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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돌봄 글쓰기'에서 ‘시간’을 다루는 방법 – 순서와 지속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6. 1. 9. 11:12728x90반응형

'자기 돌봄 글쓰기'에서 ‘시간’을 다루는 방법 – 순서와 지속
서론
보통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평가할 때 해당 이야기 자체를 두고 ‘좋다/나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프랑스 문학이론가 제라르 주네트는 이야기 자체(story)와 그 이야기를 말하는 방식(discourse)을 구분하면서, 이야기 자체보다는 오히려 이야기를 말하는 방식에 더 주목했다. 즉, 그는 어떤 이야기가 품은 힘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보다 오히려 ‘그 일을 말하는 방식’에 더 많이 좌우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우리는 아무리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화자가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서 듣는 사람이 전혀 재미없게 듣는 상황을 자주 경험한다.
그렇다면 글쓰기 입문자가 신경써야 할 ‘이야기를 말하는 방식’은 무엇일까? 바로 이야기에서 ‘시간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누구나 자신이 겪은 일을 글로 쓸 때 시간 흐름에 따라 의미를 부여한다. 시간은 ‘사건을 어떤 순서로 풀어낼지’와 ‘각 사건을 어느 정도로 머물면서 묘사할지’를 결정짓는다. 따라서 자기-돌봄 글을 쓸 때 시간 요소(‘순서’와 ‘지속’)을 적절하게 구사하면 훨씬 더 호소력 있게 쓸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순서와 지속 개념을 면밀하게 살펴보며, 이를 활용해 내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치유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알아보겠다.
이야기 순서
이야기 ‘순서(order)’는 실제 사건이 일어난 시간 흐름과, 글 속에서 그 사건들을 제시하는 흐름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를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야기를 쓸 때 자연스럽게 실제 시간 순서에 따라서 앞에 생긴 일은 앞에 쓰고, 후에 생긴 일은 후에 쓰게 된다. 하지만 자기-돌봄 글쓰기는 본질상 ‘회고적 서사문’이라서, 현재 시점에서 출발해서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과거 시점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해당 사건에 대한 변화된 관점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쓴다. 즉, 실제 사건이 일어난 순서와는 다르게 시간을 배치한다.
① 현재 - 작은 촉발 사건과 내가 느낀 감정
전형적인 자기-돌봄 글쓰기 이야기 순서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자기-돌봄 글쓰기는 대개 아주 사소한 현재 순간에서 시작된다. 어디선가 들은 말 한 마디에서 시작될 수도 있고, 마음에 스친 불편한 감각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이 단계에서는 사건 자체보다는 찰나에 감지한 감정 조각이 중요하다. 자기-돌봄 글은 이 감정을 붙잡으면서 출발한다.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그리고 이 일을 겪으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간결하게 적어 본다. 설명도, 해석도 필요 없다. 그저 나를 둘러싼 상황과 올라온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일단 감정 조각을 붙잡았다면 잠시 현재에 머문 채로, 그 감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본다. 막연하게 느낀 불편한 감각이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에 가까운지, 긴장인지, 분노인지, 혹은 서운함이나 두려움인지 천천히 따지고 분별해 본다. 감정이 몸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생각은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지도 함께 적어 본다. 이 단계에서도 아직 과거로는 가지 않는다. 판단하거나 정리하려 들지 않고, 지금 느끼는 감정이 충분히 또렷해질 때까지 현재에 머문다. 현재에 정박해서 감정을 충분히 음미해야 좀 더 안전하게 과거를 회상할 수 있다.
② 과거 – 아직 정리하지 못한 과거 사연(들)과 감정
현재 느끼는 감정이 어느 정도 명료해지면, 자연스럽게 연상이 일어나면서 과거로 넘어간다. 지금 이 감정을 처음 느끼진 않았다고 가정하고 기억을 더듬는다. 예전에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장면이나 사람이 떠오른다. 이 순간부터 글은 현재에서 과거로 이동한다. 하지만 시간 순서와 사실을 엄밀하게 따져가면서 정확하게 회상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감정선을 단단하게 잇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이 감정을 예전에 언제 느꼈을까?’라고 질문하고 따라가다 보면, 특정한 장면이나 얼굴, 문장이 떠오른다. 이 장면을 있는 그대로 불러온다.
감정적으로 영향을 준 과거 장면(들)을 충분히 적은 후에는, 한 번 더 방향을 바꾼다. 이번에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놓고 관조한다. 과거에 느낀 감정과 현재 느끼는 감정이 어떻게 같은지(닮았는지), 무엇이 어떻게 반복되고 연결되는지 들여다 본다. 이 지점에서는 흐름과 패턴이 중요하다. ‘나는 비슷한 상황에서 늘 같은 감정을 느끼나?’ 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마음 속에 떠오른다. 그리고 상황을 논리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야기 흐름은 시련에서 성장으로 넘어간다.
