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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한 걸음 #005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2. 19. 06:49728x90반응형
바탕화면은 둘째 사진이다
수년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매우 다양한 문장을 만났고, 조금이라도 더 술술술 읽히도록 끝없이 고쳤다. 이제 그동안 쌓은 지도 사례를 하나씩 풀어내려고 한다. 사례로 배우는, 술술술 읽히는 문장 쓰기 #5.
<기본 설명>
이전 글(https://empowering.tistory.com/1296)에서, 긴 문장 끝에 '이다'가 보이면 이렇게 고치라고 적었다.
(A) 먼저 '이다'를 제거하고
(B) '한 마디로'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본 다음
(C) '이다' 없는 다른 말로 고친다.
'바탕화면은 둘째 사진이다'에 적용해 보자.
(A) 바탕화면은 둘째 사진
(B) 한 마디로 무슨 뜻인가? 바탕화면은 둘째 사진?
(C) '이다' 없는 다른 말로 고치기가 어렵다.
그렇다. 내가 제시한 공식을 적용할 수 없다! 막다른 골목이다.
이런 경우엔 문장 밖으로 나가서 '누가(어떤 사람이)'를 질문해야 한다. '누가(어떤 사람이)' 이 상황을 만들었는가? 사진이 PC 바탕화면에 스스로 올라갈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사람이) PC를 켜고, 설정 메뉴에 들어가서, 둘째 사진을 바탕화면으로 지정해야 한다. '누가(어떤 사람이)' 그럴 수 있나? '누가(어떤 사람이)' 그랬나? '둘째'의 엄마, 필자 자신이다.
따라서 필자를 주어로 놓고 이렇게 문장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
(내가) 바탕화면에 둘째 사진을 깔아 놓았다.
(예문) (이번 평가는) 첫 복지관 평가였다.
(질문) 누가 평가를 치루었나? 필자 자신.
(바꾼 문장) (나는) 이번에 첫 번째로 복지관 평가를 치루었다.
(예문 2) 포장지는 금박이었다.
(질문) 누가 포장하는가? 선물 준 사람이.
(바꾼 문장) (그는/그녀는/엄마는/동생은) 금박으로 선물을 포장했다.
<잊지 마세요>
문장 끝 '이다'를 삭제하고 다른 말로 바꿀 수 없다면, '누가' 이 상황을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고, 그 사람을 주어로 바꾸라.
<몰라도 되는 문법 설명>
한국어는 서술어인 동사, 형용사가 발달했다.
한국어는 문장이 아무리 길고 복잡해도 딱 세 형태로 끝난다.
_ 동사. (동사문)
_ 형용사. (형용사문)
_ (명사)이다. (명사문)
동사와 형용사는 용언으로서 어간 뒤에 다양한 어미가 붙어서 상황을 다채롭게 서술한다. 그리고 어떤 영역에서는(예컨대 색채) 형용사가 굉장히 풍부하게 발달했다. 영어로는 blue 하나로 표현하지만, 한국어에서는 푸르다, 푸르딩딩하다, 푸르둥둥하다, 푸르뎅뎅하다, 푸르스름하다, 파랗다, 새파랗다 등 수십 가지로 나타낸다. 그래서 한국어는, 언제나 음직이고 생기가 넘친다.
반면에 명사는 늘 멈춘다. 어떤 말이 명사가 되면, 여러 특성을 공유하는 집단 안에 속하게 된다. 예컨대,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군인'이라는 명사를 부여하는 순간, 머릿 속에 순식간에 '군인'과 관련된 수십 가지 특성이 떠오르고, 이 특성을 공유하는 집단에 그를 집어 넣는다. 뜻이 그 집단 울타리 안에 고정된다. 그래서 명사가 되면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상태가 된다.
'A는 B이다'
언어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려면 'A는 B이다' 형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어에도 'A는 B이다(명사문)'가 있다. 하지만 '-이다'는 뜻이 단조롭다. A와 B를 등호(=)로 가볍게 연결해서 겨우 'A와 B가 서로 같다'는 뜻을 나타낸다. 그 외에 다채로운 뜻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어는 동사와 형용사를 서술어로 최대한 살려 써야 한국어답다(자연스럽다/아름답다). 따라서 명사문은 'A는 B이다'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 때만 써야 한다.
어떤 글을 쓰고 난 후에, 문장마다 '이다'를 얼마나 많이 썼는지 확인해 보시라. 문장 끝에 '이다'가 많이 보일수록, 한국어를 한국어답지 않게 썼다고 생각하시라. 가급적이면 '-이다'를 빼면서 글을 써 보시라. 글이 조금 덜 어색해지고, 조금 더 자연스러워져서, 조금 더 한국어답게 바뀌리라 확신한다.
<예문 비교>
_ 바탕화면은 둘째 사진이다.
_ 바탕화면에 둘째 사진을 깔아 놓았다.
_ (이번 평가는) 첫 복지관 평가였다.
_ 이번에 첫 번째로 복지관 평가를 치루었다.
_ 포장지는 금박이었다.
_ 금박으로 선물을 포장했다.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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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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