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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푸른초장, 글쓰기 교육 후기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10. 23. 07:30728x90반응형
(1) 시무룩한 튜브, 세 줄 일기
2024년 9월 10일, 화요일. 날씨: 살살 녹아내리는 날씨
1. 오랜만에 꽃게를 먹었다.
2. 살도 통통, 엄청 크다. 게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으며,
3. 오늘 하루 쌓인 피로도 살살 녹아 내린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아, 퇴근 후 꽃게를 드신 이야기를 골라서 세 줄로 쓰셨네요. 엄청난 이야기를 쓰지 않으셨고, 특별한 어휘를 구사하지도 않으셨지만, 왠지 공감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평범한 일상에서 글감을 찾으세요. 의미는 부여하면 됩니다.
(2) 버터 와플, 세 줄 일기
2024년 9월 2일, 월요일. 날씨: 이제야 숨통이 트이는 선선한 하루
1. 세일만 하면 카드를 긁는다.
2. 집을 백화점으로 만들 심산인가 보다.
3. 그래도 새 남편은 안 긁어서 고마웠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다른 사람(아내) 이야기로 시작하셨네요. 세일 기간에 열심히(?) 쇼핑하는 아내 모습을 보면서 약간 걱정스러우셨나 봅니다. 하지만 결국은 내 이야기로 돌아오셨어요. 일기란, 결국 내 생각과 감정을 살피는 글이니까요.
(3) 응원하는 튜브, 세 줄 일기
2024년 9월 11일, 수요일. 날씨: 땀나도록 덥다가 비가 주루룩
1. 출근하는 나를 쳐다보지 않으며 딸이 등교했다.
2. 딸은 항상 출근하는 나를 바라보고 손 흔들며 인사한다.
3. 아침부터 혼나서 서운했나 보다. 끝까지 참을 걸.
<이재원 선생 피드백>
네? 쓸 내용이 없다고요? 아닙니다. 쓸 내용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습니다. 없는 내용을 새로 만들어 내려고 애쓰지 마시고, 이미 존재하는 내용을 주으시면 됩니다. 스치듯 본 딸 눈길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태도, 바로 요런 태도랍니다!
(4) 비옷 입은 튜브, 세 줄 일기
2024년 9월 13일, 금요일, 날씨: 때 묻은 솜사탕
1. 나이가 많아 걱정이다.
2. 작년 겨울에도 호흡기를 사용해 연명했다.
3. 그래도 잘 달려줘서 고맙다. 나의 스포티지R
<이재원 선생 피드백>
우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에 일하시느라 망치만 두드리신다는데, 어쩌면 이렇게 잘 쓰셨나요? 글감을 뒤로 숨기는 솜씨가 특히 훌륭하지만, 자동차를 바라보는 애정어린 시선을 세 줄로 진솔하게 표현하셔서 정말로 좋습니다.
(5) 피자 먹다 자는 무지, 세 줄 일기
2024년 9월 23일, 월요일. 날씨: 긴팔 옷을 꺼내야 하는 날씨
1. 만나고 싶지 않은 하얀 친구가 있다.
2. 어느 날 자동차 백미러를 통해 그 친구를 만났다.
3. 아직은 아니야 흰. 머. 리.
<이재원 선생 피드백>
글감을 잘 선택하셨습니다. 피다 먹다 자는 무지님 말고도 세상 사람 모두 흰머리는 만나고 싶어하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특수한 이야기 같지만 보편적인 글감이 가장 좋습니다. 일단 고르시고, 생각해 보세요. 사람들이 어찌 느낄지.
(6) 생각하는 라이언, 세 줄 일기
2024년 9월 25일, 수요일. 날씨: 살랑살랑 부는 바람 내 마음을 흔들고
1. 바람이 분다.
2. 가을벼도 흔들흔들 내 마음도 흔들흔들.
3. 바람아, 가을벼만 흔들어 다오.
