초를 남겨 둔 시점)에 폰세카 선수의 왼쪽 손에 경련이 일어났다. 폰세카 선수 손에 쥐가 나서 제대로 경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경우 심판이 경기를 조금 중단시킬 수는 있지만 공정한 운영을 위해서 회복 시간을 아주 많이 허락하지는 않는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 곧바로 경기가 진행되었는데, 놀랍게도 조구함 선수는 상대 선수의 왼쪽 깃을 잡지 않았다.
지금 이 경기는 평범한 대회나 평범한 경기가 아니라 '올림픽에서도 4강전(준결승전)'이다. 상대가 아프든 어쨌든 경기 규칙을 위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는 상대가 가진 약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이런 기회는 흔하게 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조구함 선수는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지 않았다. 경기를 중계하고 있던 유도 전문가도 '왼팔을 공략해야 한다'고 외쳤는데, 본인이야말로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텐데도, 신사적으로 경기에 임했고 결국 실력으로 승리했다.
나는 해결중심모델을 원조전문가에게 가르친다. 해결중심모델에서는 '내담자에게 원하는 바'를 질문함으로써, 내담자가 스스로 자기 마음 속에 있는 바람직한 그림을 가급적이면 말로 상세하게 그려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므로 결국 나는 원조전문가에게 '내담자가 스스로 긍정적인 답변을 하도록 안내하는' 질문을 설계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런데 내가 그동안 해결중심모델을 가르치면서 줄곧 받아온 질문이 있다: "선생님, 저는 주로 비자발적인 내담자를 만납니다. 비자발적인 분들에게 아무리 멋진 질문을 구사하고 싶어도, 내담자가 만남 자체, 대화 자체를 거부하거나 피하는 상황이라서 해결중심 질문도 모두 무용지물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비자발적인 내담자에게는 어떤 질문을 사용해야 하는 걸까요?"
만약 그대가 해결중심모델을 오로지 '질문하는 방법'으로만 이해한다면, 내담자에게서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처하게 된다. 해결중심모델을 적용하려면, 내가 뭔가 질문을 해야 하는데, 상대가 질문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니, 질문은 할 수 없고, 해결중심모델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 결국은 그대로 실패하는 셈이 된다. 이러한 논리적인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막다른 골목이 시작된 지점은, '해결중심모델을 적용하려면 이미 정해져 있는 해결중심 질문을 해야 한다' 라는 강력한 전제. 어차피 전제한 상황 자체가 질문할 수 없는 상황이니 질문은 처음부터 포기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채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있을까? 있다면,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우리는 제일 먼저, '해결중심모델에서는 왜 질문을 던지는가?' 라는 질문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질문은어디까지나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나 수단은 목적에서 출발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수단(해결중심 질문)을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고 아직 목적까지 포기할 수는 없기에,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존재하는지 알아 보아야 한다. 해결중심 질문을 구사하는 목적은 '내담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람직한 모습'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즉, 해결중심상담자는 상담자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바나, 세상 사람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바가 아니라, 내담자 본인이 진심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를 알아내려고 질문한다.
언어는 어떤 사람이 가장 섬세하고 뚜렷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래서 우리가 질문을 통해서 내담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람직한 모습을 묻는 행위는 내담자가 원하는 바를 알아낼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질문을 할 수 없다면? 언어 이외 수단으로 '내담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알아내려고 노력해야 하며, 그렇게 알아낸 내용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예컨대, 세심한 관찰 등을 통해서 관계 맺는 방법, 과정, 결과 모두 내담자가 원하는 방향을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오해 마시길 바란다. 우리가 내담자에게 안내하고 싶은 방향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다. 혹은 내담자가 안좋은 길로 가는 모습을 보일 때 이를 방임하거나 방조하자는 게 아니다. 어쨌든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려면, 언어로써 소통하든 비언어적 방법으로 소통하든, 그 자신이 원하는 바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세상에서 아무리 인권을 강조하고 당사자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해도, 여전히 사회복지사를 포함하는 원조전문가 다수는 마음 깊은 곳에 '내담자를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당사자 권리를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무의식 중에는 '내 방식이 맞고 어쨌든 그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고전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 보아야 한다: 타율적으로 강제된 변화가 계속 이어질까? 타율적 변화가 어떤 식으로든 유지될 수 있다고 해도, 그 모든 과정에서 내담자는 과연 행복할까? 지금 당장 여기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그에 따른 댓가가 분명한 타율적 변화를 추구할 것인가?
<조구함 선수 인터뷰(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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