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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관장이 주도했지만 이상하게도 진심으로 소통이 된 미션-비전 워크샵(혹은 간담회)
    공지사항 2022. 6. 2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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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전, 평소 알고 지내 오면서 존경하던 A 기관장께서 나에게 이메일 한 통을 보내셨다. 여러 모로 열악한 상황에서도 함께 힘든 시기를 함께 건너온 동료들을 믿고 의지하면서 버텨 왔는데, 그 동료들을 떠나 보내고 직원들이 많이 바뀐 상황에서, 미션-비전 워크샵을 열고 싶다 하셨다. 나에게 워크샵을 설계하고 이끄는 역할을 의뢰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런데 왜 나에게? 나는 이 분야 전문가도 아닌데?

    얼마 전, 모 복지관에서 직원들이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미션-비전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소식을 기억하셨단다. 내가 가진 해결중심적 질문 기술을 미션-비전 TF 팀에게 가르쳐서, (따로 전문가를 모시지 않고) 다소 투박하더라도 그들이 직접 동료들을 면접하면서 상향식으로 복지관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마음 속으로 그리고 있는 그림을 펼치도록 도왔는데, 바로 그 소식을 기억하셨다고 한다. 

    아~ 비슷한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고려해 볼 수 있죠.

    헌데, A 기관장께서는 이 작업을 이웃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B 기관장님과 함께 의뢰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두 분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함께 현장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 오시면서 기관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에 대해서 거의 비슷한 그림을 그리고 계신다고 말씀하셨다. 통상적으로는 자신이 속한 기관에서 겪고 있는 속 이야기를 타 기관 사람과 솔직하게 나누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워낙에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서로 지지하고 의지하면서 일해 오신 터라, 이런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취지가 좋아 보여서, 그리고 내가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돕겠다고 말을 해 버렸다.

    우선, 두 분 기관장님과 만나서 의뢰 취지와 기관 환경을 알아보기로 했다. 줌으로 예비 모임을 청하고 두 분과 온라인에서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어 보는 시간. 한 분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다른 한 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분이었는데, 사전 모임 대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두 분은 스타일은 정반대에 가까웠지만 본인 일에 대해서 품고 있는 열정은 완벽하게 동일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기관 사정을 쭉 들어보니, 기관장께선 나름 오래 일을 해 오셨는데 미션-비전 워크샵에 참여할 직원들이 상당히 많이 바뀌어 왔다. 말하자면, 조직적으로 아주 안정된 상황이 아니었던 셈. 이렇게 되면 미션-비전 수립시 많이들 사용하는 방식(모든 직원들이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 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션-비전을 수립하는 방식)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기존 방식이 작동하려면 적어도 절반 이상 구성원들이 해당 조직에서 일해 오면서 공유하는 경험이 있어야 할 텐데, 이 기관에서는 사람들이 자주 바뀌다 보니 기존 방식대로 해도 구성원들이 할 말이 없기 때문이었다. 직원들은 경험이 부족하니 할 말이 없고, 할 말이 없는데 무엇을 하겠는가.

    헌데, 두 기관장님께서는 본인이 실천해 오신 방향과 방식을 새로 들어온 직원들에게 함부로 말하지 못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 한편으로는, 당신들께서 그동안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문자 그대로 영혼을 갈아넣으면서 열정적으로 일해 오신 내용과 수준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강력해서 새로 들어와서 적응 중인 직원들에게 도저히 요구할 수가 없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리 당신들 방식에 확신이 있어도 혹시나 새 직원들이 만들어 나갈 새로운 미래를 가로막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강하셔서 또 그동안 해 오신 내용을 말하기가 조심스러우셨단다. 두 가지 이유 모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나는 두 분께 이렇게 말씀 드렸다: "지금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모든 사업을 시도하셨고, 그래서 성공/실패 경험을 다양하게 많이 해 오셨고, 결과적으로 이 지역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계신 분이 두 분이신데, 두 분 경험이나 생각을 듣지 않고 미션-비전 작업을 진행하는 게 저는 말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처럼 조직 안에서 새로운 사람이 과반수 이상이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미션-비전에 대해서 말하는 방식이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저는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새로운 미션-비전을 정하기보다는, 두 분 선배님께서 그동안 경험해 오신 바와 마음 속에 품고 계신 가치를 정말로 솔직하게 동료들과 나누고, 그 분들의 생각도 솔직하게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내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었던지, 두 분 기관장께서 동의해 주셨다. 그래서 우리는 사전 모임을 두 세 번 더 가지면서, 두 분 기관장님께서 예컨대 학부 시절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이 분야에 오게 되셨고, 어떻게 이 기관에서 일하시게 되었는지를 충분히 탐색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말하자면 청중 한 사람을 두고 나머지 한 사람이 살아온 내력과 직업적 경력을 내가 인터뷰하는 형식이었다. 아울러, 두 분께서 험난한 해당 업계에서 지켜 내려고 온몸으로 투쟁해 오신 가치가 무엇인지를 깊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두 분께서는 워낙 오랫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오셨기 때문에 서로 새로운 이야기가 별로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제 3자인 내가 두 분 삶에서 중요한 영역과 요소를 깊이 파고 들어가면서 여쭙고 스스로 정리하실 수 있도록 도우니,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피드백을 주셨다. 

