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라이언트가 말하는 '잘 모르겠어요'는 무슨 뜻인가?상담 공부방/해결중심 사례관리 자문 2025. 4. 8. 07:10728x90반응형
클라이언트가 말하는 '잘 모르겠어요'는 무슨 뜻인가?
어떤 질문을 던져도, 다른 어떤 말을 꺼내도, 클라이언트가 '잘 모르겠다'고 답하면, 대화를 시도하던 사회복지사 마음은 맥이 풀리고 답답하다. 시간은 없고, 갈 길도 먼데, 아무리 노력해도 뭔가 쓸만한 정보를 얻어내지 못하면, 나중엔 답답한 마음을 넘어서 속이 서서히 타들어간다. 뭔가 아는 듯한데, 모를 수가 없는데,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정말로 모를 수 있다
지금 당장 마음이 혼란스러워서든, 인지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서든, 기타 어떤 이유에서든, 질문에 대한 답을 '정말로 모를 수 있다'. 잠깐, 이 지점에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클라이언트가 지금 모른다고 예전에도 몰랐고 앞으로도 모를 것이라고 판단해선 안 된다. 예전엔 알았는데 지금은 '진짜로' 모를 수도 있고, 지금은 모르지만 앞으로는 알 수도 있다. 어쨌든 질문을 받은 지금은 정말로 모른다.
2. 말이 안 떠오를 수 있다
안다. 아는데 말이 안 떠오를 수 있다. 질문을 받고 본인 나름대로 생각했고, 뭔가 답변도 떠오르는데, 본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태. 그러니까 정리가 덜 된 상태라고 볼 수 있겠다. 클라이언트는 답에 대해서 어렴풋하게 이미지를 떠올리고, 다양하게 감정도 느끼지만, 이를 명확하고 구체적인 말로 표현하려니 어려워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니까 '모르겠다'가 맞다.
3. 겁나서 말할 수 없다
사회복지사가 던지는 질문은 대체로 부정적인 영역에 속한다. 사회복지사 질문에 답하려면, 클라이언트는 본인에게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거나, 실수를 인정하거나, 무능하다고 인정하거나, (본인이 원하지 않는) 특정한 결과를 마주해야 한다. 오랫동안 알았지만 인정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한다? 누구라도 쉽지 않다. 고통을 피하려는 전략은 선사 시대부터 모든 사람이 사용했다.
4. 비밀이라서 말할 수 없다
'만약 내가 이 말을 하면,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혹은) 어떤 일이 생길까?' 언젠가, 이렇게 생각해 보았는가? 내가 답을 확실히 알지만 실제로 말하는 순간부터, 누군가와 불필요하게 논쟁을 벌이거나 지치고 짜증나는 갈등을 감내해야 한다면? 아마도 누구나 관계를 지키려고 말하지 않으려고 애쓰게 되리라. 그러니까 이 경우는 답을 알면서도 평화를 지키려고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셈.
5. 사회복지사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클라이언트가 답을 알지만, 사회복지사가 듣고 싶어하는 답이 아닐까봐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회복지사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편향된 태도를 보였고, 클라이언트가 이를 인지했다면,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편이, 진실을 말하는 방법보다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클라이언트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사회복지사가 암묵적으로 유도했기 때문.
6. 반항하고 싶어서 회피한다
상대가 나에게 필요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반발심이 들어서 고분고분하게 따라가고 싶지 않을 때, 우리는 누구나 '잘 모르겠다' 전략을 사용한다. 즉, 권위에 저항하면서 본인이 약하지 않다고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게 '잘 모르겠다' 답변은 아주 이상적인 수단이다.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상대에게 협조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따라서 이를 '소극적 공격'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7. 질문 자체가 싫을 수도 있다
사회복지사는 다음 전제를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상담할 때) 사회복지사는 질문하고 클라이언트는 답한다.' 그렇다. 사회복지사는 질문한다. 클라이언트에게 끝없이 질문한다. 간단하다. 무엇이 어떻게 어려운지 알아야 도울 수 있으니까. 그래서 클라이언트가 모르겠다고 답하면, 혼란스럽고 답답하다.
잠시 그대가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해 보자. 이제 방금 만난 전문가가 곧바로 "선생님, 빚이 얼마나 있나요?"라고 질문한다면? 전문가가 나를 도우려면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정보라지만, 쉽게 답할 수 없다. 부정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은 누구나 부담스럽다. 질문하는 사회복지사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처음이라면.
질문 속에는 거의 언제나 의도가 숨어 있고, 뭔가를 전제한다. "선생님, 빚이 얼마나 있나요?" 이 질문은 구사하는 사람은 답변자에게 '빚이 있다'고 전제한다. 그래서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고 전제한다. '일부러' 부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이 질문은 상대에게 '너는 패배자야' 이렇게 왜곡되어서 들릴 수도 있다.
<덧붙임>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클라이언트가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이유는, 수천 가지가 넘는다. 온갖 사실을 아무리 짜맞추며 고민해 본들, 본인이 직접 말해 주지 않는다면 절대로 알 수 없다. 그리고 막상 답변을 들으면, 우리는 '정말? 겨우 이런 이유 때문에?'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때 '상식에서 벗어난다'고 쉽게 단정해선 안 된다. 세상에는 놀랍도록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온갖 사고방식이 존재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얼마든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라고 생각해야, 어떻게든 접점을 찾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참고 문헌>
Mitchell, C. W. (2007). Effective techniques for dealing with highly resistant clients. Johnson City, Tennessee: Clifton W. Mithell Publishing.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란?>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란?
‘비자발적 클라이언트’란? 한국어로는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라고 통칭하지만, 실은 두 가지 개념이 존재한다. 첫째, 법적인 의무 때문에 원조전문가를 반드시 만나야 하는 법정 클라이
empowering.tistory.com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비자발적 클라이언트(reluctant/involuntary clients)’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번역: 이재원(2025) 매기 킨드리드(Maggie Kindred)는 영국에서 일하고 은퇴한 사회복지사이자 후학들에게 사
empowering.tistory.com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상담 공부방 > 해결중심 사례관리 자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란? (0) 2025.04.04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0) 2025.03.19 열쇠는 이미 꽂혀 있었다 (0) 2021.09.28 이럴 땐, 도대체 어떻게 해결중심적으로 실천해야 하나요? (0) 2021.09.15 "다음부터는 저도 선생님으로 불러 주세요." (0) 2021.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