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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와 김인수를 만나다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0. 4. 1. 18:10728x90반응형
스티브 드 쉐이저와 김인수 부부를 만나다
"Encounters with Steve de Shazer and Insoo Kim Berg: Inside Stories of Solution-Focused Brief Therapy" 중에서.
(전략) 기억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스티브가 나에게 충고를 했던 때가 1990년대 중반에 그가 스웨덴 말모에 와서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었을 기간이었다고 믿는다. 평소처럼 그는 우리 집에 묵었고 교육 첫 번째 날 밤에 우리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와인을 곁들인 후에 꼬냑 두 병을 따서 마시고는 벽난로 앞에 모여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보통 스티브와 대화를 나누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고 특히 심리치료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그날 나는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평소에 마음에 품고 있었던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그렇게 하시는 겁니까?"
그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보았고, 나는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 "오늘 선생님께선 여기 또 다시 오셔서 단기가족치료센터에서 촬영하신 훌륭한 상담 비디오를 하나 더 보여 주셨습니다. 그 비디오에서 내담자는 협조적인 태도로 선생님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정말 열심히 상담에 임합니다. 그분들은 제가 단기가족치료에서 제가 관찰했던 내담자들과 똑같았습니다. 제가 여기에서 만나는 내담자들은 전혀 다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른다'는 답변만 반복하거든요. 혹시 선생님께서는 내담자들을 걸러내는 특별한 탐지기를 단기가족치료센터 입구에 설치하셔서 '모른다'는 답변을 하는 내담자가 오면 그대로 돌려 보내기라도 하시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렇게 하실 수 있는 겁니까?" 스티브는 조용히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해리, 당신은 너무 열심히 상담을 하시는 것 같아요."
해결중심단기치료는 느긋한 치료자들을 위한 접근법이고 나 같이 조급한 상담자들에게는 걸맞지 않다는 말로 들려서 나는 엄청난 모욕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반응했다.
"뭐라고요!?"
"제가 보여 드리지요." 스티브는 내가 상담하는 모습을 찍은 비디오 테입을 아무 거나 하나만 VCR 플레이어에 넣어 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테입을 하나 골라서 VCR 플레이어에 넣었고 우리는 회기의 시작 부분을 함께 검토하기 시작했다. 화면 속의 나는 목표 설정 질문(보람질문)으로 상담을 시작했다. "오늘 상담이 끝나고 나서 상담이 보람 있었다고 말씀하실 수 있으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요?"
내담자가 답변했다. "모르겠어요." 그러자 내가 바로 다시 질문했다. "작은 거라도 괜찮습니다. 행동이나, 감정, 혹은 생각이라도요." 내담자가 답변했다. "모르겠어요." 나는 곧바로 그에게로 몸을 기울이면서 질문했다. "다른 분이 혹시 발견할 수 있을까요? 뭔가 달라지면요." 내담자가 답변했다. "모르겠어요." 나는 몸을 더욱 그에게 기울이면서 좀 전에 구사했던 목표 설정질문의 형태를 살짝 바꾸어서 내담자에게 다시 질문했고 내담자는 또 다시 "모르겠어요" 라고 답변했다.
내 상담 장면이 찍혀 있는 비디오 테입에 초점을 맞추자 과연 내가 너무 열심히 상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다음으로 스티브의 상담 비디오를 VCR 플레이어네 넣고 그가 첫 질문을 어떻게 구사하는지를 관찰했다. 그는 내가 구사한 것과 유사한 질문을 선택했다: "오늘 저를 만나러 오길 잘 했다고 말씀하실 수 있으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요?" 그 순간, 나는 수년 동안 해결중심단기치료를 배우려고 노력하면서 수도 없이 보았던 그 비디오에 등장하는 스티브의 내담자가 "모르겠어요"라고 답하고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아챘다. 스티브는 내담자가 '모르겠다'고 답한 후에도 오랫 동안 침묵을 유지했고 내담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을 이어갔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마도...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스티브는 내담자의 말 중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뽑아 내고 그가 '좀 더 행복해지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알아챌 수 있겠는지 질문했고 내담자는 또 다시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내담자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아마도, 제가 농담을 조금 더 많이 한다는 걸 알아채겠죠." 이 장면 이후의 상담은 이런 방식으로 계속 진행되어 나갔다.
그리고는 스티브가 나를 보며 설명해주었다: "심리치료에서 사용하는 대화는 평상시에 우리가 대화할 때 적용하는 규칙이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대화는 순서에 따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거죠. 제가 먼저 이야기를 하면 당신이 이야기 하고, 또 다시 제가 이야기 하는 식으로요. 내담자가 질문에 답변을 하면 질문자가 다시 말할 차례가 됩니다. 만약에 제가 내담자의 답변을 수용하거나 뭔가 응답을 하게 되면, 이제는 제가 말해야 할 차례가 되는 거고요. 그래서 저는 내담자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면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제가 말해야 할 차례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는 거죠. 만약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 말해야 할 차례는 여전히 내담자에게 넘어가 있는 상태인 것이고요, 내담자는 어떻게든 실제로 답변을 해야 하지요." 스티브와 나는 테입을 면밀하게 다시 살펴 보았다.
비디오 테입 안에서 스티브는 목표설정 질문을 던지고, 내담자는 "모르겠어요"라고 답변한다. 스티브는 답변을 하지 않을 뿐더러 어떠한 행동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자리에 앉아서 내담자의 답변을 기다린다. 내담자는 스티브를 바라보고, 왼쪽 천정으로 시선을 보내면서 수 초 동안 멈춰 있다가 스티브가 앉아 있는 쪽의 벽을 응시한 후 이렇게 말한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마도...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스티브는 "좋아요." 라고 말하고 다음 질문을 이어간다.
스티브는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마치 언어사회학에 대해서 이야기 하듯이: "평상시 우리가 대화를 하게 되면 '6초 규칙'이라는 것이 적용됩니다. 침묵 상황이 6초 이상 지속되면 분위기가 어색해지진다는 규칙이죠. 그래서 6초가 지나기 전에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흥미로운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거 참 어렵군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스티브가 잇는다. "맞아요, 어렵죠. 우리는 너무나 지나치게 예의가 바르고 사람들을 늘 도우려고 하기 때문에 내담자가 답변을 하지 않으면 '그렇죠' 라고 말하거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는 원하는 답변을 얻어내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의 행동을 본 내담자가 이제 우리가 뭔가 할 때라고 기대하거든요."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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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arry Korman(2015) 스웨덴의 아동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유럽의 해결중심모델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
번역: 이재원(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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