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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보다 방어회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11. 15. 06:26728x90반응형
제목: 생일보다 방어회
글쓴이: 음악 듣는 어피치
나는 오늘 회사 근처에서 친구와 만나서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다. 몇 년 전엔, 친구 생일이 우리가 수능 시험을 본 날이었다. 올해도 친구 생일이 수능 시험 날이라 그런지, 그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평생을 가까이 지내온 소중한 친구이자, 내일 생일을 맞이한 친구를 위해 케이크를 준비해야겠다.
그러나! 나는 사실 친구 생일 축하보다는 같이 먹을 대방어가 더 기대된다. 야들야들하고 기름기 촉촉한 살이 얼마나 맛있을까. 또 매운탕은 어떻겠는가. 재작년 이맘 때쯤엔 친구와 함께 오이도에서 방어회를 먹었다. 올해는 둘 다 일이 있어서 멀리 가지는 못하지만, 대방어를 함께 즐기며 마음껏 축하해 줘야겠다.
최근에 휴먼임팩트협동조합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교육생 분들에게 요청드렸다. "한 분씩 돌아가면서 '나와 글쓰기'라는 주제로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무척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중에서도 '글을 너무 장황하게 쓴다'는 말이 가장 많이 나왔다.
어째서 장황하게 글을 쓸까?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쓰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마음 속 온갖 이야기를 다 써야만 내 생각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둘째, 내용을 정리하지 못해서. 사실은 이렇게까지 온갖 이야기를 다 꺼내고 싶진 않은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라서.
그래서 이렇게 말씀 드렸다. "잘 찾아 오셨어요. 오늘 수업 시간에 몇 번 정도 실제로 글을 써 볼 텐데요, 저를 믿고 잘 따라 오시면, '어? 나도 이렇게 초점이 분명하게 글을 쓸 수 있네?' 라고 생각하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나는 이 약속을 지켰다. 증거는? 위에 소개한 두 단락 글이다.
선명하게 쓰는 비결은? 첫째도 뼈대요, 둘째도 뼈대며, 셋째도 뼈대다. 글은 표현이 아니라 구조(뼈대)다. 표현은 시작과 끝이 없다. 쭉 이어져 있어서 끝도 없이 나온다. 반면애 구조(뼈대)를 중시하면, 이야기 내용을 더 중요한 요소와 덜 중요한 요소로 나누고, 더 중요한 요소를 강조한다.
음악듣는 어피치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4년 11월 13일 수요일, 날씨: 바람이 불고 안개가 낀 날
(누가/무엇) 1. 오늘 회사 근처에서 친구와 만나서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다
(내용/의미) 2. 내일이 친구 생일이라서 케이크를 준비해야겠다.
(감정/생각) 3. 사실, 생일 축하보다는 함께 먹을 대방어가 더 기대된다.
말하자면, 위에 소개한 두 단락 글은 사실, 이 세 줄 일기에서 시작되었다. 친구와 만나서 생일을 축하하며 방어회를 먹겠다는 이야기를 두고, 뼈대만 골라서 딱 세 줄로 정리한다(구조를 짠다). 그리고 이 뼈대에 세부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붙여서 글을 확장한다. 분량을 억지로 늘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나오도록 놓아 둔다.
글쓰기 초심자는 대체로 표현하고 싶어하는 의욕이 앞선다. 하지만 표현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를 일목 요연하게 조직하고 질서를 설계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퍼지고 초점을 놓치게 된다. 본인이 쉽게 다룰 수 있는 작은 이야기를 꺼내서 편하게 구성해 보아야, 더 큰 이야기도 일목요연하게 쓸 수 있다.
세 줄 일기는, 말 그대로 '일기'로서 바삐 지낸 하루 일을 정리하는 좋은 글틀이다. 하지만 좀 더 길고 복잡한 글을 쓰기 전에, 구조(뼈대)를 단단하게 잡고, 배가 산으로 가지 않도록 방지하는 튼튼한 닻이 된다. 처음 가 보는 숲길에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일러주는 나침반이 된다. 어떠한가? 그대도 저렇게 근사하게 글을 써 보고 싶으신가?
세 줄 일기를 배워 보시라. 멀고 어둡게만 느껴지는 글쓰기 숲을 훨씬 더 가볍게 건널 수 있는 길을 만나시리라.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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