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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D+477)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6. 2. 06:54728x90반응형
<유튜브 본 영상 + 제작 후기>
글쓰기 교육 자료를 찾기 위해서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흥미로운 일본 CF를 접했다. 말하자면 지하철 광고인데, 어느 지역에 새로운 직통 편이 개설되었다는 내용을 전파하려고, 유명 배우인 오다기리 조를 기용해서 아주 짧은 영화를 찍었단다. 제목이 '아빠와 딸의 풍경.' (새롭게 개통되었다는 그) 지하철 편을 타고 통학하는 딸과 통근하는 아버지 이야기다.
광고가 시작되면, 아직 어린 딸과 젊은 아빠가 대화를 나눈다.
딸: (목적지가) 너무 멀어.
아빠: (미소지으며) 금방이야.
딸이 '멀다'고 말하는 대사, 아빠가 '금방'이라고 말하는 대사는 모두 중의적(重義的)이다. 우선 표면적 의미. 당연히, '멀다'는 말은 출발역에서부터 도착역까지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그리고 '금방'이라는 말은 얼핏 멀게 느껴지지만 (직통 지하철이 빨라서) 금방 도착한다는 뜻이다. 직통 지하철이 뚫려서 멀게 느껴지던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핵심 메시지.
헌데, CF 감독은 이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아버지와 딸이 함께 만드는 '멀지만 금방 지나가는' 시간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러니까 CF 첫 장면에서 꼬맹이었던 딸은 마지막 장면이 되기도 전에, 순식간에 (그러니까 약 30초 만에) 성장한다. 아빠 손을 붙잡고 걸으며 '멀다'고 어리광을 부리던 딸이, (어느새 다 커서) '멀다'고 불평하는 아빠에게 '금방'이라고 말한다.
아빠: 도쿄... 멀구나.
딸: (미소지으며) 뭐? 금방이야.
시간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CF 감독은 아빠와 딸 역할을 맡을 배우를 25명씩 총 50명 캐스팅했단다. 이들을 나란히 일렬로 세워서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아빠와 딸은 늘 그렇듯이 일상을 살아가는데, 매일 타는 지하철을 타고 통학/통근하는데, 한참 성장하는 시기인 딸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아빠는 금방 늙는다.
"어? 여보~ 우리 봄이가 또 컸어! 얼굴 봐. 살이 더 올랐네? 으이그~ 오동통한 내 너구리!"
"호호, 정말 그렇네요? 그래서 어른들 말이 맞다니깐. 아이 얼굴은 하루에 열 두 번도 더 변한다더니."
그렇다. 우리 딸은 두려울(?!) 정도로 빨리 크고 있다. 처음에 산부인과에 가서 딸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 콩알 정도 크기라고 들었는데, 그 아이가 어느새 성장해서 실제로 세상에 나왔고, 나에게 자기 목소리로 '아빠'라고 부르면서 웃는다. 이 모든 일이 단 477일 안에 일어났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어쩌면 너무나 신기한 일이다. 내가 사람을 만들다니.
만약 내가 젊은 아빠였다면,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감각이 무뎠을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똥을 싸서 기저기를 숱하게 갈면서도 시간이 정지한 듯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왜 너는 안 크니? 빨리 커서 대소변만이라도 좀 가리자' 이렇게 한탄했을 수도 있다. 헌데, 요즘 나는 아이가 똥을 더 쌌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한다. 똥 치우고 기저귀 가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
그만큼 한 순간, 한 순간이 모두 소중하다. 너무 소중해서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 내 딸이 더 이상 크지 않고 똥만 치우고 기저귀만 갈아준다고 해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딸아, 미안하다. 흐흐.) 고모가 사준 뽀로로 스티커 북을 가지고 놀면서 까르르 박수치고 웃는 딸. 이 모습을 매일매일 보고 싶다. (넌, 계속 빨리 크고 싶겠지? 딸아, 미안하다. 흐흐.)
그래서 나는 CF에 등장하는 아빠와 다르게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봄아, 너무 빨라."
그러면 봄은 CF에 등장하는 딸과 다르게 이렇게 말한다. (물론, 아직 말을 못한다.)
"아빠, 아직 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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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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