③ 현재 – 존재가 아니라 관점이 달라진다
이제 글은 완전히 현재로 돌아온다. 과거로 돌아가서 중요한 장면(들)을 겪고 있는 ‘그때 나’가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장면(들)을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지금 나’가 다시 화자가 된다. ‘그때 나’는 무엇을 지키려고 했는지를 묻고, ‘지금 나’는 과거에 느낀 부정적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묻는다. 현실적 문제 해결이나 단순한 감정 해소보다는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때 나’가 느낀 감정이 무능이나 결함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반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이해하면, 내가 나를 수용하고 성장하기 시작한다.
글쓴이는 미래로 성급하게 나아가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거나 약속하지 않는다. 다만 비슷한 순간이 다시 온다면, 기본적으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싶은지, 어떤 관점으로 나 자신을 대하고 싶은지를 아주 조심스럽게 말해 본다. 이는 확실하게 고정된 결심이 아니라 신중하고 유연하게 설정한 방향이다. ‘앞으로는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가 아니라, ‘흔들릴 때 나를 이렇게 바라보고 싶다’ 정도면 충분하다. 그렇게 글은 현재로 돌아와 정리한 새로운 이해를 조용히 유지한 채, 안전하게 닫힌다.
이야기 지속
액션 영화 ‘트랜스포머(마이클 베이 감독)’는 온갖 폭발 장면과 추격 장면이 화면 가득 끝없이 이어지는데도 이상하게 너무 지루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탈옥 영화 ‘쇼생크 탈출’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되고 액션 장면도 거의 없는데, 장면 하나 하나가 마음에 오래 남아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기 어렵다. 두 영화는 무엇이 다르길래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까? 감독이 품은 주제 의식과 사건이 화면에 보이는 시간이 이어지는 방식이 매우 다르다.
관객은 영화가 다루는 사건 크기나 자극 강도에 반응하지 않는다. 대신 감독이 어떤 목적을 품고 관객을 어느 이야기 대목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르게 만드느냐가 차이를 만든다. 어떤 영화는 관객이 모든 순간에 집중하라고 요구하지만, 정작 왜 봐야 하는지는 모호하다. 반면에 어떤 영화는 관객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순간에 붙잡아 두면서도 정적 속에서 의미를 다양하게 느끼게 만든다. 화면상에 표현되는 분량 자체보다는, 각 대목을 어느 정도 길이로 보여줄지 선택한 결과에 따라서, 관객은 길어도 충분히 흥미로워할 수도 있고 짧아도 얼마든지 지루해할 수도 있다.
프랑스 서사이론가 제라르 주네트는 바로 이 지점을 이론적으로 분리해서 설명했다. 그는 어떤 이야기를 분석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만 보지 않았다. 대신 시간을 두 겹으로 나누어서 검토했다. 하나는 현실 세계에서 ‘사건이 실제로 벌어지며 흐른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사건을 ‘서술하는 데 사용된 시간’이다. 주네트는 실제로 흘러간 시간을 ‘이야기 시간(story time)’이라고 칭했고, 필자가 해당 대목을 독자에게 얼마나 오래 머물며 읽을지 요구하는 시간을 ‘담론 시간(discourse time)’이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그는 그 회사에서 10년을 일했다.’ 라고 썼다면, 그가 회사에서 실제로 일한 이야기 시간은 10년이지만, 독자가 읽는데 필요한 담론 시간은 2~3초가 된다. 필자는 그가 일한 10년 세월을 간략하게 줄여 써서, 그가 일한 자세한 내용에는 독자가 관심을 기울이지 말라고 요구한다. 한편, ‘그는 회의실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숨을 한 번 고르고 문을 열었다.’ 라고 썼다면, 실제로 문을 여는데 소요된 이야기 시간은 몇 초에 불과하지만 독자가 관심을 기울이는 담론 시간은 그보다 훨씬 더 길다.
주네트에 따르면 이야기를 쓸 때 담론 시간은 네 가지 방식으로 사용된다. 어떤 때는 이야기 시간이 흘렀음에도 완전히 생략해서 내용을 쓰지 않는다(엘립시스). 어떤 때는 긴 이야기 시간을 짧게 압축한다(요약). 또 어떤 순간에는 이야기 시간과 담론 시간이 거의 같은 속도로 흐르며, 사건이 의미있게 전환되는 변화 순간을 그대로 따라간다(장면). 반대로, 이야기 시간은 멈췄는데 담론 시간만 계속 흐르며 의미를 곱씹게 만들 수도 있다(정지). 이 네 가지 개념은 시간 길이가 아니라 독자에게 무엇을 하게 만들지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한편, 제라르 주네트가 정리한 네 가지 지속 개념(엘립시스, 요약, 장면, 정지)을 ‘자기-돌봄’ 글쓰기에 적용하기 전에, ‘자기-돌봄 글’을 읽는 독자가 누군지 정리하자. 개념상 ‘자기-돌봄 글’은 당연히 글을 쓰는 자신이 주된 독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변하고 기억도 희미해지므로, 지금 글을 쓰는 나와 언젠가 글을 읽을 나를 무조건 같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나만 읽는 글은 형식과 내용을 제대로 갖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70%는 필자를 독자로 상정하되, 30%는 나를 모르는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쓰면 적절하다.
