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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와 목표 달성 툴, 만다라트(Mandal-Art)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1. 10. 23. 08:16728x90반응형
타자로 투수들을 압도하고 있는 오타니는 투수로 타자들을 제압하고 있다.
2021년 7월 7일, 야구 전문가 이창섭 기자가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에 나오는 인상적인 문장이다. 이창섭 기자는 일본 출신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야구 선수, 오타이 쇼헤이가 현재 어떻게 활약하고 있는지를 한 문장으로 묘사하고 있다. 야알못(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야구에서 투수가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라는 사실은 안다. 야구를 하면 한 선수가 타격도 해야 하고 수비도 해야 하지만, 투수는 타격은 하지 않고 거의 전문적으로 공만 던진다. 그만큼 투수 역할이 크고 중요하며, 던지는 역할에 오롯이 집중해야만 잘 할 수 있는 포지션인 까닭이다. 그런데 오타니 선수는 전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 하는 사람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와 타자 모두로 성공하고 있다. 군계일학. 유일한 선수.
아, 오타니 선수와 비슷한 선수가 과거에 있었다. 한 100년쯤 전에 메이저리그를 씹어 먹었던 전설적인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 베이브 루스는 메이저리그 야구 그 자체라고 평가할 정도로 독보적인 야구 천재였다. 투수로 시작해서 뛰어난 성적을 올렸는데 나중에는 타자도 겸업을 했고 끝내는 홈런왕으로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현재 오타니 선수는 메이저 리그에서 투수와 타자로 모두 엄청나게 성공을 하고 있어서 100년 만에 베이브 루스에 필적할 만한 천재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타니 선수는 야구 실력 뿐만 아니라 인성도 무척 훌륭해서 언제나 팬들에게 겸손하고 친절하게 대해서 더욱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오타니 선수가 유명한 이유가 또 한 가지 있다.
만다라트(Mandal-Art)
만다라트는 1987년에 일본 디자이너 이마이즈미 히로아키가 구상한 생각 정리 기술이자 도구이다. 어원을 살펴 보면, 'manda'는 본질을 뜻하고, 'al'은 소유를 뜻해서 'Mandal'은 '목적을 이룬다'는 뜻이고, 여기에 '기술'을 뜻하는 'Art'를 붙여서 '본질을 깨닫는 기술', 혹은 '목적을 이루는 기술'을 뜻한다. 쉽게 말해서, 만다라트는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목표를 우선 세우고, 이 본질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추구해야 할 세부 목표를 세우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밟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수단이다. 이 기술/도구는 야구 천재 오타니 선수가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장차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 리거가 되어서 뛰어난 업적을 쌓겠다고 결심하고 이를 목표로 세우는 과정에서 사용했다고 해서 유명해졌다.
이 그림이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고등학교 시절 그렸다는 만다라트이다. 구조를 살피면서 사용법을 설명하자면 만다라트는 우선, 가로 9칸, 세로 9칸으로 구성된 81칸 정사각형이다. 정중앙에 위치한 한 칸에 최종 목표를 적는다. 고등학생이었던 오타니 선수는 고교 졸업 후 일본 프로야구 신인선수를 선발하는 드래프트 제도에서 1등으로 지명받겠다는 최종 목표를 적었다. 다시 말해서, 수많은 고등학교 선수 중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다. 그 다음에는, 최종 목표를 적은 칸 주위로 맞붙어 있는 8칸에 하위 목표를 적는다. 오타니 선수는 몸 만들기, 제구, 구위, 멘탈(관리), 스피드, 인간성, 운, 변화구를 적었다. 이 다음에는 8가지 하위 목표를 중심으로 세부 목표를 적는다. (이하 설명 생략)
나는 어떤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하다가 이 기술/도구를 접했을 때, 무릎을 '탁!' 쳤다. 내가 가르치는 해결중심모델과 기본 논리가 너무나도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해결중심모델을 요약하는 방식은 수많이 많다: 예컨대, (1) 내담자가 겪고 있는 문제나 약점보다는 그가 가지고 있는 강점/자원에 초점을 맞춘다. (2) 기적질문처럼 여러 가지 긍정적인 질문을 사용해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다. (3) 내담자가 원하는 바람직한 미래 상황에 대해서 질문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런 요약 방식은 다소 부정확하거나 해결중심모델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살짝 놓치고 있다. 내가 근 10년 동안 치열하게 해결중심모델을 연구하고 실천하면서 깨달은 본질은:
내담자가 대단히 자세하게 미래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방법.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는 말도 맞고, '긍정적인 질문을 사용한다'는 말도 맞으며, '바람직한 미래를 묻는다'는 말도 맞다. 다 맞다. 하지만 해결중심모델은 이 모든 요소보다도 '구체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 상담자가 아무리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강점과 자원에 초점을 맞추려고 해도, 아무리 기적질문 같이 잘 설계되어 있는 질문을 던진다고 해도, 내담자에게서 구체적으로 답변을 끌어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통상적으로 해결중심모델을 배운 초심자는 뭔가 그럴 듯한 질문을 구사하면 변화가 뭔가 극적으로 '휙휙휙' 이루어질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당황하면서 멘붕에 빠진다: "해결중심모델, 실제론 적용할 수 없어."
