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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484)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6. 8. 10:04728x90반응형
그네가 좋아요!
나는 아침에 6시 반이면 잠에서 깨요. 엄마는 내가 너무 일찍 깬다고 투덜대요. 일찍 자니까(밤 8시 반) 일찍 일어나나 봐요. 근데, 우리 집에는 나보다 일찍 깨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 아빠요. 매일 아침 엄마 품에 안겨서 아빠 방 문을 두드리거든요. 아빠는 늘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어요.
'우리 봄이, 잘 잤어?' 아빠가 씩 웃으면서 나를 안아 줘요. 그러면 하루가 시작되죠. 아빠를 만났으니 책을 읽어 달라고 해야겠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예쁘게 인사해요' 책을 집어 들어요. 아빠는 '또 읽어줘? 이번에 읽어 주면 100만번 읽는 거야' 라고 말해요. 흠... 나는 늘 새로운 걸 어떡해요.
그 사이에 엄마는 내가 먹을 밥을 준비해요. 어떤 날은 카스테라 빵을 먹지만, 보통은 잡곡밥을 국에 말아 먹어요. 나는 그냥 맛있어서 먹을 뿐인데, 엄마는 칭찬을 해 주네요. 꿀떡꿀떡, 잘도 먹는다고요. 밥을 다 먹으면 조금 있다가 엄마는 밖에 나가요. 회사에 간대요. 좀 아쉽지만 손을 흔들죠.
아침 8시가 넘으면 아빠는 정말 바빠져요. 일단, 화장실에서 세수를 해야 해요. 저는 물놀이를 하고 싶은데, 아빠는 두 손과 얼굴을 씻겨주고 끝이에요. 아쉬워라... 그리고는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기저귀를 갈고, 옷을 갈아 입고, 어린이집 가방을 챙겨요. 마지막엔 신발을 신죠. 이젠 가야 하는데...
이상하게 이 순간에 기저귀가 빵빵해져요. 그러면 아빠는 이렇게 말하죠. '으, 봄아, 똥 싸면 안 돼...' 아빠가 이 말을 하면 화장실에 또 가야 해요. 양말부터 벗고, 바지를 벗고, 기저귀를 벗어요. 뜨뜻한 물을 맞고, 다시 기저귀를 입어요. 바지도 입고요. 양말까지 다시 신으면 우리도 밖으로 나가요.
아빠가 어린이집에 간대요. 아빠는 나를 안고 조금 걷다가 내려 주곤 해요. 내가 걷고 싶다고 온몸으로 말하거든요. 아빠는 '발버둥'이라고 말하지만, 아뇨. 진짜 걷고 싶을 뿐이예요. 근데 이상해요. 나는 그냥 걸을 뿐인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귀엽다'고 말해요. 좋은 뜻인 것 같아서 그냥 웃지요.
조금 걷다 보면, 요즘에 내가 사는 이유(?)가 나와요. 보람어린이공원. 이곳에 있는 아기 그네! 저녁 때 오면 친구들이 많아서 탈 수가 없어요. 그런데 아침에 오면 우리밖에 없어요. 그네를 타면 완전 신나요. 아빠가 밀어주면 나는 까르르 웃죠. 근데 이상해요. 나는 그냥 웃는데, 아빠가 고맙대요.
"봄아, 네가 웃어서 아빠는 행복해. 어른이 되어서 세상 살아가다 보면 괴롭고 힘든 일도 많이 생기는데, 네가 웃는 모습을 보면 걱정, 근심이 다 사라진단다. 아빠가 나이가 많아서 너를 안아주려면 허리도 아프지만, 내 평생에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시절은 없었어. 이게 모두 네 덕분이야. 고마워."
힝... 나는 오랫동안 탈 수 있는데, 조금 타다 보면 내려야 해요. 내가 싫다고 몸부림(?)치면, 아빠가 조금 더 타게 해 주지만, 곧 어린이집에 가야 한대요. 싫어도 어쩔 수 없대요. 그러면 나는 못 이기는 척, 내려 줘요. 흐흐. 그리고 아빠 손을 붙잡고 걸어서 어린이집에 간답니다. 아주 가깝거든요.
엄마는 내가 아빠만 찾는다고 말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그네를 아침마다 아빠가 태워주거든요. 아빠, 아빠, 불러야지 조금이라도 그네를 더 탈 수 있거든요. 그렇게 아빠, 아빠 부르다 보니 아빠가 입에 붙은 걸 어떡해요. 엄마도 그네 태워주는 사람을 부를 걸요.
나는 그네가 좋아요.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신나게 공중을 나는 기분이 좋아요. 크게 웃으면서 그네를 밀어주는 아빠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시원한 바람을 얼굴에 부드럽게 뭍힐 수 있어서 좋아요. 그네에선 세상이 달라 보여서 좋아요. 앞으로도 아빠랑 그네 타러 오고 싶어요.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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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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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 > Personal Stor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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