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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처럼, 7줄로 글을 쓰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6. 9. 10:57728x90반응형
2024년 6월 7일. 남원에서 7줄 글쓰기 특강을 열었다.
우선, 강의 피드백부터 소개한다. (학생들이 오픈 채팅방에 익명으로 올린 강의평)
ㅇㅁㅇ님: "안 졸리는 강의는 처음입니다."
옌니 남푠님: "함께 글을 쓰고 나누니, 더 재미있고 흥미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단호한 프로도님: "글쓰기 할 때마다 고민인데, 7줄 글쓰기를 연습해 보니 쉽게 느껴졌어요. 자주 써 보고 살도 붙여보고 싶어졌어요. 감사합니다."
내가 평소에 가르치는 글쓰기 이론 중에서 중요한 내용만 추려서 딱 2시간 가르치고, 모든 참여자가 직접 글을 써 보는 시간을 가졌다. 뜨헉, 모두 놀랐다. 그냥 마음 편하게 강의 듣고 가면 되는 줄 알았나 보다. 아니지, 그냥 보낼 수는 없지. 각자 마음 속에 품은 이야기를 꺼내 놓고 함께 즐겨야지.
어떻게?
딱 7줄로 글을 썼다.
[엄지척 어피치]
1. 어제 쉬는 날이어서 낮잠을 많이 잤다.
2.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난 후 배는 부르고,
3. 날씨는 좋고 창문을 열어 놓으니 바람이 솔솔
4. 창문 밖에는 동네 꼬마들이 뛰어 노는 소리가 재잘재잘, 자장가가 따로 없다
5. 뜨헉, 자고 일어나니 두 시간이 훌쩍!
6. 밤에 잠이 안 와서 이리뒹굴 저리뒹굴,
7. 오늘 하루 종일 졸려 죽겠다.<이재원 선생 피드백>
우와~ 정말로 잘 쓰셨습니다. 상황 묘사가 무척 훌륭합니다. 우리가 선생님과 함께 그 장소, 그 시간에 있는 듯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소소한 이야기를 부담없이 단촐하게 적으셨어요.
[권투하는 무지]
1. 6월 6일 현충일, 와이프와 오랜만에 극장을 갔다.
2.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3. 와이프가 손을 잡으려 하길래 깜짝 놀라 손을 뿌리치며,
4.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뜻을 기억하며
5. 건전한 마음으로 영화에 집중하자 했다.
6. 저녁에 아파트 계단에서 컵라면을 먹었다.
7. 살아있어서 감사하다.<이재원 선생 피드백>
옴마나,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잘 쓰시다니! 특히, 선생님께서는 유머 감각이 뛰어나시네요. 독자는 글을 읽으면서 5번 문장과 6번 문장 사이에 생략하신, 두 분 사이 이야기를 상상하게 됩니다.
[퇴근하는 프로도]
1. 작년 10월, 이쁜 딸이 태어났다. 태어난 후 내 인생이 바뀌었다.
2. 내 딸은 남들보다 세상에 빨리 나왔다. 32주에 양수가 터졌고, 34주에 1.9kg으로 태어났다.
3. 태어난 후 우리 아기는 엄마, 아빠와 함께 조리원에 가지 못하고 대학병원 인큐베이터에서 지냈다.
4. 딸은 퇴원 후 아프지 않고 잘 크고 있다. 분유도 잘 먹고 살도 많이 쪘다.
5. 무뚝뚝한 장인 어른도 아기 눈 높이에 맞춰 바짝 엎드리신다.
6. 내 취미 생활은 이제 없다. 게임, 낚시, 축구는 잊은 지 오래다.
7. 퇴근해서 현관 문을 열면, 딸이 나를 보면서 방긋 웃으며 양팔을 팔랑거린다.<이재원 선생 피드백>
압니다. 선생님 마음. 저도 딸 가진 아빠거든요. 그동안 신나게 즐기시던 취미 생활도 다 잊으시고, 딸 아이에게 전념하시는 선생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소소하면서도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는 이야기, 아주 잘 쓰셨습니다.
[비옷입은 튜브]
1. 엄마와 나는 스무살 차이. 친구 같은 엄마가 있어서 항상 좋았다.
2.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많이 아프셨다.
3. 엄마 따라 시외버스 타고 병원에 가는 날엔, 나는 멀미하느라 엄마 무릎을 베개 삼아 쓰러지곤 했다.
4. 병원에서 팔던 풍년제과 카스테라가 너무 먹고 싶어서 엄마를 따라 다녔다.5. 머리가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아도 풍년제과 카스테라를 꼭 쥐고 놓지 않았다.
6. 엄마가 하늘 나라에 가신 지, 어느 덧 스물 여섯 해!
7. 나는 당시 엄마보다 나는 더 나이 들었지만, 풍년제과 카스테라가 먹고 싶다.<이재원 피드백>
그러니까, '풍년제과'는 전주 인근 지역에서 유명한 로컬 빵집이군요? (찾아 봤음.) 어머니와 풍년제과 카스테라에 얽힌 이야기,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겨우 7줄 안에 30년도 넘는 기인 세월을 잘도 요약해 넣으셨네요. 정말 잘 쓰셨습니다.
[초롱초롱 네오]
1. 나는 대학 4학년 기말고사 시험을 앞둔 워킹맘이다.
2. 출근해서 일은 하지만 머릿속엔 온통 기말고사 시험 생각뿐이다.
3. 퇴근하면 세 아이들 육아에, 아이들 공부에, 저녁 챙겨 먹이고 다들 재운 다음에 공부를 시작한다.
4. 주말이 되어서 공부 좀 하려고 하면 유치원 다니는 셋째가 '주말인데 놀아달라' 졸라댄다.
5. 공부를 해야 해서 놀아줄 수 없는 엄마 마음을 몰라주는 거 같아 혼자 속상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6. 하지만 고 2 큰아이가 엄마 시험 잘보라고 두 동생도 챙겨주고 힘내라고 격려해 주었다.
7. 기말시험이 끝나고 보니 큰 아이도 첫 기말시험 보느라 나처럼 힘들었을 듯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이재원 피드백>
소소한 일상을 7줄 안에 잘 녹여내셨습니다. 워킹맘으로서, 표현하고 싶은 말은 구구절절 많겠지만, '기말고사'를 매개로 딱 필요한 내용만 잘 선택해서 쓰셨네요. 제가 강의 중에 말씀 드렸듯이, 본인 경험을 생각하고 잘 선택해서 쓰면, 누구나 잘 쓸 수 있습니다. 크게 칭찬 드릴게요. 짝짝짝!
글쓰기 기술은 참말로 배우기 어렵다. 겨우 몇 시간짜리 대중강연으로 글쓰기 기술을 배우고 가르친다?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에 시도한다면, 최대한 목표치를 낮출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낮췄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나는 잘 못 쓴다는 부끄러움, 내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어려움... 을 넘으려면, 길이를 줄이는 수밖에.
내가 '7줄 글쓰기'를 개발한 이유. 결국, 긴 글도, 300쪽 서적도,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해서, 밀도를 떨어뜨리지 않은 채로 내용을 확장한 결과물에 불과하다. 7줄을 쓰든 30,000줄을 쓰든, 본질은, 핵심은 같다. 그러므로 짧은 글을 자주 쓰다 보면, 글쓰기 실력이 자연스럽게 늘 수밖에 없다. 자, 보시라. 증거가 여기에 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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