아이구야...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계신다.
그대에게 이렇게 질문을 해 보겠다: "혹시나 제가 내일 그대가 나고 자란 고향 동네로 여행을 간다고 한다면요, 제가 그곳에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가는 게 제일 편하고 좋을까요?" 이 질문을 받은 그대가 나에게 비교적 상세하게 답변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 당연하다. 그대가 나고 자란 동네인데, 고향인데, 어찌 답변을 상세하게 하지 못할까. 한편, 내가 또 그대에게 이렇게 질문을 해 보겠다: "밤 하늘에 박혀 있는 카시오페아 별자리 중에서 왼쪽에서 세 번째 별에 간다면 표면이 어떤 모습일까요?" 이 질문은 어떤가? 그대는 비교적 상세하게 답할 수 있을까? 아니다! 달 표면도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는데, 카시오페아 별 자리 세 번째 별 표면을 어찌 묘사할까.
나는 해결중심모델을 가르칠 때 기적질문, 척도질문, 무슨 질문, 무슨 질문... 위주로 가르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시그니쳐 질문 테크닉은 효율적으로 해결중심모델을 배우고 실행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그러나 비유하자면 이런 질문은 '들어가서 이곳 저곳 다니면서 탐색하고 싶은 크고 멋진 집에 달려 있는 문'에 불과하다. 우리는 내담자가 살고 있는 크고 멋진 집 내부를 충분히 감상하고 즐기고 싶다. 그렇다면 문만 빼꼼히 열어서는 안된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이 방, 저 방을 모두 일일이 들어가서 모든 가구, 물건을 상세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 그대의 호기심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대상이 눈앞에 있다면? 그 대상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이모저모 살필 것이다.
내 방식으로 해결중심모델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내담자 편에서 미래에 이루어지길 원하는 바람직한 상황을, 대단히 자세하게(정밀화를 그리듯이, 세부사항을 낱낱이) 물어본다. (2) 혹시라도 그가 이렇게 미래 모습을 대단히 자세하게 그려낸다면, 이는 그가 진심으로 그 바람직한 미래 상태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고, 그가 이 생생한 그림 중 일부를 이미 직접 경험했거나 최소한 어디선가 관련 정보를 얻었다는 뜻이다. (3) 내담자가 그린 미래 모습에 관하여 과거에도 이미 성공한 적이 있다는 뜻이므로, 과거에 (부분적으로라도) 성공했던 적이 있는지, 대단히 자세하게 물어본다. 이런 대화를 많이 할수록 내담자는 자신감을 가진다.
사람은 경험을 뛰어 넘어서 상상할 수 없다.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도 평생 살면서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 보지 못한 대상을 상상할 수는 없다. 여기에서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고등학교 때 그렸다는 만다라트 그림으로 돌아가 보자. 오타니 선수가 어떻게 저 많은 칸을 채울 수 있었을까? (무려 81개 칸이다.) 그는 저 수많은 목표 중 일부, 아니 어쩌면 대부분을 이미 스스로 직접 경험했거나 최소한 간접적으로라도 보고 들었을 것이다. 이 말은 그는 미래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세우면서 이미 자기가 하고 있던 행동을 인정하고 확인했다는 뜻이다. 대단히 구체적인, 마치 그림처럼 상세한 이야기 속에서 미래와 과거가 만난다. 그리고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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