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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며 깔깔 웃었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11. 17. 16:32728x90반응형
"이재원 선생님께서 오셔서 세 줄 일기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쉼터) 동료들이 어렵다고 느낄까봐 조금 걱정했는데, 끝날 때쯤 되니 우려했던 마음이 감사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이렇게나 쉽게 쓸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시다니! 그냥, 따듯하고 편안한 시간이었다."
안혜연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4년 9월 18일, 금요일. 날씨: 쫙 트인 지평선처럼 시원하다
(누가/무엇) 1. 같이 사진 찍자고 해서 활짝 웃는 순간, 그녀가 내 볼에 뽀뽀했다.
(내용/의미) 2. 낯선 타국에서 만난지 1분 만에 우리는 오랜 친구처럼 마주보며 깔깔 웃었다.
(감정/생각) 3. 이유 없는 사랑을 받았고, 나 또한 같은 사랑을 주었다. 세상이 아름답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지난 여름, 그대는 나에게,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선교사로서 헌신하시는 케냐에 다녀온다고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남편 분과 함께 다녀온다고 말했습니다. 계절이 지나고, 두 사람이 케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을 만나게 되면 물어 보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세 줄 일기로 케냐 이야기를 듣게 되었네요.
그대는 세 줄 일기 본문에서 '만난지 1분만에 우리는 오랜 친구처럼' 이라고 썼습니다. 아, 저는 이 표현이 어떤 뜻인지 압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거든요. 약 10년 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길 위에서 만난 낯선 외국인들이 오랜 친구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눌한 영어로 느릿느릿 대화를 나누었는데도 서로 바라보며 밝게 웃었습니다.
그대는 "깔깔 웃었다"고 썼습니다. 저는 '깔깔'에 주목합니다. 이 단어 뒤에 놓인 두 사람 마음을 읽습니다. 아마도 두 사람은, 서로 경계하지 않았겠지요.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나를 가리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지 않았겠지요. 그래서 어색하지 않았겠지요. 자연스러웠겠지요. 인간은, 안심할 수 없는 상대 앞에서는 절대로 '깔깔 웃지' 않습니다.
그대는 이유 없는 사랑, 을 그녀에게 먼저 받았다고 썼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대는 '활짝 웃는 순간'이라고 썼습니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그대가 그녀에게 활짝 웃은 순간, 사랑을 그녀에게 먼저 주었을 지도 몰라요. '아, 낯선 타국에서 온 사람을 만났는데, 단 1분 만에도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사이처럼 서로 마주 보며 깔깔 웃을 수 있구나.'
맞습니다. 누가 먼저 사랑을 주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겠지요? 두 사람이 만났고, 깔깔 웃으며 무방비 상태가 되었고, 이유없는 사랑을 교환했고, 세상을 아름답게 느꼈다는 사실이 중요하겠지요? 안혜연 선생님, 부럽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누굴 만나도 깔깔 웃을 수 있다면, 곧바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도록 도와 주셔서요.
<안혜연 사회복지사, 또 다른 세 줄 일기>
2024년 11월 14일, 목요일. 날씨: 비올랑말랑
(누가/무엇) 1. 1시간 반을 달려 강이 보이는 카페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용/의미) 2. 멍하니 앉아 흐르는 물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감정/생각) 3. 모두 흘러가는데 빛이 비치는 곳도, 어두운 곳도 있었다. 내 인생도 그렇겠구나. 위안을 얻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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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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