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장 한 걸음 #007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2. 21. 07:09728x90반응형
배움마저도 특출나지 않으니
수년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매우 다양한 문장을 만났고, 조금이라도 더 술술술 읽히도록 끝없이 고쳤다. 이제 그동안 쌓은 지도 사례를 하나씩 풀어내려고 한다. 사례로 배우는, 술술술 읽히는 문장 쓰기 #7.
<기본 설명>지난 글(https://vo.la/XEPBH)에서 (한국어) 문장을 곱고 아름답게 쓰는 원리를 이렇게 정리했다.
문장을 쓸 때, (a) 늘 '사람'을 주인공(주어)으로 삼고, (b) 그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쓰려고 노력하라.
오늘 고칠 문장에도 이 원리를 적용해 보자. 먼저, 주인공(주어)을 찾아 보자. 현재 문장에서는 '배움'이 주인공이다. 이 '배움'이 '특출나지 않'단다. 그렇다면 '배움'은 사람인가? 아니다. 오히려 '사람'만이 배울 수 있다(배움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배움' 대신 누구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 있을까? 이 문장을 쓴 사람, '나'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러니 주인공을 '나'로 바꾸어서 써 본다.
나는 ...
(뜻: 배움마저도 특출나지 않으니)
이제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한다고 쓰되, 원래 문장과 뜻은 크게 달라지면 안 된다. 멀리서 찾지 말고 기존 문장 안에서 찾는다. 바로 '배움'이 보인다. 따져보면, '배움'은 '배우다' 뒤에 'ㅁ'을 붙여서 주인공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즉, 원래는 행동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따라서 '배우다'를 살려 쓸 수 있겠다. 그런데 '부정(not)'하는 말이 들어 있으니 '배우지 못했다'라고 복원한다.
나는 ... 배우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특출나게'를 바꿔서 넣어야겠다. '특별히'가 어떨까? 어느 정도는 뜻이 통하지만 정확하진 않다. '특별히' 뒤에 '많이'를 붙여 보면 어떨까? 괜찮다!
나는 특별히 많이 배우지 못했다.
이젠 원문에 더 가깝게 마지막을 고친다. (완성!)
(나는) 특별히 많이 배우지도 못했으니
<잊지 마세요>
문장을 쓸 때, 늘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고, 그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쓰려고 노력하라.
<몰라도 되는 문법 설명>
주어는 명사만 될 수 있는데, 명사는 두 가지로 나뉜다. (a) 유정명사(有情名詞)는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움직이는 사람이나 동물을 뜻한다. (b) 무정명사(無情名詞)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사물이나 추상적 개념을 뜻한다.
서술어는 세 가지 형태만 올 수 있다: (ㄱ) 동사(주어가 나타내는 행동을 뜻한다), (ㄴ) 형용사(주어가 지닌 성질이나 특성을 뜻한다), (ㄷ) 명사+이다(주어의 정체성이나 자격 등을 의미한다).
한국어는 주어로서는 유정명사를 주로 취하고, 서술어로서는 동사나 형용사를 주로 취한다. 이 문장을 쉽게 고쳐 쓰면? 문장을 쓸 때 대체로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고, 그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쓴다. 위에서 정리한 바로 그 원리다.
한편, 이렇게 질문할 수 있겠다. '무정명사'는 주어로 쓰면 안 되나요?
아니다. 가능하다. 무정명사도 주어로 쓸 수 있다. 아니, 때로는 반드시 무정명사를 주어로 써야 한다. 서술어가 애초부터 무정명사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면, 주어도 무정명사로 써야 한다.
(예문) 비가 내린다.
동사 '내린다'는 주어로서 사람을 쓰면 이상해진다. 아예 뜻이 안 통한다.
정리하자면, 주어를 유정명사로 충분히 쓸 수 있는데 굳이 무정명사로 쓴 경우가 문제다.
(예문) 배움마저도 특출나지 않으니 → (나는) 특별히 많이 배우지도 못했으니
(예문) 나의 관심은 사람 만나는 일이었다 → (나는) 사람 만나는 일에 관심을 쏟았다
특히, 원래는 동사였는데 억지로 명사로 만든 후에 주어로 썼다면? 정말로 문제다. 동사는 주어가 아니라 서술어로 써야 한다. 그래야 한국어답다. 그래야 생기가 돈다. 그래야 술술술 읽힌다.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장 한 걸음 #008 (0) 2024.02.22 글쓰리 5형제, 이륙하다 (0) 2024.02.21 문장 한 걸음 #006 (0) 2024.02.20 문장 한 걸음 #005 (0) 2024.02.19 문장 한 걸음 #004 (0) 2024.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