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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상담 공부방/해결중심 사례관리 자문 2025. 3. 19. 10:46728x90반응형
‘비자발적 클라이언트(reluctant/involuntary clients)’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번역: 이재원(2025)
매기 킨드리드(Maggie Kindred)는 영국에서 일하고 은퇴한 사회복지사이자 후학들에게 사회사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우리는 그녀가 최근에 집필해서 발간한 책,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reluctant clients)를 돕기 위한 사회복지 실천 가이드'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질문 1)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reluctant clients)’는 어떤 사람들인가요? 그리고 이들은 왜 필요한 도움을 거부할까요?
(답변 1)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사람이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reluctant clients)’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이가 아파서 치과에 갈 때 스스로 원해서 가진 않잖아요. 무섭고 두렵고 싫어서 계속 피하다가 어쩔 수 없이 치과에 가죠.
하지만, ‘비자발적 내담자(involuntary clients)’는 본인 의지가 아니라 타인이 결정해서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게 된 사람들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법원의 결정에 따라 지원을 받는 경우, 가족이 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 의사 등 전문가가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경찰이나 공공기관이 의뢰하는 경우가 그렇죠. 때때로, 내담자는 아동이나 취약한 노인일 수도 있고, 원치 않지만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부모일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비자발적인 내담자(reluctant clients)'를 '의욕이 없는 사람(unmotivated)'쯤으로 단순하게 정의합니다만, 너무 성급합니다. 실제로, 사회복지 기관에 나와서 도움을 받으려면 자존감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야 합니다. 너무나도 외롭고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은 스스로 무가치하다고 느껴서 사회복지 기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두려움(Fear)'도 큰 요소로 작용합니다. 일부 노인들은 요양원을 과거에 악명을 떨친 ‘구빈원(workhouse)’같다고 느껴서 거부합니다.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으면 자녀를 빼앗길까 봐 걱정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복지 혜택을 받으면 그 자체로 낙인찍힐까봐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결과적으로, 힘이 없고 소외된 사람들이 사회복지사를 경계하는 현상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들이 보기엔 사회복지사가 본인 삶을 어떤 식으로든 통제할 수 있다고 보이니까요.
(질문 2) 왜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하셨나요? 책 주제가 많이 무거운데 어떻게 낙관적으로 접근하셨나요?
(답변 2)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취약 계층에 속한 사람이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얼마나 힘든지 점점 더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질병, 빈곤, 신체적·정서적 학대, 학습 장애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지요. 동시에, 이들은 제대로 이해하지도 않고 '게으르다', '무책임하다'는 편견을 덧띄우는 사람들 시선에 맞서야 합니다. 동시에, 저는 클라이언트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도 도전해야 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언론과 대중도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책임하다', '게으르다', '사회적 지원을 악용한다'는 말을 함부로 덧씌우더군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클라이언트들과 신뢰를 쌓고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경험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다른 어떤 일과도 비교할 수 없는 깊은 만족감을 얻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제 자신이 지닌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니,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도움을 거부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내리는 클라이언트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저 자신도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질문 3) 선생님께서 만나신 첫 번째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reluctant clients)'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세요. 어떤 점이 잘 되었나요? 그 분을 만나기 전에 이 책을 읽으셨다면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되었을까요?
(답변 3) 정말 좋은 질문입니다.
처음 그분 집을 방문한 날이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나네요. 보통 비자발적 내담자(involuntary client)가 스스로 기관으로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사회복지사가 직접 방문해야 합니다.
추운 1월 어느 날, 저는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어떤 공공 임대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그 분을 만나서 저를 소개하고, 우리 기관이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말씀드렸는데, 예상했던 대로 그 분은 "아무 것도 원하지 않아요." 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그 분이 바라보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면서 가볍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희망 없는 삶, 온기가 없는 집, 추운 방, 비슷하거나 더 나쁜 상황에 처한 주변 사람들,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상황, 16살에 부모가 되었고, 결국 남편에게 버려진 현실까지... 저는 그 분이 겪으신 모든 어려운 일에 직감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어요. 제가 어색한 말을 꺼내지 않고 그 분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여서, 조금이나마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와 만나서 돕는 구체적인 방법을 다룬 책을 미리 읽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듯합니다. "지역 간호사님이 당신이 금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렇게 제가 어떻게 그 분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무엇을 아는지 명확히 제시했더라면, 그 분과 좀 더 정직하게 소통할 수 있었을 테고, 좀 더 견고하게 신뢰를 쌓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제가 쓴 책을 읽고 클라이언트가 보이는 부정적인 반응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반응 자체를 시작점으로 삼아서 신중하게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질문 4)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를 처음 만났을 때 사회복지사가 저지르는 가장 흔한 잘못은 무엇인가요?