<이재원 선생 피드백>
글쓴이 처지를 잘은 모르겠지만, 외로우신가 봅니다. 그런데 외로운 마음을 이렇게 고급지게 표현하시다니요. 비람에 흔들리는 가을벼에 비유하셨죠. 이렇게 내 생각/감정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면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답니다.
(7) 열심히 일하는 네오, 세 줄 일기
2024년 9월 25일, 수요일. 날씨: 파란 융단처럼 펼쳐진 하늘
1. 문득, 불청객이 찾아왔다.
2. 처음에는 문전박대했다가 나중에는 조금씩 문을 연다.
3. 불청객의 이름은 우울증. 잘 달래서 내보내야겠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열심히 일하는 네오님! 우울증을 참 성숙하게 대하시네요. 불청객이라고만 생각해서 멀리하려고 애쓰면, 우울증은 오히려 나에게 달라 붙더라고요. 반대로, 잘 달래면서 데리고 살다가 슬며시 내보내면, 의외로 쉽게 빠져 나가고요.
(8) 비옷 입은 튜브, 세 줄 일기
2024년 9월 28일, 토요일, 날씨: 새까만 캔버스 위 흐르는 황금빛 모래알
1. 할머니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2. 꿈이었다. 사춘기 고통을 다 받아주고 키워 주신, 당신 약 지을 꼬깃돈 모아 주시던 가죽만 남은 두 손.
3.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목이 터져라 외쳐봅니다. 보고 싶습니다. 할머니.
<이재원 선생 피드백>
어머나, 푸른초장에도 '한강'이 흐르네요! 우리끼리라도 비옷 입은 튜브님에게 노벨문학상을 드려야겠습니다. 찐한 정서가 서린 수십년 세월을 단 세 줄에 요약하셨어요. 독자도 함께 이 글을 읽으며 할머니 손을 잡고 눈물 흘립니다.
(9) 불금 네오, 세 줄 일기
2024년 9월 24일, 화요일. 날씨: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딱 좋다
1. 글쓰기 수업을 받았다.
2. 푸른초장 직원들 글발이 장난이 아니다.
3. 진주를 발견한 듯 기쁘다. 인재가 이렇게 많다니.
<이재원 선생 피드백>
그러게요! 저도 놀랐습니다. 그냥 평범한 직장인 분들인데, 뛰어난 문재를 숨기고 계셨다니요. 보석 같은 이야기가 마음 속에 있는데, 밖으로 꺼내서 표현할 틀이 없었을 뿐. 세 줄 일기를 쓰시며 마음껏 표현하시니 선생도 뿌듯합니다.
(10) 졸린 라이언, 세 줄 일기
2024년 9월 25일, 요일. 날씨: 만보걷기 딱 좋은 날
1. 퇴근길, 손녀딸이 할아버지 차를 타고 따라오겠다고 보챈다.
2. 아빠에게 끌려가며(?) 크게 우는 손녀딸이 고맙다.
3.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울 손녀딸.
<이재원 선생 피드백>
손녀딸이 크게 우는데 고마우셨다고요?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손녀에게 베푸시는 조건 없고 제한 없는 사랑. 나중에 할아버지께서 세상에 안 계셔도, 손녀딸은 할아버지 손을 잡고 살겠죠?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 드릴까요? 글을 잘 쓰려면, 우선 글쓰기가 재미있어야 합니다. 글쓰기가 재미있으려면, 쉽게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쉽게 시작하려면, 생활 속 작은 이야기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가볍게 쓰셔야 합니다.
글을 잘 쓰려면, 핵심이 무엇인지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적당한 길이로 풀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글감 포착 능력과 요약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세 줄 일기를 쓰면, 핵심 주제를 적절한 길이로 쓰는 능력이 좋아집니다.
사실, 한없이 길게 늘려서 쓰는 일은 쉽습니다. 글쓰기 기술을 안 배워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간결하게 쓰는 일은 어렵습니다. 반드시 제대로 배우고 연습해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세 줄 일기로 시작해 보세요.
사회복지법인 푸른초장 사회복지사 분들처럼요.
<참고 링크>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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