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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를 맞대고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10. 15.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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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줄 일기> 

     

    2024년 10월 8일 화요일, 날씨: 하늘이 너무 맑아서 출근하기 싫다

     

    (누가/무엇) 1. 아이 몸에서 열이 펄펄 난다.

    (내용/의미) 2. 밤새 아이 옆에서 자며 코를 맞대었다.

    (감정/생각) 3. 코를 통해 아이 감기가 나에게 오길 바랐다.


    <다섯 단락 글쓰기> 

     

    제목: 코를 맞대고

     

    글쓴이: 배수경 (청학장애인공동생활가정 사회재활교사,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아이 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은 아이가 열이 나고 힘들어하니 데리러 와 달라고 말했다. 순간, 직장에 다니는 엄마 마음이 무너진다. 

     

    오늘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다. 그룹홈 사회복지사는 혼자 일해야 해서 내가 자리를 비우면 대신 일해 줄 직원이 없다. 냉정하게 생각하니 아이를 데리러 갈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데리러 갈 수 없으니 조금 이따가 학원차로 보내달라고 말씀드렸다. 죄송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부랴부랴 퇴근했다. 축 늘어진 아이가 거실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이는 팔을 벌려 안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뿌리쳤다. 얼른 해열제를 먹이고 저녁식사를 준비해도 바빴다. 평소 아이가 좋아하지만 자주 요리해 주지 못했던 돼지갈비를 구웠다. 아이는 킁킁대며 달콤하고 짭짤한 돼지 갈비 냄새를 맡더니 밥을 달라고 말했다. 열은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밥을 먹고 씻고 나온 아이 얼굴이 다시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열을 재어보니 다시 38.9도. 다시 해열제를 먹이고 나는 대충 씻고 나와 아이 옆에 누웠다. 평소 아이가 내게 코를 대고 냄새를 맡던 그 모습처럼 나도 아이에게 코를 맞대었다. 엄마 냄새를 맡으러 다가오는 아이 코끝에선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평소 잔병 없이 잘 자랐다. 그런데 이렇게 가끔 한 번씩 아프면 가슴이 미어진다. 힘들어 하는 아이를 데리러 가지 못한다고 누군가에게 말을 할 때면 죄인처럼 느껴진다. 이 감기가 차라리 나에게 오길 바라며 다시금 코를 맞대어본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배수경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배수경 선생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세 줄 일기를 쓰시면서 쏜살같이 흘러가는 사건을 잘 붙잡으셨네요. 그리고 숙련된 장인처럼, 이야기에서 군살을 다 떼어 내시고 뼈대만 딱 추리셨어요. 이 세 줄 일기 핵심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애틋한 엄마 마음'이겠지요? 그런데 다섯 단락으로 확장하시면서 '바쁜 워킹맘 맥락'을 들여 놓으셨어요. 안 그래도 엄마 마음이 애틋하게 느껴졌는데, 이젠 정서적으로 긴장도가 확 높아집니다. 그리고 배수경 선생님 너머로 지구상에서 일하는 모든 엄마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아마도 수십억이 넘겠지요.) 솜씨 좋게 재료를 추가하시고 촘촘하게 글을 완성하셔서, 글 덩치가 커졌는데 밀도는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2. 글감이나 주제 모두 특수하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보편적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 누구나 어린 시절을 떠올릴 듯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이 글을 읽고, 언젠가 아파서 엄마 품에 안겨 코를 맞대고 잔 날을 기억했습니다.  

     

    3. 글에서 배수경 선생님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차분하고, 섬세하고, 부드럽고, 따뜻합니다. 글을 쓰다 보면 끝에는 개성이 남습니다. 개성이 없으면 글이 살지 못하고 죽습니다. 이 글은 개성적이어서 좋고, 훌륭합니다.

     

    4. 글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글이 간결한데 풍성합니다. 그냥 쓰지 않으시고, 세 줄 일기로 핵심을 잡으신 후에 늘려 쓰셔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요약한 후에 술술술 풀어내는 훈련을 계속 이어 가세요. 

     

    5. 주어와 조사를 생략하는 습관과 문장 뒤에 서술어로 쓰면 좋은 동사를 명사 앞에서 단순히 수식하는 어구로 쓰시는 습관이 여전히 조금 보입니다. 앞으로 좀 더 고치시면 좋겠습니다. 더 발전하시리라 확신합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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