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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니예(SOIGNÉ)가 뭐야?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6. 1. 15. 12:14728x90반응형

강명진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6년 1월 5일(월), 날씨: 겨울인데 쌀쌀한 봄이 느껴진다
(누구/무엇) 1. TV를 보는데 요리 프로그램 출연자가 생소한 단어를 말했다.
(내용/의미) 2. 스와니예(SOIGNÉ)라... 찾아보니 별 뜻도 아니네.
(생각/감정) 3. 외국말을 섞어 쓰면 잘나 보이냐? 흥!
제목: 스와니예(SOIGNÉ)가 뭐야?
글쓴이: 강명진(남동장애인종합복지관 지역연계팀장, 2026)
첨삭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6)
"OOO셰프님은 진짜 '스와니예' 자체에요."
남편이 요리대결 프로그램을 틀어놓았는데, 그 앞을 지나는데 출연자 인터뷰 소리가 들렸다. 스와니예? 처음 듣는 단어였고 당연히 무슨 뜻인지 몰랐다. 자막을 보고 이해해 보고자 TV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헌데, 작은 따옴표까지 써서 그 표현을 강조했으면서도 자막에는 설명을 달지 않았다.
평소 나는 낱말 뜻을 잘 몰라도 문맥이나 앞뒤 대화내용을 따져보면서 뜻을 파악한다. 그런데 그 출연자 말은 앞으로 보고 뒤집어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요리사들만 쓰는 어떤 전문용어인가 싶어 검색창을 열어 검색했다. 그리고 나서 검색창 가장 위쪽에 나온 설명을 읽으며 묘하게 불쾌해졌다.
[스와니예(SOIGNÉ)는 프랑스어로 ‘완성도가 높은’ 또는 ‘정성을 다하다’는 뜻]
뭐 대단히 어려운 뜻을 담지도 않았네? 우리말이 외래어에 심각하게 오염됐다고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일본어, 영어도 모자라 이젠 불어까지?
프랑스 요리가 미식계에서 유명하니 그 세계에서는 익숙하게 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왜 평범한 시청자들을 위해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을까?
남들이 모르는 외국어를 섞어 쓰면 '뭔가 있어보인다'고 생각하는 풍토가 못내 아쉬웠고, 방송국 놈들은 대중에게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데, 문제의식이 없는 듯해 걱정스러웠다. 또한 시청자로서 그들이 사는 세상에 끼지(?) 못했고, 의도적으로 배제되었다고 느껴져서 언짢았다. 안 그래도 사람(요리사들)을 유명세에 따라 흑과 백, 계급으로 나누어 대결을 펼치는 설정이 못내 불편하던 차에 빈정이 확 상해버렸다.
한때는 나도 글을 쓰거나 설명할 때 한자어, 영어를 자주 섞어 썼다. 솔직히 말해서 '있어보이고 싶어' 의도적으로 썼다. 그러다 보니 어린 딸들에게 말뜻을 설명하거나 직장에서 쉬운 자료를 만들 때에는 되려 진땀을 빼야 했다. 그런데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쉬운 말과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써야 독자들이 내 글을 잘 이해할 수 있고, 표현하고 싶은 말이 잘 전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말이든 글이든 독백이 아닌 이상에야 대상이 있고, 대상이 있다면 그에게 ‘나를 이해시키고 서로 소통해야’ 하니까.
글쓰기 선생님으로부터 이 사실을 배우고 나서 우연히 유시민 작가가 인터뷰한 영상을 보았다. "어려워서 읽기 힘든 책을 들고 낑낑대지 말고 쉽게 읽히는 책부터 읽으세요. 당신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게 쓴 작가가 멍청한 사람입니다." 나는 읽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글깨나 쓴다고 평가받고 싶었던 마음을 들킨 듯 얼굴이 화끈거렸다. 앞서 언급한 오락프로그램 출연자도 결국은 '정성스럽게 요리하는 완벽한 요리사'라고 풀어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빈곤, 실업, 질병, 노령, 장애와 연관되어 있는 다양한 약자를 만난다. 그리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체로 교육을 많이 받지 못했다. 그러니 나는 늘 쉽게 쓰고 쉽게 써야 한다. 그런데도 의도적으로 어려운 표현들을 사용했으니 몸소 차별을 실천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말과 글은 경계를 허물고 소통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도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쉽게 쓰고 쉽게 말하는 진짜 실력자가 되리라 다짐한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우와, 멋있게, 맛있게 잘 쓰셨습니다. (강명진 선생님은 진짜 '스와니예' 자체에요. 농담임돠. 하하.)
2. 현재 시점에서 TV를 보다가 포착한 단어에서 시작해서, 과거로 돌아가서 본인이 살아온 언어 세계를 반성하고, 현재로 돌아와 사회복지사로서 어떻게 말하고 써야 할지(직업적 윤리)까지 연결하셨네요. 생각은 찰나에 연결되지만, 마음 속에 스쳐 지나간 생각 조각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글로 써서 보여주려면 무척 어려운데, 이렇게나 부드럽고 자연스러우면서도 명료하고 견고하게 보여 주셨습니다. 서사 흐름이 유려해서 좋습니다. (어디 가시든 저에게 글쓰기를 배우셨다고 꼭 말씀해 주세요.)
3. 최근, 수업 시간에 배운 제라르 주네트 서사 개념(생략, 요약, 장면, 정지)으로 이 글을 평가해 볼까요? 먼저 구체적인 사건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첫 번째 단락 정도에만 나옵니다. 인용구("OOO셰프님은 진짜 '스와니예' 자체에요.")가 보이면 거의 '장면'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다음으로는 '요약'과 '정지'가 나오죠? 예컨대, '한자어, 영어를 섞어 쓰신 일'을 간단히 쓰셨어요. 왜 이 대목을 '요약'으로 처리하셨을까요? 굳이 독자를 가깝게 초대해서 보여줄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하셨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대목에서는 정지해서 생각을 펼치셨어요. 왜? 사건은 이미 보여주었고 이젠 잠시 멈춰서 내 생각(감정)을 깊이 보여줘야 한 대목이니까요.
4. 제가 위에서 '명료하다'라고 평가헀는데요, 위 글에서처럼 내용을 적절하게 요약(하고 생략하면) 저절로 명료해진답니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강명진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강명진 선생님께서는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클럽,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나는 이렇게 글을 쓴다(강명진 사회복지사)
나는 이렇게 글을 쓴다 강명진(남동장애인종합복지관 지역연계팀장, 2025) 몇 해 전 나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면서 글쓰기에 다시 관심을 두게 되었다. 당시, 내가 어떤 상황을 마주했는지
empowering.tistory.com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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