(답변 4) 사회복지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어요.
첫째, 사회복지사는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가 고마워할 거라고 쉽게 기대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클라이언트를 도우면서 어느 정도 좋은 결과를 얻더라도, 클라이언트가 스스로 고맙다고 인사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둘째, 사회복지사는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가 '난 당신이 필요 없어요' 라고 말하면 이 말을 너무 쉽게 믿습니다. 이 말이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사회복지사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방어적으로 이렇게 말할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 사회복지사는 너무 이른 시점에 서비스나 혜택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저명한 작가 C. S. 루이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을 돕는 일에 일생을 바친 사람들은 늘 쫓기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유가 무엇이든, 상황이 어떻든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면, 클라이언트는 오히려 경계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넷째, 사회복지사는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가 느끼는 두려움을 과소평가합니다. 사회복지사는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는 사회복지사가 본인 삶을 통제할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아동 보호, 정신 건강, 복지 지원 분야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어떻게든 개입하면 클라이언트가 크게 불안해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사회복지사는 종종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에게 지나치게 공감해서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그러니까 너무 감정적으로 공감하면 책임질 수 없는 내용을 약속하거나, 클라이언트가 보이는 반사회적 행동을 무심코 용인하게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사회복지사는 스스로 돌아 보면서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와 만날 때 본인이 어떤 동기를 품는지와 본인에게 어떤 감장적 약점이 있는지 인식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선 자기성찰이 어려우니, 객관적으로 말해 줄 수 있는 믿고 의지할 만한 슈퍼바이저가 반드시 옆에 있어야 합니다.
(질문 5) 사회복지사가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를 도우면서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왜 성취감이 중요할까요?
(답변 5) 저는 사회 전체가 이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사림들에게는 사회복지 서비스가 실패한 경우나 비극적인 사건만이 주로 알려집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들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문제를 주로 기록하게 됩니다. 저 역시 사례 기록에 긍정적인 내용을 썼다가 비판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서비스 관리자가 성과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결국 사회복지사들조차 본인이 비자발적잉 클라이언트와 함께 만들어낸 변화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사회복지사가 한계가 명확한 자원을 가지고 일한다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밑빠진 독에 물을 들이붓듯, 전혀 변화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낭비히고 있다’ 라고 알려지는 상황은 몹시 부당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성과를 잘 알려야 합니다. 예를 들면, 과거에 위기에 빠졌던 사람이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경우, 부모가 지원을 받아 스스로 자녀를 돌볼 수 있게 된 경우, 성범죄자가 치료를 받아서 행동을 적절하게 조절하게 된 경우 등, 이런 성과를 사회적으로 좀 더 많이 알려야 합니다.
(질문 6) 사회복지사는 결국 어떻게든 비자발적잉 클라이언트를 자발적인 클라이언트로 바꿔야 할까요?
(답변 6) 제가 신입 사회복지사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는 본인 성향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책에서도 질문했지만, 그들이 왜 바뀌어야 할까요?
사실, 비자발적 클라이언트를 어렵게 만나서 어쨌든 대화를 나누고 뭔가 사회복지사가 제시하는 방법을 따르는 척이라도 하는 상황 자체가 큰 성과입니다. 우리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됩니다. 제가 보기엔, 사회복지나 돌봄 서비스는 사람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좋게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이 질문을 받고 되돌아 보니, 저도 ‘혹시라도 내가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를 협조적인 내담자로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 라고 희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이 변화는 무척 주관적이어서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인정할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합니다.
"당신이 뿌린 씨앗은 결국 거둬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 수확을 직접 보지는 못할 것이다." (p.127)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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