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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 가서 책을 가져왔다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6. 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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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메모(일상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포착하다)

     

    밤 11시 분리수거를 마쳤다.

    이제 씻고 침대로 가면 끝. 

    "엄마 놀이터에 학교에서 빌린 책을 놓고 왔어."

    오 마이 갓! 왜왜왜 좌절.

    나는 집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고 싶지 않다. 

    그저 침대로 가고 싶을 뿐.

    중1 아들에게 혹시나 싶어, 

    "아들, 은별이가..."

    "어디? 갔다 올게요."

    아들은 쏜살같이 사라졌다.

    이거 실제임?

    아들에게는 망설임 귀찮음 불편함이 없다.

    그냥 가서 책을 가져왔다.

    멋진 내 아들. 

    가져온 '흔한남매' 만화책을 재밌게 읽는다.


    B. 7줄 글쓰기 (포착한 아이디어로 글 뼈대를 세우다) 

     

    [인물]

    1. 밤 11시 분리수거를 마쳤다. 이제 씻고 침대로 쏙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남편은 회식으로 늦는다. 중1 아들은 학원 다녀와 잘 준비를 마쳤다. 초3 딸은 노느라 아직, 씻.지.도. 않았다.

     

    [시련]

    2. 욕실로 향하려는데 딸이 다급하게 말한다. “엄마, 놀이터에 학교에서 빌린 책을 놓고 왔어”

    3. 오 마이 갓! 이거 실제임. “책을 놓고 왔다고, 밤11시에 생각났다고.”

    4. 나는 한발짝도 나가고 싶지 않다. 아들이 보인다. 아들에게 불평하듯 상황을 전달한다.

    5. 아들은 동생을 보며 “어디?”라고 뚝뚝하게 묻는다. 그리고 쏜살같이 책을 찾으러 갔다.

     

    [성장]

    6. 이십 분이 지났을까? 아들이 책을 찾아 돌아왔다. 미안하고 고마워서 난 괜히 호들갑을 떤다. “아들 멋있다! 엄마 엄청 가기 싫었는데 완전 감동이야”

    7. 아들처럼 그냥하면 됐는데,.. 나는 불편하고 귀찮음을 참지 못하고 뿜어냈다.


    C. 확장판 글쓰기 (뼈대를 따르되, 매이지 않으면서, 글을 쓰다) 

     

    그냥 가서 책을 가져왔다 

     

    글쓴이: 민경재(안산시초지종합사회복지관 분관 둔배미복지센터 센터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밤 11시, 분리수거를 마쳤다. 이제 씻고 침대로 쏙 들어가면 된다. 남편은 회식이 있어서 늦는다. 중1 아들은 학원 다녀와 잘 준비를 마쳤다. 초3 딸은 노느라 아직, 씻. 지. 도. 않았다. 나는 안 자냐고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또박또박 부드럽게 말한다. “은별아, 11시야 잘 시간이 지났어, 씻고 자자.”

     

    욕실로 향하려는데 딸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하게 말한다. “엄마,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놀이터에 놓고 왔어” 오 마이 갓! 이거 실제임?. 이 밤에?, 딸이 낮에 놀던, 옆 아파트단지 놀이터까지 가야 한다니. 날 대신해 줄 남편도 없다니. 귀찮고 불편한 감정이 순식간에 나를 뒤덮었다. 나는 한껏 화가 난 얼굴로 딸에게 말한다. “책을 놓고 왔다고, 밤 11시에 생각났다고.” 딸은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그럼 내가 갔다 와야 해?”, “아니 너는 위험해서 안 돼!”

     

    당연히 내가 가야 한다. 그런데 나는 한 발짝도 나가고 싶지 않다. 문득, 방에 누워 있는 아들이 보인다. “아들, 은별이가 2단지 놀이터에 학교에서 빌린 책을 놓고 왔대” 아들에게 피곤한 엄마를 알아달라는 듯 투덜거렸다. 아들은 동생을 보며 “어디?” 뚝뚝하게 묻는다. “그네 놀이터 의자에...” 아들은 동생 대답을 듣자마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찾으러 나간 아들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든다. 아들은, 그냥, 갔다.

     

    이십 분이 지났을까? 아들이 책을 찾아 돌아왔다. 얼마나 뛰어 갔다 왔을까. 미안하고 고마워서 난 괜히 호들갑을 떤다. “아들 짱 멋있다! 엄마는 엄청나게 가기 싫었는데 완전 감동이야!” 내가 그냥 다녀왔으면 간단했는데... 뒤늦게 후회가 몰려온다. 나는 밖에서 사회생활 하느라 마음이 불편해도 잘 숨긴다. 남에게는 잘도 참고, 늘 감수하고, 항상 배려한다. 하지만 집에서는 오늘처럼 짜증을 그대로 뿜어낸다. 정말로 사소한 일이었는데. 아들처럼 툭, 일어나서, 휙 다녀오면 되는데.

     

    이제 아들은 놀이터에서 찾아온 '흔한 남매' 만화책을 침대에 누워 킥킥거리며 읽는다. 무척 편안해 보인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민경재 센터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민경재 센터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글쓴이 메타 피드백>

     

    화요일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런 소소한 일은 평소 자주 일어납니다. 매번 불편한 마음을 뿜어내고는 정신 차리고 후회합니다. 우선, 아들을 바라 보면서 마음에  떠오른 생각과 감정을 핸드폰 메모장에 자유롭게 적었어요. 그리고 '인물-시련-성장' 플롯을 적용해서 7줄을 쓰면서 내용을 정리했어요. 마지막으로, 각 단락을 확장해서 쓰면서, 저 순간에 느꼈던 감정, 생각을 조금 더 풍성히 적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문장과 문장, 단락과 단락 사이 관계(연계성)를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마지막 단락과 제목 정하는 과정이 어렵습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일상 속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해서, 글 소재로 뽑아내고, 7줄로 뼈대를 잡은 후에, 4~5 단락으로 확장하셨는데요, 전체 과정이 아주 체계적이고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 훌륭합니다. (제가 언제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과정을 민경재 선생님께서 훌륭하게 보여 주셨어요!)

     

    2. 처음에 민경재 선생님 글에 보이던 그 많던 군더더기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체계적으로 글을 쓰시니 군더더기가 붙을래야 불츨 수가 없습니다. 이래서 제가 7줄 글쓰기를 권장합니다. 민경재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이 옳았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보여 주셨습니다. 머리 숙여 감사합니다.

     

    3. 개별 문장도 좋습니다만, 문장과 문장이 서로 잘 붙습니다. 더욱 쫀쫀하게 맞물려 돌아갑니다. 응집력이 있습니다. 점점 더 성장하시니 참 보기 좋습니다. 앞으로는, 사진도 함께 찍어 보세요. 사진과 문장이 잘 어울리면, 더욱 흥미롭고 생생하리라 확신합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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