이렇게 전제하면, 우리는 자기-돌봄 글을 쓰면서 일차적으로 ‘나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뒤엉킨 감정을 정리하며,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하는 방향’을 추구하게 된다.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누가 읽어도 공감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설득력을 얻는 방향도 동시에 추구하게 된다. 즉, 우리는 ‘무엇을 쓸 것인가?’라고 단순하게 질문하지 않고, ‘나는 이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혹은 ‘타인은 어디까지 함께 와야 하는가?’ 라고 질문해야 한다. 이 질문에 답을 하면서 우리는 엘립시스, 요약, 장면, 정지를 어떻게 선택할지 결정한다.
먼저, 이야기 시간에서는 분명 사건이 일어났지만 담론 시간에서는 쓰지 않아도 될 때 엘립시스(생략)를 선택한다. 사건 맥락이나 세부 사항을 충분히 알고, 자세히 들여다 본다고 해도 이해가 더 깊어지진 않는 상황에 해당한다. 또한 나만 아는 개인적인 정보이거나, 타인이 굳이 따라올 필요가 없는 내용이라면 굳이 담론 시간을 배정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이렇게 질문하라. ‘이 이야기 시간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나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가?’ 만약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이 부분은 깔끔하게 엘립시스로 처리하라.
다음으로, 요약은 이야기 시간은 길지만, 담론 시간은 짧아도 충분한 경우에 선택한다. 이 시간은 배경으로만 존재해도 충분하며, 나와 타인 모두 “아, 그렇구나” 정도로 인식할 수 있다면 간결하게 요약하면 된다. 반복적으로 겪어온 패턴이나 감정 맥락을 형성되는 과정이 여기에 해당한다. 타인 관점에서는, 글쓴이가 적절하게 요약하면 이후 내용을 놓치지 않을 수 있고 현재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다. 이때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이렇다. “이 이야기 시간을 짧게 압축해도, 이후 감정과 판단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요약하라.
장면은 이야기 시간과 담론 시간을 거의 같은 비율로 맞춰야 하는 경우에 선택한다. 장면을 선택하면 독자는 상황을 함께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그때 왜 그렇게 느꼈는지’ 충분히 납득하게 된다. 자기-돌봄 관점에서 보면, 장면으로 보여주는 순간은 내 반응이 시작된 결정적 계기이자, 자기 비난을 멈추게 해 주는 증거가 된다. 타인도 장면을 목격하며 함께 겪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겠다’라고 이해하게 된다. 이때 던질 수 있는 질문: “이 이야기 시간을 이 정도 담론 시간으로 보여줘야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장면으로 쓰라.
정지는 이야기 시간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도 되는 지점에서 선택한다. 이 순간에는 설명이나 정보가 아니라 해석과 연결, 그리고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 필요하다. 자기-돌봄 관점에서 정지는 감정을 그대로 두고 충분히 느끼는 시간이며, 판단을 유예한 채 나를 다치지 않게 이해하는 구간이다. 타인에게는 자기 경험을 대입해 볼 수 있는 여백이 생기고, “이 글이 나에게도 말을 건다”는 감각이 발생한다. 이때 던질 수 있는 질문: ‘이제는 이야기 시간을 늘리는 대신, 담론 시간에 머무르는 게 필요한가?’ 그렇다면 정지를 선택하라.
실전에서는 엘립시스(생략), 요약, 장면, 정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너무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자기-돌봄 글’을 쓰면서 스스로 자연스럽게 질문하라. 특정 이야기 시간을 다시 통과해야 할 필요가 없는가? 그렇다면 엘립시스를 선택한다. 세부적인 정보는 알 필요 없고 전체적인 개요와 맥락만 알면 되는가? 그렇다면 요약을 선택한다. 이 순간을 직접 목격하면서 들여다 보지 않는다면 오해가 생기는가? 그렇다면 장면을 선택한다. 이제는 이야기를 돌아보면서 의미를 차분하게 정리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정지를 선택한다.
이야기 지속(duration)은 글쓴이가 글감을 들여다 보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는 메타 인지 수단이다. 이야기 마디마다 이야기 시간과 담론 시간을 구분하면서 얼만큼 쓸지를 고민하면 이야기와 한 몸이 되어서 뒹굴지 않게 된다. 그리고 완성된 자기-돌봄 글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차갑지 않고, 충분히 사적이지만 안전한 보편성을 확보하게 된다. 결국 이야기 지속을 고르는 문제는 이야기 시간을 그대로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담론 시간을 통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그리고 타인을 어디까지 초대할지를 결정하는 문제이므로.
결론
자기-돌봄 글쓰기에서 이야기 순서와 이야기 지속은 단순한 서술 기법이 아니라, 글쓴이가 자기 경험을 대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구조적 선택이다. 다시 말해, 순서를 어떻게 배열하느냐는 ‘나는 지금 이 경험을 어떤 위치에서 바라보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지속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나는 이 경험에서 어느 지점에 머물기로 선택했는가’를 드러낸다. 결국 글쓴이는 시간 순서를 의식적으로 재배치하고, 담론 시간을 선택적으로 배분함으로써 정서적으로 힘들었던 경험에 압도되거나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안전하게 견딜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한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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