    이 과정에서 내가 느낀 가장 인상적인 부분: 두 분은 개인 성격으로 보나 일하는 방식으로 보나 굉장히 스타일이 상반된 분들이신데도, 결과적으로는 매우 유사한 궤적으로 일해 오셨다. 나는 이 점이 굉장히 흥미로워서 이리 저리 생각을 해 보았는데, 결국은 두 분이 대단히 유사한 가치를 추구해 오셨고, 열정이 향하는 방향도 매우 비슷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두 분께서도 맞다고 인정하셨다.) 

    인터뷰 과정 중에 두 분께 어려운 질문을 드렸던 기억: "기관에서 주로 돕는 인구 집단에 대해서 왜 그렇게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계셨던 건가요? 두 분은 그분들처럼 힘들게 사신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냥 자기 인생 즐겁게 사시면 되었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나 깊게 그분들을 사랑하셨는지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두 분 모두 대답을 잘 못하셨다. "글쎄요... 그러게요... 제 몸과 마음은 분명히 그분들에게 향해 있는데, 왜 그랬냐고 묻는다면 한 마디로 답변을 못하겠네요?"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질문이라서 여러 번 던졌다. 지금 당장 답하지 못하신다고 해도, 고민을 해 보시도록 돕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이렇게 세 사람이 아주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역시, 관건은 '진솔한 소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기관장께서 어렵고 힘든 현실 때문에 직원들과 솔직하게 소통하지 못한다면, 틀림없이 배가 산으로 갈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두 분께 간곡하게 제언 드렸다: "저는 이 프로젝트의 성패가, 두 분께서 얼마나 직원분들 앞에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두 분께서 진솔하게 이야기 하셔야, 직원들도 두 분 말씀에 공명해서 진심을 이야기 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걱정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불안해 하지 마시고, 동료들의 진심을 믿고 개방적인 태도로 말씀을 나누어 주세요." 당연히! 열정 많고 똑똑하며 진솔하신 두 분 기관장께서 내 제언을 100% 받아 주셨다. 

    우리는 두 기관에서 일하시는 직원 분들을 모시고 전체 간담회를 갖기로 했고, 그 과정은 이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1) 두 분 기관장께서 그동안 일해 오시면서 추구하셨던 가치를 뚜렷하게 설명한다. 추상적인 논의를 피하기 위해서 해당 가치가 잘 드러나는 구체적인 사례를 충분히 자세하게 이야기 한다.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고민하셨던 부분과 힘들었던 부분까지 포함해서 진솔하게 나눈다. (2) 두 분 기관장께서 진솔하게 이야기 하신 내용에 대해서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하게 피드백을 듣는다. (가급적, 기관장께서는 자리를 피해 주신다.) (3) 동료들이 기관에서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과, 이전 경력과 이전 기관에서 추구해 온 개인적 가치를 정말로 솔직하게 나눈다. (현장에서 아무런 자료 없이 이야기 하면 어려울 터이므로, 미리 간단한 질문을 드리고 글을 쓰시도록 요청드리고, 두 분 기관장 말고 나에게 이메일로 보내시도록 안내한다.) (4) 멋진 결과물보다는 진솔한 소통에 포커스를 맞춰서 종합적인 소통을 시도한다.

