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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안녕, 언니, 아빠, 엄마, 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8. 8. 07:36728x90반응형
어제 새벽, '무~울, 무~울' 소리가 들려서 슬쩍 깼다. 딸 아이가 내는 소리. 갑자기 물이 먹고 싶은가 보다. 아직 한참 어두운 시간. 침대맡에 미리 준비해 둔 물컵을 아내가 들어 올린다. 보통은 물을 먹이면 금방 다시 자는데, 이번에는 '무~울, 무~울' 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봄아~ 물 마셔~ 응? 물, 아니야?"
아침에 시간이 나서 아내를 직장까지 차로 모셔다 주었는데, 이렇게 말한다. "평소엔 물을 주면 금방 다시 자는데, 계속 물, 물 그러더라고. 그래서 가만 생각해 보니까, 물 달라는 소리가 아닌 듯했어요. 그러니까 그 물이 그 물이 아니었나봐. 너무 더워서 그랬나봐." 그러게? 딸 아이가 쓰는 단어는 빤하다.
지금 봄이 비교적 또렷하게 발음하는 단어는 여섯 개 정도. 제일 먼저 '아빠'를 말했고, 그 다음 엄마, 안녕, 언니, 물, 그리고 네. 난 그리 자상한 아빠가 아닌데, 일 특성상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라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아침/저녁으로 데려다 주고 데려오다 보니, '아빠'를 제일 먼저 배웠다. (무척 고맙다.)
다음으로 '안녕'과 '언니'를 거의 동시에 배웠는데, '안녕'은 봄이가 제일 좋아하는 동화책, '예쁘게 인사해요'에 나와서 배웠다. 그리고 '언니'는 내가 매일 아침마다 봄이를 안고, 서재 방문에 붙은 일본 영화 포스터(스파이의 아내)를 짚으면서 가르쳤다. 노란 코트를 입은 배우 아오이 유우가 예쁜 언니니까.
비교적 최근에 배운 말이 물이다. 여러 목적으로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는 아이 엄마는 딸에게도 물을 자주 먹인다. 주로 컨디션을 유지하라고 먹이는데, 역시 물은 만병통치약이다. 밥 먹을 때, 딸꾹질할 때, 흥분했을 때, 잠시 쉴 때... 아무 때나 먹이면 아이가 안정을 되찾는다. 그래, 물 많이 마시고 예뻐져라.
18개월차 딸 아이가 가장 최근에 배운 말은? 네! '봄아~' 라고 부르면 '네~' 라고 말하며 달려오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가르쳤다. '봄아, 네~ 해야지? 네, 해 봐.' 무시로 시키니 옆에서 아내가 핀잔을 준다. "아무런 맥락 없이 갑자기 시켜요?" "아, 몰랑. 딸 목소리가 너무 귀여워서 그냥 듣고 싶어서 시킨다, 왜?"
지금까지 배운 여섯 개 단어가 딸에게는 어떤 의미로 느껴질까? '엄마'는 그냥 숨, 같다. 아이에겐 엄마가 세상 전체니까. '아빠'도 마찬가지? 그냥 배경 같은 말이다. 언니와 안녕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딸에게 사회적인 수단일까. 하긴, 산책이라도 나가면 또래 아이들에게 무조건 '언니'라고 부르니까.
요즘 가장 많이 쓰는 '물'은 '엄마'와 동급으로 느껴진다. 이렇게나 더운 날, 물을 마셔야 원기를 회복하고 생기를 되찾을 수 있으니까. '네'는 아빠에게 달린 노란 버튼이다. 이 말만 뱉으면, 아빠 귀가 쫑긋 서고, 표정이 밝아지니까. 마지막으로, 10년, 20년 후에 봄이가 이 글을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덧붙임: 한 단어를 깜빡, 잊었다. 봄이는 '멍멍'도 많이 구사한다. 사람들이 반려견을 산책시키려 나온 모습을 보면, 여지없이 '멍멍멍!' 외친다. 우리 딸이 외동딸이라서 외로워할까봐 강아지 같은 동물을 입양해서 키우는 상당도 해 보았지만, '털' 때문에, '책임감' 때문에 안 될 듯하다. (미안해, 봄아. 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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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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