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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한 상상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6. 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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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상상

    2023년 6월 4일, 이재원 씀.

    나는 평소에 이상한(?) 몽상을 자주 떠올린다. 왜 '이상하다'고 말하냐면, 어떤 상황에서든 최악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차를 운전해서 어딜 간다면, 아주 자주, 자동차 사고가 나는 상황을 상상한다. 만약에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운전 중인데, 사고가 나면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게 될까? 순간적으로 안전벨트가 조여지면서, 목이 앞으로 꺾이거나, 핸들에 머리를 부딪히겠지? 만약에 핸들에 머리를 부딪힌다면, 어떤 부위에 어떤 강도로 부딪히게 될까? 이런 상황을 머리에 아주 세세하게 떠올린다.

    어제도 그랬다. 사랑스러운 아내, 귀여운 딸과 함께 강화도에 놀러 갔다. 동막 해수욕장에 들러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았다. 이제 16개월에 접어든 딸은, 처음 밟아보는 백사장이 어색한지 잠시 두리번 거렸지만, 이내 즐겁게 조잘댔다. 멋지게 선글라스를 쓴 아내도 바닷바람이 시원한지 좋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가족이 행복해 하는 순간에, 최악을 상상했다. 내가 갑자기 사고를 내서 몸이 마비가 되면 어쩌지? 목 아래로는 아무런 감각이 없는 상태가 되면 어떡하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아내에게 환하게 웃으면서도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했는데, 문득 내 마음 속에서 어떤 사실이 확신으로 느껴졌다. 예전 같았다면(내가 혼자 살았다면), 그렇게 온 몸이 마비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극단적으로 선택했을 듯하다. 헌데, 이제는 아니다. 나는 죽을 수 없다. 이렇게 나에게 행복을 안겨 준 아내와 딸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죽나?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해서, 타인에게 내 모든 일상생활을 의존해야 한다고 해도, 나는 죽을 수 없다. 희망을 가져야만 한다. 왜? 나는 남편이고, 아빠니까.

    이렇게 생각을 하고 보니, 확실해진다. 나는 아내와 딸을 많이 사랑한다. 나는 이 두 사람 덕분에 삶을 긍정한다. 살면서 아무리 힘든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래서 마음에 항시 그늘이 드리우고 비참한 생각이 연이어서 든다고 해도, 나는 희망을 품고 살아야만 한다. 아내와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그만큼 두 사람이 나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하하... 참 웃긴다. 거의 일어나지 않을 최악을 상상하고, 그 상상에 기대어서 또 온갖 상상을 하다니... 그래도 왠지 기분이 좋다. 내 마음 속 사랑을 확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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