    아마도 우리 세 사람 모두 한편으로는 걱정 하는 마음,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을 터. 그 중에서도 진행 및 사회자 역할을 맡은 내가 아마도 가장 걱정이 많았을 터. 하지만 심층 인터뷰 시간을 통해서 알게 된 두 분 기관장님의 마인드를 믿고, 약속된 날짜에 종합 간담회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이미 합의한 순서대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두 분께서는 나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셨을 때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진솔하게 본인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 해 주셨다. 특히, 위에도 언급한 양가감정, 당신께서 지향해 오신 가치과 방식에 확신과 자신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러한 가치와 방식을 새로운 동료들에게는 강요하고 싶지 않다는, 양가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내 보이셨다. 그리고 천만 다행으로, 함께 일하게 된 새로운 동료들께서 두 분 기관장 마음에 화답을 해 주셨다. 동료로서 느끼는, 새 직원으로서 느끼는 문제나 어려움 뿐만 아니라, 두 분께서 맨땅에 헤딩하기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만들어 오신 길에 대해서 인정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보여 주셨다.

    결국, 두 분 기관장 중에서 한 분께서 동료들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말씀하시면서, 그리고 본인께서 추구해 오신 가치를 확인하는 말씀을 하시면서 눈물을 보이셨다. (하하... 나는 눈물에 약한데...) 글쎄, 그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신 분은 한 기관장 뿐이셨지만, 나는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간담회 자리에 앉아 계셨던 다른 한 분 기관장님과 양 기관 동료들 모두 진심어린 눈물을 마음 속으로 흘리고 계셨다는 사실을. 말하자면, 우리가 애초에 생각했던 이 간담회 성패 기준, '진솔한 소통'에는 완전히 성공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함께 느꼈던 셈이다. 

    너무나도 감동적인, '진솔한 소통'이 오고가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두 기관장님, 그리고 양 기관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런 방식을 제안했던 내가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속 마음을 기꺼이 열어서 보여 주시고 개방적인 소통에 응해 주신 양 기관 동료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나도 지금까지 일해 오면서 기관에서 진행하는 미션-비전 워크샵이나, 직원 간담회에 적잖게 직접 참석해 보았지만 이렇게 기관장부터 일반 평직원들까지 솔직하게 그동안 힘든 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감없이 이야기 나누는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이 과정에 내가 한 역할은? 두 분 기관장께서는 내게 무척 많이 고마워 하셨지만, 현재 상황 판단과 간담회 방식을 제안한 것 외에는 없다고 본다. 결국, 동료들과 함께 하고 싶으신 기관장님과 기관장을 믿고 따르려는 직원들이 함께 만든 작은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나는 소외된 목소리, 잊혀진 목소리, 약자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 해결중심모델에서 본질적인 질문은 '당신은 미래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십니까?'이다. 그런데 이 질문은, 질문 그 자체보다 질문을 둘러싼 맥락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 질문은, 한 번도 자기 목소리를 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물어야 진짜 의미가 생긴다. 그리고 그렇게 들은 목소리를 어떻게 해서든지 현실 속에서 반영해야 의미가 있다. 원하는 바를 묻기만 하고 피상적으로 대처하면 안 물으니만 못하다. 어쩌면, 상대방을 놀리는(?) 행동이 되기도 한다. 두 기관장님,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한 간담회가 잘 진행되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나는 모든 목소리를 진지하게 귀담아 듣고 인정하는 분위기 때문이었다고 믿는다.

    <A 기관장님 소감>

    이재원 선생님, 모두가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값진 경험을 했네요. 정말 필요한 것을 제때에 적절하게 추진하게 되어서 모두에게 위로와 응원의 시간이 된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이 시간이 원하고 노력한다고 주어지는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어려운 서로가 모두 마음이 통하는 이 순간을 함께 고민해주시고 이끌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동료들을 보면서 마음에 품고 있던 마음 빚을 조금은 덜게 된 것 같고, 우리 지역에 또 보석이 등장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먼저 동료에게 손을 내밀고 위로가 되어 주는 존재가 되어주고 싶다는 동료 말씀에 큰 위로를 받았어요.

    그리고 지난 시간 내내 언제나 저를 세워주시고, 인정해 주시고, 이해해주려고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쑥스럽다 그렇게만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정말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던 것도 같아요. 진심으로 응원해주시는 부분, 진심으로 잘 받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했고 진행 덕분에 우리들끼리만으로는 닿지 못했을 부분까지 도달한것 같아요. 너무 좋은시간 보냈습니다.

    <B 기관장님 소감>

    너무 좋은 타이밍에 간담회를 한 것 같습니다. 정말 선생님 덕분입니다. 저는, 무엇하나 혼자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늘 타켓보단 그 주변의 변화로 세상이 더욱 살만해 진다는 사실을 절감했어요. 감사합니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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