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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중심 질문을 내려 놓은 순간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0. 5. 14. 06:42728x90반응형
자, 오해하지 마시라. 저는 여전히 해결중심모델을 지극히 사랑하는 해결중심 "미친놈"이자, 해결중심 "돌+I"이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내가 해결중심 상담을 하다가 유연성을 발휘해서 슬쩍 해결중심을 내려 놓았던 순간을 기록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해결중심 부부치료자, 엘리엇 코니(Elliott Connie)는 해결중심 부부상담을 할 때, 거의 언제나 그 자신이 개발한 허니문 토크(Honeymoon talk) 기술을 사용한다고 적었다. 허니문 토크가 무엇인가? 이는 부부에게 "처음에 어떻게 만나셨어요? 어떤 점이 그렇게 좋으시던가요? 언제 진지하게 사랑하게 되셨나요? 실제로 만나보니까(살아보니까) 어떤 게 또 좋던가요?" 라는 식으로, 연애 시절을 포함하는 신혼기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왜? 결국 해결중심이란 긍정적인 것을 물어보는 것. 예외를 물어보는 것. 허니문 시기란, (거의) 모든 부부에게 예외없이 존재하는 가장 강렬하고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대표적인 예외. 그러니 허니문 시기에 대해서 물어볼 수밖에.
엘리엇 코니의 부부치료 책을 번역한 후로, 나는 부부상담할 때 전체적인 목표 설정을 한 후에는 내담자 부부와 함께 거의 언제나 허니문 토크를 나눈다. 그래서 얼마 전에 만났던 어떤 부부에게도 이 허니문 토크 기술을 구사했다.
나: 그런데 두 분은 언제 만나셨어요?
남편: 음... 친구 결혼식장에서요.
부인: 아니지, 그 전이지.
남편: (얼굴 붉어지면서) 그, 그런가? 아냐, 결혼식장이 먼저야. 당신, 장례식장 이야기하는 거지? 그땐 별로 의미가 없어. 왜냐면 아, 저기, 저런 사람이 있구나, 정도였으니까.
부인: (나에게) 이것 보세요. 우리가 이렇게 달라요... 서로 생각하고 느끼는 게 너무 달라요.
나: (미소 지으며) 아, 잠깐만요. 남편 분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볼게요.
허니문 토크를 하는 목적은 간단하다: 현재 부부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관련해서 문제가 덜 일어났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았던 상황(이게 바로 예외 상황)을 끌어내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은 아무리 박터지게(?) 싸우는 부부도 처음에 서로 사랑에 빠졌을 때는 순한 양처럼 서로 양보하고 아껴주었을 것이며, 싸울 때마저도 연인답게, 신혼부부답게, 매우 빠르게 서로 잘못을 인정하면서 화해했을 것이다. 따라서 허니문 토크를 할 때는, 우선적으로 현재 어려움과 관련된 예외 상황을 파악해야 하고, 내담자 부부가 예외 상황을 잘 이야기 하지 못할 때에는 "그 당시에는 어떻게 싸움을 그치게 되었는가"를 물어보게 된다. 여기에서 테크니컬하게 중요한 부분은, 이러한 예외를 최대한 생생하게 구체적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부가 허니문 토크에 대해서 보이는 반응을 보니, 배가 산으로 가버릴 조짐이 보였다. (1) 남편은 언어적인 표현(특히 구체적인 표현)이 대단히 약해 보였다. 말씀을 잘 하시는 편이었지만, 구체적인 말씀, 특히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이 조금 약하셨다. (2) 부인은 남편이 하는 말에 자꾸 끼어들었다. 나중에 말할 기회를 주겠다고 정중하게 말씀 드렸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말씀 중에 끼어 드셨다.
참... 나는 역시 대단하다. 내가 원조전문가로서 가지고 있는 최대의 약점은: 순발력 부족, 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상담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 때, 매우 당황하고 순발력 있게 대처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때는 두 분 사이에 전개되는 대화에서 어떤 직감을 얻었고, 그 직감에 따라서 매우 순발력 있게 대처를 했다: (1) 이 부부에게 허니문 토크는 적당하지 않구나, 라고 판단했다. 허니문 시기에 대해서 물어보았고 두 분이 어쨌든 답하고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부적절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너머에, 내가 반드시 포착해야만 하는 그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2) 부인이 남편이 말할 때 자꾸 끼어드는 현상이 매우 유의미하다는 직감이 왔다. 이 부분을 포착하는 것이 허니문 토크를 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구체적인 예외 상황, 구체적인 행동을 끌어내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직감이 왔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방향을 틀기로 했다. 잠시 해결중심모델과 허니문 토크를 내려 놓고, 그 순간 느낀 직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1) 직접적인 언어적 표현을 힘들어 하는 남편에게 계속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해결중심 질문을 하는 것은 어쩌면 강요, 일 수도 있겠다. (2) 겉으로는 순종적인 척을 하지만, 혹은 남편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커서 일단은 남편을 따라가지만, 속으로는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하고 대단히 주도적인 성격을 가진 부인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했다. 즉, 이 부부는 사자와 사슴이 만난 부부가 아니라, 사자(남편)와 사슴의 탈을 쓰고 싶어하는 사자(부인)이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연애기, 혹은 신혼기에 두 사람이 어떻게 사이 좋게, 애정이 넘치도록 살아갔는지는 물어보는 허니문 토크를 순간적으로 중단하고, 특히 최근에 두 사람이 어떻게 다투는지에 대해서 물어보기 시작했다. 세세한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지만, 결국은 내 직감이 맞았던 것 같다. 두 사람(특히 부인)도 내 생각에 동의했다: 두 사람은 서로 너무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아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너무 닮은 사자 커플이었다. 그래서 나는 남은 시간 동안 "협상"을 이야기 해 드렸다:
"부부치료는 결국 협상이다. 두 분은 서로 너무 다르다고 주장하시만, 제 생각은 다르다. 두 분은 너무너무 닮으셨다. 대장 노릇을 해야 하는 사자 두 마리가 한 우리에 거하는 형국이다. 어쩔 수 없이 공존해야 한다면, 결국 협상을 해야 한다. 협상이란 무엇인가?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무언가를 잃어야 하는 과정이다. 이제부터는 서로 어떤 카드를 내려 놓을 것인지를 주로 다뤄볼 거다. 물론, 두 분이 대화법을 배우고 싶어하시고 제가 보기에도 이는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결국엔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니 서로 상대방이 문제라는 생각을 잠시 내려 놓으시면 좋겠다. 두 분은 패밀리 비즈니스를 함께 운영하고 계시는 사업가 아니시냐. 사업을 하실 때, 외부 업체와 협력하시면 한 쪽이 완전히 지는 거래를 하시지는 않으실 거다. 다시,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게 있고 잃는 게 있다면 얻는 게 있다. 다행히, 두 분은 유능한 사업가 부부이시고, 사업이나 거래도 훌륭하게 해 오신 분들이다. 따라서 쉽지만은 않겠지만 가능하다. 충분히 가능하다."
내가 이 순간에 대해서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은 여기까지이다. 더 고급진, 더 깊고 농익은 통찰을 적고 싶지만, 내 한계가 여기까지이다. 내가 어떻게 해결중심적으로 세션을 끌고 가려다가 순간적으로 해결중심 질문 테크닉을 내려 놓고 직감을 따라갔는지, 여러분께서 보시고 각자 판단해 보시기 바란다. 저의 퍼포먼스를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다 주거써, 나 말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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